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고 2 남학생입니다. 초등학교 2 학년 때 해외지사에 발령을 받은 아버지를 따라 식구들이 모두 미국에 갔습니다. 거기에서 계속 살다가 제가 고등학교에 진학할 무렵 귀국했습니다.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는 동안에는 그럭저럭 적응을 했는데, 한국에서는 너무 힘이 듭니다. 사람들이 저를 좀 이상하게 봅니다. 제가 말하는 것과 행동이 다른 사람들과 틀리다고 합니다.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을 이해하기도 힘들고, 선생님들이 무섭기도 합니다. 공부를 해보려고 하지만 집중이 잘 안됩니다. 차라리 저 혼자 미국에 남았더라면 지금처럼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을텐데 하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저희 부모님은 식구들이 다 같이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세요. 그래서 다시 미국에 보내달라는 말은 감히 꺼내보지도 못했습니다. 부모님들은 처음에는 제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시면서 한국생활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겠지 하시면서 저의 고충을 이해해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1년이 넘게 지나서도 제가 계속 헤매고 있으니까 이제 저에게 많이 실망이 되고 짜증이 나시는 모양 입니다.저도 정말 친구도 많이 사귀고 공부도 잘 하고 싶지만 모든 게 뒤죽박죽이고 제 마음대로 안됩니다. 하루하루가 마치 지옥 같습니다. 요즘 들어 죽고싶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작년에 귀국했는데 학교생활이 너무 힘들어서 죽고 싶어요.
[간략정보]
미국에서 초등학교, 중학교를 다니다 귀국해서 한국생활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니 안타깝군요. 한국생활에 적응하려고 학생 나름대로 노력을 했을텐데 지금 죽고싶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상황이 어렵다니 그 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 짐작이 갑니다. 하지만 이렇게 힘들 때일수록 감정에만 빠지지 말고 자신이 처한 상황을 좀더 객관적으로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학생처럼 외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는 경우 외국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생활습관을 배우게 됩니다. 특히 미국처럼 여러 면에서 한국과 다른 문화권에서 생활한 경우에는 한국 생활에 재적응하는 데 더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입니다. 문화간 적응 문제는 학생 혼자만이 겪는 문제가 아니라 학생과 비슷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물론 개인에 따라 어려움의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말입니다. 이 문제를 지혜롭게 풀어가기 위해서는 이제 더 이상 혼자 고민하지 말고 주위에서 필요한 도움을 적극적으로 요청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믿을 만한 학교친구들과 담임선생님 그리고 부모님에게 학생의 어려움을 알리세요. 주위 사람들이 학생에게 다가오고 학생을 이해해 주기를 기대하기보다 학생이 먼저 그들에게 다가가서 대화를 하는 것은 어떨까요. 혼자서 이런 시도를 하기가 어려우면 청소년 상담실을 찾아 상담선생님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또한 청소년상담실이나 교육 기관에서 제공하는 귀국청소년적응을 돕기 위한 집단프로그램이 있는지 알아보시기 바랍니다.
[김진숙 박사님]
[상세정보]
다른 나라에서 여러 해 공부하고 생활한 후에 한국에 돌아와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았군요. 특히 미국처럼 학교 제도와 생활방식, 그리고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우리 나라와 많이 다른 곳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돌아와 적응하는데 더 어려울 것입니다.어린 시절에 다른 나라에서 오랫동안 생활을 하다 보면, 아무리 한국인 부모님과 함께 생활했다 하더라도 외국 사람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나라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생활습관을 배우게 됩니다. 아마 학생도 막상 한국에 돌아오기 전까지는 외국생활을 경험해보지 못한 학생의 또래들에 비해 자신이 어떤 모습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었을 것입니다. 막상 한국에서 고등학교에 진학해서야 그것을 깨닫기 시작했겠지요. 처음에는 학생도 예기치 못한 어려움에 놀라고 당황스러운 느낌이 들었으리라 짐작이 됩니다. 같은 반 친구들과 선생님을 대하면서, 겉모습이 나와 똑같이 생긴 사람들인데 어째서 나와 이렇게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할까? 나를 이상한 눈으로 보지 말고, 왜 나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여줄 수 없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겠지요. 학생이 지금까지 적응하기 어려웠던 것은 학생에게 무슨 고칠 수 없는 문제가 있다거나, 학생이 무능력하거나 의지가 약해서가 아닙니다. 그만큼 상황이 혼자 힘으로 극복하기 힘들었기 때문이지요. 절대 포기하지 말고 차근차근 하나씩 상황을 개선해나가는 쪽으로 생각해봅시다. 우선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반 친구들이 먼저 나를 이해하고 나에게 다가오기를 기다리지 말고, 내가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방법을 한 번 생각해봅시다. 평소에 반 친구들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그 중에서 생각이 조금 개방적이고 다른 사람들의 입장을 존중하는 친구들이 누구 인지 알아보세요. 그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가 우호적인 관계를 맺도록 노력하는 거예요. 처음 에는 한 명의 친구로 시작해서 점차 그 숫자를 늘여갈 수 있겠지요. 처음부터 너무 큰 기대를 하지 말고 조금씩 서로에 대해 알게 되는 기회를 만드세요. 상대방 친구가 학생을 어떻게 보는지, 어떤 점이 다르게 보이는지 솔직하게 얘기해 달라고 하는 방법도 있겠지요.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힘든 부분을 풀어가기 위해서는, 먼저 부모님께 솔직히 현재의 심정을 있는 그대로 말씀드리면 어떨까요? 학교공부나 친구관계에서 잘하고 싶은 마음, 부모님을 실망시켜드려서 죄송스러운 마음, 학생이 바라는 대로 되지 않아서 포기하고 싶은 마음, 이런 마음들을 모두 말씀드리는 것입니다.무슨 말부터 해야 할 지 엄두가 나지 않을 때는 부모님 께 말씀드리기 전에 미리 드리고 싶은 말을 종이에 적어보면 생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내 마음을 담은 글을 가지고 있다가, 부모님께 학생의 심정을 말씀드릴 용기가 도저히 나지 않으면, 이 글을 전해드리는 것도 부모님과의 대화를 위해 생각해볼 만한 방법이지요. 고등 학교를 마치고 미국대학에 진학해서 학업을 계속 하고 싶다면 부모님과 진지하게 상의해보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겠네요. 미래에 대한 꿈이 있으면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해 가는 데 큰 힘이 되니까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청소년상담소나 교육기관에서 제공하는 귀국청소년적응을 돕기 위한 집 단프로그램이 있는지 알아보세요.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학생들을 만나 같이 경험을 나누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들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는 것은 유익한 경험이 되리라 생각합니다.처음 미국으로 건너가 그쪽 생활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훌륭하게 적응하고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점을 잊지 마세요. 이번에도 적극적인 자세로 노력하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Take a good care of yourself. I wish you good luc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