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제 자신이 머저리같애요. 왜 이렇게 실수만 하지요? 저는 고등학교 2학년인 남학생입니다. 얼마전 친구들에게 큰 실수를 하고 말았어요. 정말 제 자신이 바보같고 싫습니다. 제 자신을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어요. 어떻게 그런 실수를 할 수 있는지.. 그날 이후로 친구들 앞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어요. 친구들이 꼭 저를 보고 바보, 머저리라고 하는 것 같아요. 며칠 전 수업시간에 친구들과 몰래 학교를 빠져나간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선생님한테 들키고 말았지요. 선생님께서 저희들을 혼내는 중에 제가 그만 학교 앞 게임방에 가려고 했다는 말을 하고 말았어요. 전 그냥 상황을 얘기하려고 했었던 것인데, 하지 말아야 할 얘기까지 그만 하고 말았죠. 선생님, 저 정말 바보같죠? 그냥 분식점이라든지 물건사러간다고 하면 되었을 것을.. 저희 학교는 게임방 출입금지이거든요. 전 평소에도 실수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왜 그렇게 실수만 하는지 모르겠어요. 이제는 실수할까봐 생각과 행동이 조심스러워진답니다. 이런 제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그러다 보니 기분도 우울해요. 어떻게 하면 제가 실수를 안할 수 있을까요? 선생님, 좀 도와주세요.
제가 머저리 같애요. 왜 이렇게 실수가 많죠?
00이님이 생각하기에 도저히 할 수 없는 실수를 자신이 한 것 같고 그래서 그런 자신을 바보같고 한심스럽게 여기고 있군요. 그러다 보니 기분까지 우울해지고 친구들 앞에 서는 것도 자신이 없어지구요. 스스로를 비난하면서 자신을 용서하지 않고 있군요.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서 뒤돌아보고 책임지려는 마음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00이님이 나름대로 문제에 대처하면서도 계속 괴로워하는 것은 효과적인 대처가 아니지요. 두가지 측면에서 실수에 대한 00이님의 대처 자세를 살펴봅시다. 아마도 이러한 것이 00이님이 실수를 한 행동에 대해 현실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처하는데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먼저 생각해 봐야 할 것은 00이님의 실수가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고 해서는 안되는 일인가 하는 것입니다. 혹시 00이님은 ''친구들 앞에서 결코 실수를 하면 안돼''하는 경직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세요. 이 생각을 ''친구들 앞에서 실수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실수를 하는 것은 싫지만 인간이므로 때로 실수를 할 수도 있고 나는 그것을 견디어 낼 수 있어''라고 바꾸어 보면 어떨까요? 자신의 실수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이 실수를 대하는 자세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지요. 어떤 생각이 보다 현실적이고 문제해결적인 생각일까요? 많은 경우 우리들은 ''결코 -해서는 안돼'' 또는 ''-해야만 해'' 하는 식의 생각을 가지고 있답니다. 이것은 문제를 보는 시야를 좁게 만들어서 다양한 대안들을 못 보게 만들지요. 이러한 생각보다는 ''때로는 -할수도 있어'', ''상황에 따라 할 수도 있고 못 할수도 있어''하는 생각이 융통적이고 현실적인 생각이지요.
00이님처럼 ''나는 언제나 잘해야만 하고 모든 일에 성공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면 어떤 일에 실패했을 때 자신에게 화가나고, 부끄럽고, 심하면 우울증에 빠질 수 있습니다. 또한 ''친구들 앞에서는 절대로 실수하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 참지 못하게 됩니다. 남 앞에서 실수하는 것을 생각만 해도 마음이 불안할 것입니다. 이처럼 실수를 지나치게 두려워한다면 우리는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게 됩니다. 자신이 완전한 존재가 아니며 실수할 수 있고 자신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실수를 성장하는 과정으로 삼으면 실수로 인한 스트레스가 감소할 것입니다. 또한 실수에 대한 대처도 보다 효율적이고 현실적으로 할 수 있을 겁니다.
실제의 자기 모습보다 비현실적인 자기의 이미지를 가지고 살 때 즐거움 보다는 짜증이 나며 의욕 또한 떨어지게 됩니다. 자기수용은 자기발전을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는 가운데 더 나아지려는 노력을 하세요. 자신을 받아들이지도 않고 나아지려 한다면 그것은 자신에게 굉장한 스트레스로 작용하며 자기비하, 자존감 상실이라는 부작용이 생깁니다. 한번 더 생각해 봅시다 지금 그대로의 자기를 받아들일 수 있는가? 자신을 보면서 ''지금 이대로의 내가 좋다''라고 말할 수 있는가?
다른 한가지 측면은 자신의 대처가 효율적인가 하는 것입니다. 00님의 경우 지금 실수에 대한 대가로 자신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이것도 하나의 대처라고 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효과적인 것 같지는 않습니다. 자기비난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자기비난을 하게 될 경우 생산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오히려 문제 자체를 왜곡되게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또한 계속적인 자기비난은 자존감의 손상이라는 문제까지 가져옵니다. 자기비난은 결코 문제에 대한 직접적이고 해결적인 대처가 아니며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음을 알기 바랍니다. 자기 비난 쪽에 쏟는 에너지를 문제 해결쪽에 쏟아 보십시오. 문제해결이란 문제를 인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는 실수를 통해서 배웁니다. 00이님도 자신이 한 실수를 통해서 배운 것이 있을 것입니다. 실수는 우리에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요. 따라서 실수를 할수록 어쩌면 그만큼 더 성장하게 된다는 얘기도 될 수 있을 겁니다. 실수를 성장의 기회로 삼는 것이 실수를 대하는 현명한 방법입니다.
요약해 보면, 실수를 있을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성장의 기회로 삼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생각 자체가 자기비난을 줄여줍니다. 실수에 대해서 자기비난을 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안됩니다. 자기비난보다는 문제해결에 관심을 두고 에너지를 쏟기 바랍니다. 이제 00님의 실수에 대한 시각이 달라졌나요? 그리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겠습니까? 실수를 통해서 한층 더 성숙하는 00님이 되어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