저는 이제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는 여학생이에요. 제 고민은 다름 아닌 엄마에 관한 것입니다. 사실 제가 그렇게 예쁜 편은 아니지만 저는 그런 대로 만족하고 지내왔어요. 그것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외모가 그렇게 중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엄마는 여자는 항상 아름다워야 한다고 하시면서 대학에 진학하기 전에 성형외과에 좀 가보자고 하시는 거예요. 그 말을 들을 당시에는 그냥 웃고 넘겼지만 생각할수록 자존심이 상하고 속상해요. 저는 대답도 하지 않았는데 엄마는 벌써부터 TV에 나오는 연예인들을 보시면서 이렇게 고칠까, 저렇게 고칠까를 연구하고 계십니다. 여자이기 때문에 꼭 아름다워야 한다는 말도 너무 싫고요, 예쁜 얼굴로 멋진 남자를 만난다는 생각도 너무나 싫습니다. 꼭 이렇게 살아야 되는 것인지 회의가 드네요. 제 고민 좀 해결해 주세요.
엄마가 성형수술을 하자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님. 한국청소년상담원을 방문해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이렇게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성형수술을 하자는 엄마의 권유 때문에 **님 마음이 많이 상하셨군요. 아마 어머니께서 미에 대해 완벽주의적인 기준을 가지고 계신가봐요. 직접적으로 **님에게 "넌 별로 예쁘지 않다"라고 이야기한 것은 아니지만 **님이 받아들일 때는 엄마가 **님의 외모에 대해서 만족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을 것 같네요. 성형외과에 가보자는 말을 들었다면 정말 기분이 나쁠 거에요.
엄마 혼자서 갑자기 이런 말을 했을 리는 없죠. 아마 평소에 **님에게 종종 이런 말을 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어릴 적부터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님은 자신의 딸이 좀 더 예쁘기를 바라는 어머니의 생각을 접해왔을 거예요. 그렇죠? 평소에 상했던 마음이 이번에는 성형수술이라는 결정 앞에서 그냥 넘겨버릴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에 좀 더 심각아게 고민이 되었던것 같아요.
제가 보기에는 **님과 어머님이 생각에 있어서 조금 차이가 있다고 느껴집니다. 그러나 생각이나 가치관의 차이는 사실 누가 옳고 그르냐를 따질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 판단을 내리는 것도 어려울 뿐더러 서로 그렇게 따지기 시작하면 결국 갈등은 더 깊어지기 마련이거든요. 서로 누가 옳고 그르냐를 따진다고 해서 가치관이나 생각이 그렇게 쉽사리 바뀌지 않기 때문이지요.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입니다. "야 이 사람은 나와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구나.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와 같이 나와 다른 생각이나 가치관을 이해하려고 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나와 다르다고 해서 무조건 배척하거나 잘못된 생각이라고 단정지어 버린다면 서로간의 거리는 점점 더 벌어질 수밖에 없겠지요. ''저 사람은 나와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네. 그런데 이야기를 듣고 보니 정말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겠구나.''라고 인정할 수 있다면 아마 이 세상의 갈등이나 다툼, 분쟁은 많이 줄어들 수 있을 거에요.
요즘은 성형수술이 유행인 시대입니다. 예전에는 ''신체발부 수지부모''라고 해서 자신의 몸을 아끼고 보존하는 것이 부모님을 공경하는 의미를 지녔습니다. 이러한 가치관 하에서 성형수술은 상상도 할 수 없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점점 많은 사람들이 성형수술을 통해서 자신의 얼굴이나 몸 등 외모를 더 아름답고 만족스럽게 고친다고 합니다. 성형수술을 한다는 것을 예전보다는 가볍게 생각한다는 뜻이지요.
아마 어머니도 이런 시대적인 흐름을 충분히 느껴서 그런 제안을 하셨을 겁니다. 부모님들이라면 당신의 자녀들에 대해서 기대를 많이 하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랍니다. 외모도 훌륭하고 공부도 잘하고 좋은 대학에 들어가서 좋은 직장을 얻고 좋은 배우자를 만나길 바라는 기대를 갖고 계시죠. 특히 자녀가 부모님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잘 자라주었다면 더 많은 기대를 걸게 된답니다.
어머니의 제안때문에 마음이 상했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해요. 하지만 제가 이렇게 장황하게 말씀을 드리는 것은 어머니가 나쁜 뜻으로 **님에게 그런 말을 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님이 알아주었으면 해서에요. 어머니의 뜻을 좋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님도 마음이 한결 편안해질 거에요.
그럼 이제 지금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 것이 좋을 지 한 번 같이 생각해 볼까요? 일단은 어머니에게 **님은 어머니와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전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렇겠죠? 속으로만 끙끙 앓고 있기보다는 어머니에게 말씀드리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을 거에요.
"엄마, 엄마 마음은 알겠는데 전 별로 성형수술을 하고 싶지 않아요. 전 제 얼굴이 좋고 마음에 들어요. 만일 성형수술을 하게 된다면 친구들 보기도 창피하고 제 스스로도 제 자신에 대해서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을 것 같아요. 사실 엄마 그런 말 때문에 좀 속상했어요. 이런 이야기 다시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죠.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 때문에 불편함을 느꼈다면 상대방에게 자신이 느낀 감정이나 생각을 분명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들은 모든 사람들이 자신과 똑같이 느끼고 생각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따라서 상대방의 행동에 대해서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라고 속으로만 화내고 미워하기 보다는 상대방에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면 상대방도 조심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 자신도 반복해서 불쾌한 경험을 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이것이 대인관계를 잘 유지할 수 있는 의사소통 방법 중의 하나랍니다. 어떤 사람에 대해서 마음 속에 불만이 있는데 이를 표현하지 않고 계속 불만이 쌓이게 되면 결국은 그 사람과 같이 있을 수가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적절한 때에 이를 표현해 주고 서로 맺힌 것이나 오해, 갈등을 풀어주는 것이 바람직하지요. 이는 가까운 사람이나 좀 거리가 있는 사람이나 상관없이 마찬가지입니다.
자...이제 마음이 좀 편안해졌는지요? 처음에 이야기하려고 마음 먹었을 땐 오히려 쑥스러워서 말이 안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편지를 쓰거나 혹은 그렇게 마음먹고 이야기하기가 어려우면 자연스럽게 지나가는 것처럼 그러나 분명하게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피하지 말고 꼭 **님의 의견을 전달하도록 해보세요. 화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