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입니다. 요즈음 저는 왜 살아야 하는지를 모르겠습니다. 왜 공부를 해야하는지도 모르겠고, 무엇을 해야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것도 재미없고, 영화를 봐도 음악을 들어도 도무지 재미가 없습니다. 저는 가끔 제가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왜 그러는지도 모르겠어요. 공부 때문에 지겨워하고, 친구들과 다투기도 하고, 대학 때문에 고민하는 친구들이 차라리 부럽기조차 해요. 이러는 제 모습이 불안해지기까지 합니다. 요즈음엔 공부를 하려해도 집중이 안되고 모든게 무의미해졌어요. 누가 말을 걸어도 짜증만 나고요. 혹시 제가 심각한 병에 걸린 것은 아닐까요? 이럴 때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저는 왜 사는지를 모르겠어요.
[간략정보]
청소년기를 흔히 자아정체의 시기라 합니다. 이 때는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이고 어떤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에 대한 자기인식을 확고히 하는 시기입니다. 청소년기에 자신의 정체감을 확인할 수 없을 때 청소년들은 많은 혼란에 빠집니다. 이러한 상태는 급격히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청소년들이 매우 당황하게 됩니다.자아 정체감의 혼란에 빠진 경우에는 그 상태가 무슨 병적상태가 아닌가 하는 고민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 걱정이 오히려 문제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듭니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를 살펴보고, 자신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친구나 부모들과 비판없는 대화가 도움이 됩니다. 청소년기에 자주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주변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다 보면 해결되기도 합니다.
[구본용 박사]
[상세정보]
학생은 어른이 되기 위한 진정한 몸살을 앓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학생은 심각한 병에 걸려있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기에 흔히 경험할 수 있는 자기탐색의 고통을 겪고 있는 것입니다. 청소년기는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어떤 일을 하게 될 것이라는 등의 자기에 대한 이해를 점진적으로 그리고 확고하게 발달시켜 나가는 단계입니다. 이러한 자신에 대해 지니고 있는 자기평가나 이해를 자아정체감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정체감이 확립되어가는 시기에 학생과 같이 모든 것에 의미를 상실하고 의욕도 사라지는 현상이 급작스럽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럴 땐 자신이 참 한심스럽기도 하고 세상이 원망스럽기도 해서 가슴이 답답하고 짜증스럽기만 합니다. 물론 학생처럼 하고자하는 일에 자신감도 떨어지고 집중도 안되죠. 그럴 땐 참 괴롭지요. 자신에게 무슨 심각한 병이라도 생긴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생길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상태를 정체감 혼란상태라고 합니다. 이 상태에 있는 청소년들은 우유부단해지고, 의욕도 사라지고, 타인들과의 친밀한 관계 형성도 어려워질 뿐 아니라, 학생처럼 모든 게 무의미해집니다. 자신이 무엇을 갈구하고 있는지를 모르게 됩니다. 무엇을 하더라도 허무하고 '헛돌고 있는' 것처럼 느끼게 되어 나중에는 초조감이나 긴장감이 더욱 커집니다. 무엇보다도 괴로운 것은 미래에 대한 희망감의 상실로 무력해지거나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자포자기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간혹 이러한 상태에 있는 청소년들 중에는 연예인이나 스포츠선수들을 맹목적이고 광적으로 좋아하는 청소년들도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청소년들이 자신에 대한 정체감을 확립해 나가지 못할 때 겪게 되는 어려움입니다.대부분의 이러한 상태는 자연스럽게 사라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 살아가는 일들에서 어떤 중요한 의미를 성급히 찾으려 해서는 안됩니다. 그러면 그럴수록 더욱 무의미해짐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먼저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십시오. 내가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일,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내가 재미있어 하는 것들을 생각하십시요. 그리고 이 때까지 내 인생에서 즐거웠던 기억들과, 행복했던 순간들을 찾아 보십시오. 그리고 자랑스러운 내 모습들을 확인해 보십시오. 그러면서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지에 관계없이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이 무엇이었는가를 생각해 보고, 그것을 내가 어떻게 포기하게 되었는지를 생각하십시오. 당장 내가 무엇인가 중요한 일을 성취해야 한다는 생각은 버립시다. 정체감 혼란상태는 무엇인가 원하는 일이 지속적으로 좌절될 때 나타나기도 합니다. 따라서 내가 원하는 일들 중에 이루지 못해 온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봅시다. 성적, 부모와의 관계,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실망한 것은 없었는지, 있다면 왜 그렇게 되었는지, 그런 관계에서 나의 방법중에 잘못 된 것은 없었는지를 확인해 보고 개선할 필요가 있는 것들을 개선하십시오. 그렇게 해서 성적이나 혹은 친구나 부모와의 관계가 개선되면 정체감 혼란 상태에서도 쉽게 벗어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큰일이다, 나에게 문제가 생겼다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청소년기에 어른이 되기 위한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정말 내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어떤 사람이고 싶은지를 생각하고 친구들과 솔직한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런 고민은 자연스럽게 사라집니다. 그렇게 해도 어려움이 계속 남아있을 경우에는 상담선생님과 의논해 보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