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머님께서 우연히 보게 된 따님의 편지 내용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들을 보고 깜짝 놀라신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 딸이 어린시절에도 거짓말을 했던 기억이 나고 또 이런 거짓말하는 좋지 못한 행동이 그동안 계속 되었나 싶고 또 이게 습관으로 굳어진 것은 아닌가 여러가지로 걱정이 많이 되셨을 것 같습니다.누구나 다 가끔은 거짓말하고 산다고는 하지만, 자식이 거짓말하는 것을 부모가 볼 때 ''다 그런거지, 뭐''하면서 넘겨버리실 수는 없겠지요. 어머니의 따님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느껴집니다.
아이가 가정환경이나 자신에 대해 부풀려서 편지를 쓴다고 하셨는데, 어머니 말씀대로 이것도 일종의 거짓말이겠죠. 편지가 아닌 실제 생활에서도 초등학교 때처럼 어머니나 주위 사람들에게 종종 거짓말하는 상황이 있지는 않은지 잘 살펴보셔야 겠습니다. 다른 상황에서도 거짓말을 한다면, 편지에서 아이가 거짓말하는 이유(자신을 부풀려서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서 나온 거짓말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만)와는 조금은 다른 이유에서 거짓말하는 것일 수 있고, 그 이유에 따라 다르게 대처하셔야 할 수도 있으니까요.
거짓말 하는데도 여러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 이유나 원인이 달라지기도 하구요. 유아기 때는 보통 현실과 환상을 구별하지 못하기 때문에 아이가 한 말이 부모님에게는 거짓말로 생각될 때가 있습니다. (만 4 ~ 7세가 되어야 현실과 환상의 구분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 때는 어렸을 때부터 아이 버릇고친다고 ''거짓말하면 안 돼!''하면서 타일러서는 안 되겠지요. 아이에게는 자연스러운 과정일 뿐이니까요. 유아기 이후 부모님이나 주위 사람에게 거짓말하는 이유 중 한가지는 처벌이나 야단맞는 것이 두려워서 거짓말하게 되는 경우입니다. 자신의 말이나 행동은 부모님이나 주위 사람의 지적, 거부, 처벌 등을 가져올 것이란 예상으로 당장의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하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는 보통 아이가 한 행동에 대해서 부모가 지나친 반응을 보여서 아이 스스로 부모에게 사실 그대로를 표현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던 경험을 했을 때 일어날 수 있습니다. 부모님이 오락실에 가는 것을 싫어해서 오락실가는 것을 야단맞았던 경험으로 오락실에 갈 때는 문방구에 갔다 온다고 거짓말하고 나가는 경우처럼요. 부모님 입장에서는, 자식의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더이상 하지 못하게 하려고 야단치고 벌주었던 것인데, 오히려 그 행동을 하지 못하게 막기는 커녕 그 행동을 계속 할 뿐만 아니라 거짓말하는 태도까지 낳게 한 경우가 되겠죠. 이렇게 되면, 부모님은 자식에 대한 실망감과 무력감에 빠지게 됩니다. 어떤 경우라도 ''무조건 그런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위압적으로 타이르시는 것은 오히려 아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줍니다. 심한 처벌이나 추궁보다는 왜 그런 행동을 해서는 안되는지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할 것이고, 그 사려깊은 설명뒤에는 부모님의 자식에 대한 사랑이 담겨져 있어야 하겠죠. 그리고, 무엇보다 부모님께서 행동으로 모범을 보이셔야 할 거예요. 부모님이 절대 거짓말하지 않는 모범을 보이셔야 그 자식들도 자연스럽게 정직한 행동을 본받을 것이고, 스스로 ''왜 거짓말해서는 안 되는지''에 대해서도 서서히 깨달아 가겠죠.
거짓말하는 또 다른 이유는 편지내용처럼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을 좀 더 잘 보이려는 마음에서 거짓말하는 경우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자기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스스로 받아들이지 못하니까 사람들에게 더 나아보이는 모습으로 과장하고, 위장하는 경우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잠시동안은 다른 사람들을 눈속임할 수 있을 지는 몰라도 지속적인 것은 아니죠. 자기 자신의 그대로의 모습을 보지 않으려는 시도이기도 하니까 자신을 속이는 것이기도 하구요.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모습을 사람들과 자기자신에게 속이니까 언제나 불안하고 편치 않을 거예요. 편지주신 어머니의 따님도 외국친구들에게 좀 더 잘 보이기 위해, 혹은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기 힘드니까 거짓말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그렇다면, 거짓말하는 문제는 결국 따님 자신이 스스로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지 않은 문제가 되겠죠. 자신에 대한 태도가 수용적이고 긍정적이라면, 자신을 다른 사람들에게 부풀려서 보일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너는 너의 그대로의 모습이 가장 사랑스럽고 예쁘다''란 태도를 어머니께서 조금이라도 전달하신다면, 따님에게 도움이 될 거예요.
어머니는 따님이 무엇을 더 잘 해서 더 사랑하시는 게 아니쟎아요? 따님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들을 발견해 내셔서 칭찬해 주시는 것도 좋겠구요. 어머니도 솔직히 따님에게 편지 글을 읽었다는 말씀을 하시고, 그 때의 걱정되고 실망되었던 심정을 그대로 솔직하게 얘기해 보시기 바랍니다. 모범이 되시는 거죠. 따님이 어떤 심정에서 쓴 글인지 따님의 이야기도 잘 들어보셔서 서로 이해할 수 있고,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갖게 되시기 바랍니다. 거짓말한 자체를 나무라기보다는 거짓말을 하게 되는 따님의 마음을 읽어주고, 공감해 주시길 바랍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