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시험 성적에 따라 입학이 제한되어 있는 고등학교에 다닙니다. 성적이 나쁘면 들어올 수 없기 때문에 저희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나름대로 ''공부 잘 한다''는 말을 들었던 아이들이지요. 물론 저도 그렇고요. 중학교 때 저는 전교 10등을 벗어난 적이 없었어요. 저나 부모님 그리고 선생님들도 당연히 이 학교에 들어갈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막상 학교에 입학하고 보니 전 별거 아니더라고요. 정말 잘난 친구들이 많았어요. 머리도 좋고, 성격도 좋고, 못하는 운동도 없는 그런 친구들 말이에요. 전 다른 것도 안하고 정말 열심히 노력해야 반 상위권에 들 수 있는데, 그 친구들은 놀 것 다 놀아도 성적이 좋답니다. 한 번은 대강 공부했다가 성적이 쭉 떨어진 적도 있었어요. 사실 제 자신의 능력에 대해 회의가 느껴질 때도 많아요. 학교 밖에서는 우수한 학생일지 모르지만 학교 안에서는 어느 정도 공부하는 성실한 학생일 뿐입니다. ''난 이것밖에 안되나''하고 생각하면 우울하고 답답해집니다. 뒤떨어지진 않을까 항상 불안하기도 하고요.
제 자신의 능력에 대해 회의가 느껴져요.
그토록 원하던 학교에 입학하고 보니 00님 정도는 보통이고 정말 잘나고 공부 잘 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스스로 초라하게 느껴지시는군요. 그 친구들은 공부만 잘하는 것도 아니라고 하셨어요. 성격도 좋고 운동도 잘 하고 못하는 것이 없다고요. 평소에는 노는 것 같은데, 성적은 항상 상위권인 머리 좋은 친구들이 부러우셨겠지요. 00님도 머리가 좋다는 말을 많이 들으셨을 텐데, 이 곳에 와서는 정말 열심히 노력해야 상위권에 들 수 있었으니까요. 성적이 떨어지진 않을까 항상 불안하고요. 무엇보다 나보다 훨씬 나은 사람이 있다는 자각, 그리고 자신은 평범한 사람일 뿐이라는 실망감에 우울하셨나 봅니다. 자꾸 자신의 능력에 회의가 온다는 말도 그런 뜻이겠지요.
늘 똑똑하고 우수한 학생으로 인정받고, 관심의 대상이 되다가 그러지 못했을 때 느끼는 실망감은 상당히 클 겁니다. 00님도 그러셨을 거예요. 00님 자신도 스스로를 우수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텐데, 그 생각이 흔들렸을 때는 얼마나 힘들고 난감하셨을까요? 분명히 학교 밖에서는 특별히 똑똑한 학생으로 대접받고 있지만, 학교만 들어가면 그저 평범하고 성실한 학생일 뿐이니까요. 우수한 학생이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특별하지도 않다는 묘한 위치가 00님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 것 같습니다. 아니 몇몇 친구들에게는 열등감마저 느끼는 것 같아요. 공부만 잘하는 것도 아니고 뭐든지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는 친구들 앞에서 처음으로 초라함을 경험했나 봅니다. 부모님에 대한 기대나 스스로 세운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데서 오는 답답함도 느꼈겠죠. 00님에게는 무척 가슴 아프고 우울한 경험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00님이 느끼는 심정, 열등감은 무척 주관적인 것이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열등감이란 것은 우리가 말하는 보통 이하의 성적이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만 느끼는 것은 아닙니다. 이 기준도 무척 임의적인 것이기 때문에 그들도 역시 자신감을 가지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답니다. 열등감은 잘 살거나 많이 배웠더라도 혹은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것이지요. 자신감이 없는 사람이나 스스로 단점이라고 여기는 부분에 대해서 열등감을 갖게 된답니다. 그리고 열등감은 언제나 남과 비교함으로써 생겨납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다면 딱히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 할 필요는 없을 테니까요. 00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생각하기 나름이지요. 이미 00님은 우수한 학교에 들어왔고, 그 곳에서도 역시 좋은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그것으로 00님은 우수한 학생이라는 것이 증명된 셈이잖아요. 기죽을 필요가 없어요.
00님 자신감을 가지세요. 00님은 잘 하고 있고 앞으로도 충분히 잘 할 수 있을 거예요. 그건 00님이 열심히 노력한다는 사실로 알 수 있지요. 그런 것은 별 것 아니라고요? 친구들은 놀면서도 공부를 잘 하는데 열심히 한 내가 성적을 유지하는 것이 무슨 자랑거리냐고 생각하시겠지요? 정말 머리가 좋은 친구들도 있을 겁니다. 다른 사람보다 집중력도 높아서 적은 시간에 남보다 큰 효과를 얻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들도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을 거예요. 아마 그 친구들도 밤을 새면서 공부할 겁니다. 단지 밖으로 드러내지 않을 뿐이지요. 열심히 노력하는 것은 창피한 것이 아닙니다. 땀 흘려 노력하고 결과를 얻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경험인데요. 이런 경험을 한 후에야 도약도 할 수 있답니다. 물론 인생을 성실히 살아갈 수도 있고요. 열심히 노력할 수 있는 것, 그게 바로 진정한 능력이 아닐까요? 이 정도 노력도 안하고 그 학교에서 우수한 학생이 되려고 했다면 00님이 너무 안이하게 생각한 거겠죠. 그러니까 우울해 할 필요는 없답니다. 어쩌면 경쟁심때문에 이런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르겠어요. 적당한 경쟁심은 나태하지 않고 더욱 노력하는데 힘이 되지만 지나치면 그것도 병이 된답니다. 열등감처럼 말이에요.
지금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데 주목하고 불안해 하지 마세요. 일단 최선을 다한 결과는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는 거잖아요. 분명히 좋은 결과가 있을테니까 미리 겁먹고 불안해 하진 마세요. 운동을 하거나 취미생활을 하는 것도 좋겠네요. 몸이 건강해야 공부도 할 수 있고 00님이 원하는 다른 일들도 할 수 있으니까요. 특히 운동을 하게 되면 정신도 맑아지고 우울한 기분을 벗어버릴 수 있을 거예요. 활기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취미를 하나 정해서 해 나가는 것도 좋답니다. 친구들을 부러워하지 말고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지금부터 시작해서 천천히 해 나가세요. 00님, 누가 더 잘 살지는 정말 살아봐야 아는 것이랍니다. 바로 앞의 성적에만 매달리지 말고 00님의 꿈과 미래를 생각하면서, 그렇게 멀리 보고 노력하세요. 그리고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지식보다 더 소중한 것은 지혜라는 것도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성실하게 살 줄 아는 사람이 분명히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00님도 그런 삶을 살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