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일산에 사는 주부입니다. 제 아이 문제에 대해 선생님께 조언을 얻으려고 이렇게 글을 올렸습니다. 제 아이는 이제 초등학교 3학년인데 도무지 스스로 알아서 하는 것이 없습니다. 늘 숙제 했는지, 준비물은 다 챙겼는지 일일이 제가 챙기지 않으면 까먹기가 일쑤입니다. 게다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은 하면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거나 양보할 줄 모르는 겁니다. 전 아이를 엄하게 키운다고 노력했는데 같이 사시는 시어머님께서 아직 앤데 뭘 그러냐고 아이편을 드십니다. 신랑도 별 간섭이 없고... 전 아이가 다 자라기 전에 버릇을 고쳐놓고 싶습니다. 선생님 어떻게 하면 자율적이면서 책임감이 있는 아이로 키울 수 있을까요?
책임감있고 자율적인 아이로 키우고 싶어요.
안녕하세요, 어머님.
주신 글 속에서 자육적이면서도 책임감이 있는 아이로 키우고 싶은데, 전혀 부응해 주지 않는 것 같은 아이의 모습에 실망스럽고 빨리 제대로 키우고 싶다는 급한 마음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어머님처럼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우리 아이는 초등학생인데도 아직 방정리를 하지 못한다.", "우리 어릴 때에 비해 너무 철이 없고 책임감이 없다.", "부모가 잔소리를 하지 않으면 스스로 하는 일이 거의 없다.", "다른 사람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한다." 등등의 염려를 하십시다. 숙제하기, 세수, 양치질, 식사시간 등 매일매일 일상생활에서부터 부모님과 아동사이에 끊임없는 실랑이가 벌어지지요.
물론 아이에 따라 차이가 크기 때문에 모든 아이들에게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많은 가정에서 이러한 갈등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도대체 어떤 문제 때문에 이런 일들이 발생하는 것일까요? 부모님들의 기대 수준이 너무 높아서 일까요? 아니면 정말 아이들이 책임감이 없고 부모에게 지나치게 의존적이기 때문일까요? 이런 아이들을 어떻게 훈육해야 책임감이 있고 올바른 사람으로 키울 수 있을까요? 이렇듯 수많은 질문을 하게 되는 것이 현실인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학생들은 여러 면에서 학교 입학전의 아동들에 비해 성숙한 것이 사실입니다. 일반적으로 학교에서는 규칙을 따르고 수업시간에 40분 정도는 집중하여 공부를 하고 또래 친구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가정에서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 학교에 갈 준비를 하고 스스로 세수나 양치질을 하며 식사시간에 맞추어 가족들과 함께 자리에 앉아 식사를 할 수 있습니다. 간단한 심부름을 하고 혼자서 잠시 동안 집을 볼 수도 있습니다. 고학년이 될수록 학교 숙제 뿐만 아니라 스스로 계획을 짜서 혼자만의 학습을 할 수 있으며 집안일을 돕고 자신의 방정리도 가능합니다.
또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정도로 공중도덕을 지키고 이웃어른들에게 인사를 할 정도로 사회적 규범을 따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아동들은 가정과 학교에서 스스로 이러한 일들을 할 수 있으므로 부모님들이 크게 간섭을 하지 않아도 무리없이 지냅니다. 아이가 몸이 아프거나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은 경우에는 일시적으로 퇴행되어 평소에 잘 하던 일들도 하지 못하고 어린아이처럼 행동할 수도 있지만 곧 다시 회복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자율적이고 책임감 있는 아이로 키울 수 있을까요? 아이들은 부모의 행동과 사고를 모방하고 동일시하면서 자랍니다. 따라서 부모가 솔선수범해서 책임감 있고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아동에게는 중요한 산 경험이 되는 것입니다.
아동이 매사에 의존적이라 할지라도 한꺼번에 모든 습관을 다 고칠 수는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부터 한 두 가지 정도를 목표로 삼아서 아동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좋습니다. 처음에 목표한 행동이 좋아지면 좀더 어려운 일을 스스로 하도록 격려하는 방법으로 계속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이 때 아동과 타협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모님이 아무리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해도 아이가 이를 거부한다면 아이를 설득시키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부모님의 강요에 의해 책임감을 떠맡는 습관을 들이려 한다면 반드시 실패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아동의 자율성이 길러져야 자발적으로 책임감을 지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만일 부모의 강요에 의해 마지못해 하게 되면 이는 아동의 자율성을 길러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의 효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만일 어려서부터 가령, 정리 정돈과 같은 일을 어리다고, 혹은 기다리기 답답해서나 잘 못한다고 하여 아이 스스로 하도록 기회를 먼저 충분하게 제공해 주지 않았을 경우에 아이는 정리 정돈을 비롯하여 다른 영역에까지 ‘그것은 내가 할 일이 아니라 엄마가 챙겨 줘야 할 일’로 인식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혹 지금까지 그런 문제는 없었는지도 점검해 보시고, 이제부터도 어머님께서 다 해 주시기보다는 비록 처음엔 어설프고 온전치 못하더라도 아이 스스로가 해 볼 수 있도록 지켜봐 주실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아동들은 자신의 행동을 판단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부모님이 올바른 길을 제시하는데도 이를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평소에 부모와 아동사이의 관계가 좋은 경우에는 부모가 아동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아동을 설득하는게 가능하지만, 부모의 말을 아동이 잘 듣지 않는 경우에는 이러한 타협을 이루기가 무척 힘이 듭니다.
이런 경우, 다음의 방법이 필요합니다.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합니다. 대부분의 부모님은 아동이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할 때 야단을 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동이 바람직한 행동을 할 때마다 칭찬을 해주거나 보상을 해주면 더 효과가 큽니다. 특히 평소에 부모의 말을 잘 듣지 않는 아동에게 바람직한 습관을 들이고 싶으면 아동에게 자신이 원하는 상을 정하게 하여 바람직한 행동을 할 때마다 그 상을 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 주의할 점은 항상 일정하게 보상을 해줘야지 부모님의 기분에 따라 자꾸 변하게 되면 차라리 안 하는 것이 더 나을 수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에 대하여 배려하지 않는 면 역시, 아이를 무조건 야단치는 것보다는 아이에게 ‘**야, 만일 네가 저 사람(혹은 친구 등)입장이라면 어떨 것 같니?’좋은 말로 물으시면서 대답해 보게 잘 기다리며 들어 주세요. 그럼으로써 작은 일 하나 하나 에서부터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돌아보는 좋은 습관을 조금씩 기르게 될 수 있을 겁니다.
어머님, 아이의 행동을 잘 관찰하시고 위의 방법들을 일관되게 체계적으로 사용해 보세요. 많이 달라진 아이의 모습을 보시게 될 것입니다.[작성자 : 양정윤 ]
[감수자 : 오정혜 ]
이글은 정보통신부에서 시행한 정보화근로사업에 의하여 작성된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