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중학교 3학년에 다니고 있어요. 저희 엄마는 3년 전에 이혼하셨어요. 아빠랑 많이 싸우기도 했지만 두 분이 그렇다고 해서 지금까지 서로 연락도 안하고 미워하면서 지내시는 것은 아니에요. 전 그동안 방학이면 아빠를 만나서 여행도 같이 가곤 했어요. 처음엔 왜 따로 사냐고 반항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두 분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두 분이 결코 저를 사랑하지 않아서 이혼하신 것도, 저 때문에 이혼하신 것도 아니라는 것을 조금씩 알아 가는 것 같아요. 그런데 최근에 정말 충격적인 일이 생겼어요. 엄마가 재혼을 하신다는 거에요. 엄마가 이혼하신 뒤에 지금은 엄마가 당장 재혼하는 일은 없겠지만, 나중에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재혼할 수도 있다고 하시면서 그때 엄마를 이해해 주길 바란다고 말씀하셨던 것이 기억이 났죠. 물론 엄마가 평생 혼자 살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갑자기 그런 말을 들으니까 정말 싫었어요. 지금처럼 따로 살아도 좋으니까 엄마와 함께 살고 가끔 아빠를 만나고 그렇게 지내고 싶어요. 다른 아빠 따위는 필요 없어요. 그런데다가 제가 아무리 이해심이 많은 아들이라고 그래도 그렇지, 세상에 엄마보다 6살이나 연하의 남자와 결혼을 하시겠다는 거에요. 그 남자는 총각이래요. 도대체 남들이 뭐라고 생각하겠어요. 저도 물론 애가 있는 아저씨랑 결혼하면 그 아저씨네 애랑 어떻게 지낼까 하는 고민을 할 것 같았긴 하지만 말이에요. 전 여러모로 엄마의 입장을 많이 생각해 와서 재혼한다고 이야기해도 그저 담담하게 받아들일 줄 알았어요. 하지만 막상 닥치니까 그게 아니더라구요. 게다가 연하의 남자라니요. 아빠보다도 10살이나 어리다구요. 전 정말 싫었어요. 얘기만 들어도 정말 싫었어요. 며칠 뒤에 만나서 보니까 진짜 젊더라구요. 6살 연하가 아니라 10살 연하라고 해도 믿겠어요. 미남에다 성격도 좋아보이던데 왜 우리 엄마랑 결혼하려고 하는지 이상하더라구요. 그리고 한달 뒤에 결혼하셨지요. 전 자꾸 아저씨가 우리 아빠보다나이도 어린데 아빠 노릇을 하려는 게 마음에 안 들어요. 그 아저씨 나이에는 애가 유치원에나 다니는 거 아니겠어요? 엄마는 창피하지도 않은지 모르겠어요. 전 친구들 보기에도 창피하고, 정말 싫어요. 엄마는 남들이 이상하게 볼 건 생각도 안하시는지.....
엄마가 연하랑 재혼을 하셨어요.
안녕하세요, 00님.
00님의 글을 읽으면서 부모님의 이혼과 어머니의 재혼이라는 큰 변화를 겪으면서 얼마나 많은 고민이 있었을까 안쓰러우면서도, 이혼에 대해서 이제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두 분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성숙한 것 같아 보기가 좋았었고요. 그리고 어려운 가운데서도 00님의 부모님께서 나름대로 학생에게 최선을 다하셨구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혼하시게 되면 어떤 경우에는 서로 미워하면서 만나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학생의 부모님은 그렇지 않아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3년 간 이혼에 대해서도 적응이 되고, 엄마와 함께 살면서 아빠를 만나는 것에도 익숙해 져서 모처럼 편하게 느껴졌을 즈음에 갑자기 엄마가 재혼을 하신다고 해서 생각보다 반갑지 않고 마음이 어려웠으리라 생각합니다. 엄마가 재혼을 하실 것이라는 점을 전부터 이야기를 해오셨기 때문에 나름대로 생각도 해보았었지만 막상 재혼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니 갑작스럽게 들리고 고민도 되었겠지요.
그런데, 어머니의 재혼 상대가 6살이나 연하라는 사실에 더 머릿 속이 복잡해지고 말이에요. 보통은 재혼이 경우에 두 분 다 재혼일 경우가 많은데, 어머니의 재혼 상대는 처음 결혼하는 것이었고, 게다가 6살이나 연하라는 것에 당연히 놀랐을 것입니다. 어머니께서 결혼을 하고 나서도 아버지와 비교해 보면 너무나 어린 아저씨가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하려고 하는 것이 왠지 어설퍼 보이고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군요. 그리고 주변의 친구들에게도 이야기하기 싫었던 것 같습니다.
왜 엄마는 연하랑 결혼했는지, 왜 자신의 입장은 생각도 하지 않았는지 조금은 원망스럽기도 한 것 같군요. 어머니께서 연하랑 결혼한 이유는 당연히 사랑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머니도 새아버지도 어른입니다. 만약에 20살의 여자가 14살의 남자와 결혼을 하였다면 둘 다 성장해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또 발달을 각자 해 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무척 이해하기 힘들고 성숙하게 살아간다는 것이 좀 힘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인과 성인사이에서 6살의 차이는 그렇게 큰 차이가 아닌 것 같습니다. 또한 설사 나이 차이가 크게 난다고 하더라도, 두 사람이 사랑한다면 그리고 성숙하게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책임감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것이 크게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머니께서도 역시 연하라는 점에서 고민을 하셨을 것 입니다. 00님이 생각하는 것처럼 주변을 의식하셨을 뿐만 아니라 누구보다는 중학생님의 입장을 많이 생각하며 고민을 하셨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과 같은 결정을 내리셨다면 그것은 어머니께서 지금 새 아버지를 그만큼 사랑하고 있고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여겨지네요. 새아버지 역시 어머니를 사랑하고 있고, 또 미숙하지만 사랑하는 여자의 아들을 아버지로서 돌봐주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00님의 아버지보다야 새아버지는 자식을 키워본 경험이 아직 없기 때문에 미숙해 보이는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그러나 어머니의 아들로서 어머니가 사랑하는 새아버지에게 한 번 기회를 드리는 것은 어떨까요.
그렇다고 해서 친아버지를 배신한다거나 하는 일이 아닙니다. 아버지와의 관계도 계속 유지하면서 또 새아버지와의 관계도 새로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지요. 지금 어머니와 함께 그리고 중학생님과 함께 살아 갈 아버지는 새아버지입니다. 이제는 함께 생활을 해나가면서 서로에게 적응을 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새 아버지 역시 힘든 점이 많았을 것입니다. 6살 연상의 여자와 결혼한다는 것에 대해서, 새아버지를 학생이 이상하게 보았듯이, 새아버지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이상하게 보는 것에 대해 마찬가지로 힘든 경험을 하셨을 것입니다.
주변의 친구들이 이상하게 본다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분을 중학생님 자신이 먼저 이해하게 된다면 친구들에게도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주변의 시선을 이겨내고 함께 결혼하신 어머니께서 용기있고 당당하신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어머니께는 중학생님의 지지가 가장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자신이 지금까지 해 왔던 생각들을 혼자서만 하지 말고, 엄마와도 이야기를 해보고 또 새아버지와도 이야기를 해 보세요. 왜 엄마는 결혼을 하게 되셨는지, 왜 새아버지는 결혼을 하게 되었는지 물어보고 두 분에게 자신이 그동안 느꼈던 점을 생각해서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어 보길 바랍니다. 그런 과정 속에서 두 분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부모님도 00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며 함께 하는 생활 속에서 서로를 배려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작성자 : 김혜영 ]
[감수자 : 오정혜 ]
이글은 정보통신부에서 시행한 정보화근로사업에 의하여 작성된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