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아이가 시험시간에 다른 아이의 것을 보다가 들켰다고 합니다. 시험 때마다 그런 일이 있어서 몇 번 주의를 줬는데도 아이가 고쳐지지 않아서 집으로 전화를 했다고 하더군요.
선생님께서는 집에서 부모가 아이의 성적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을 하면 시험을 칠 때에 아이가 부담을 느껴서 그런 경우가 간혹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아이에게 공부를 너무 강요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사실 그 동안 제가 아이에게 공부를 잘 해야 한다고 늘 말을 하기는 했지만 그것은 아이가 공부를 잘 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한 것이었는데, 그것 때문에 아이가 남의 시험지를 훔쳐보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아이에게 공부하라는 소리를 안 할 수도 없고, 아이가 또 그런 짓을 할까봐 계속해서 잔소리를 할 수도 없고,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아이가 시험시간에 다른 아이의 시험지를 몰래 보다가 들켰다고 합니다.
인간은 늘 누군가에게 인정받기를 원합니다. 특히 자녀들의 경우 부모님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무척 강합니다. 그래서 자녀들은 부모님께 인정을 받기 위해 노력을 하게 되고 부모님이 좋아하는 일을 하기를 원합니다.
그런데 부모님의 기대가 너무 높아서 자신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자녀들은 부모님으로부터 인정받기를 포기하거나, 아니면 부정한 방법으로라도 인정을 받기 위해 노력하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
물론 자식을 가진 부모라면 누구나 자기 자식이 공부 잘하기를 바랄 것입니다. 특히, 공부 잘하는 것이 곧 출세의 지름길이라고 믿는 부모님들에겐, 이것이 자식에게 바랄 수 있는 가장 절실한 바람일 것입니다.
이런 부모님들은 자식이 공부만 잘할 수 있다면 모든 것을 아낌없이 바칩니다. 물론 부모가 자식한테 꿈을 갖는 것을 나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그런 꿈을 포기하라고 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학교 공부에서 일등을 했다고 해서 사회에 나가서도 반드시 일등을 하란 법은 없습니다. 학교에서 일등을 하는 아이가 오히려 공부밖에 모르는 외곬이 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자녀가 공부 잘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녀를 인격이 완성된 한 인간으로 키워 이 세상을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일은 그보다 몇 곱절 더 큰 일입니다. 자녀를 인간성이 풍부하고 공부도 잘하는 조화로운 아이로 기르려면 먼저 부모님들부터 고질적인 일등병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병에서 벗어나면 부모님들은 자녀에게 지나친 기대를 갖지 않게 되고, 자녀들도 기를 펴고 스스로 공부를 잘 할 수 있게 됩니다.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특별한 재주가 있든 없든, 잘났든 못났든 자녀들도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임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정은 자녀가 잘하든 못하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말합니다. 잘 한 일이 있을 때에 자녀를 칭찬하는 일도 필요하지만, 우선 잘하든 못하든 자기 자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수용하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부모님으로부터 인정을 못 받고 자란 자녀는 피해 의식이 심해 교육하기가 힘들어지고, 사회생활도 힘들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오늘 자녀가 꼴찌였다고 해서 내일도 꼴찌란 법은 없습니다. 지금 당장에 자녀가 공부를 잘 못한다 해도 공부란 평생에 걸친 수신이라고 생각하고 너무 조바심 피우지 말고 느긋하게 여유를 가지십시오. 먼저 자녀들로 하여금 스스로 자기 삶을 개척해 나갈 수 있도록 앞길을 열어 주고, 자녀가 스스로 인생의 목표를 세울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것이 현명한 부모의 노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집짓기 같은 큰 일도 돌 하나, 벽돌 한개, 나무 기둥 하나 쌓는 일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공부 훈련도 또한 집 짓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처음부터 하나씩 차근차근 쌓아 나간다면 그다지 어려울 것도 없습니다. 급하게 날림으로 지은 집은 금세 허물어지지만 차분하게 공들여 지은 집은 튼튼합니다.
조금 더디더라도 돌 하나도 공들여 쌓아 기초가 튼튼하고 예쁜 집을 짓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자녀들 공부 훈련을 시작해 보십시오. 눈앞의 성적에 울고불고 하지 말고 느긋하게 자녀를 지켜보십시오. 반드시 내 자식이 일등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십시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입니다. 자녀를 올바르게 키우려면 최선을 다하고서 결과에 만족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정신 집중 훈련과 공부 훈련이 제대로 된 자녀는 자기가 무엇을 원하든, 원하는 분야에서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습니다. 날마다 공부하라고 군소리를 늘어놓는다 해서 자녀들이 하루아침에 공부 잘하는 아이로 바뀌는 것이 아닙니다. 군소리는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뿐입니다. 문제는 어떻게 자녀 스스로 공부하는 버릇을 몸에 붙이도록 훈련을 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공부도 일종의 훈련입니다. 공부 훈련이 잘 된 자녀는 당연히 공부도 잘하게끔 되어 있습니다.
인간다운 덕목과 품격, 곧 인격을 쌓는 것이 교육의 가장 큰 목적입니다. 앞으로 사회인으로서 제 몫을 훌륭히 감당하려면 공부를 잘 해야만 하겠지만 부모님이 지나치게 공부를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자녀의 학습의욕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는 것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작성자 : 가신현 ]
[감수자 : 고영숙 ]
이글은 정보통신부에서 시행한 정보화근로사업에 의하여 작성된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