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1학년 학생입니다. 중학교는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다녔고 고등학교에 가기위해 도시로 나왔어요. 제가 다니는 고등학교는 좋은 대학에 학생들을 많이 입학시키는 학교라고 알려져서 모두들 들어오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저는 학교생활에 적응하기가 어려워요. 학교 분위기가 너무 딱딱하고 엄격해서 숨이 막힙니다. 첫날부터 지금까지 ''공부 열심히 해라''라는 것 외에는 하지 말라는 말만 들었던 것 같습니다. 선생님들도 권위적이어서 다가가기 힘들고요. 학생들도 공부하는데만 신경쓴답니다. 꼭 군대같아요. 제가 다닌 중학교는 학생은 많지 않았지만 선생님과도 가깝게 지냈고, 분위기도 자유로왔어요. 학생도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었지요. 제가 너무 자유로운 학교를 다니다 와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이 학교에서 남은 시간을 보낼 생각을 하면 답답하기만 합니다.
엄격한 학교 분위기에 적응하기가 힘들어요.
새로운 학교, 새로운 도시에서 적응하느라 힘드시죠? 학교가 00님의 마음에 들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렇지 않은 것 같군요. 학교 분위기 때문이라고 하셨어요. 엄격하고 딱딱해서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고요. 남들이 들어가고 싶어하는 고등학교라는 것만으로는 00님의 불만을 줄이긴 힘든가 봅니다. 학생들은 공부하는데만 신경쓰고 다른 것에는 관심도 없어 보이고, 선생님들도 엄해서 다가가기 힘들었고요. 00님의 고민을 털어놓을 엄두도 나지 않았을 거예요. 그러다보니 자꾸 00님의 중학교시절과 비교하게 되었을 겁니다. 학생수는 많지 않지만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생활했던 때가 그리웠을 거예요. 앞으로 남은 고교시절을 어떻게 보내야 하나를 걱정하고 계실 정도로 힘드신가 봅니다.
사실 00님의 환경은 갑자기, 너무 많이 바뀌었어요. 먼저 도시로 나온 것이 그렇지요. 기본적인 생활무대가 바뀐 것이나 다름없으니까요. 고등학교를 진학한 것도 큰 변화중 하나입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분위기나 학업내용이 많이 다르답니다. 학습수준이나 기대치가 중학교와는 비교가 안될 만큼 갑자기 높아져서 열심히 공부해야만 진도를 따라갈 수 있지요.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미리 예습을 하는 것이 일반화되었지만, 그렇더라도 뒤쳐지지 않으려면 계속 노력해야 된답니다. 분위기도 중학교보다는 더 딱딱할 거예요. 특히 인문계 고등학교의 경우 많은 학생들을 우수한 대학에 보내기 위해서 학생들이 학업에만 열중하기를 바라지요. 학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 태도나 행동이 용납되지 않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많은 학생들이 고등학교에 들어온 후 적응하기 힘들어 한답니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말이에요. 이렇게 고등학생이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는데 00님은 그 외에도 여러가지 변화가 있었으니 적응하기 어려운 것이 당연할지도 모르겠어요. 특히 00님은 다른 친구들보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지냈기 때문에 고등학교 생활을 받아들기가 더욱 힘든가 봅니다.
물론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고등학교가 학업만 중시해서 운영된다면 진정한 교육기관이라고 할 수 없겠지요. 성숙한 사람이 되기위해 필요한 많은 활동들과 인간관계가 학교 안에서도 이루어져야 할 거예요. 아마 00님도 그렇게 생각하실 것 같아요. 그리고 00님이 생각하고 있는 바람직한 학교 모델중 하나는 00님의 중학교 같은 곳이겠지요? 물론 그 학교가 좋은 곳이었으리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중학교 시절이 좋아 보이는 것은 그 때가 이미 지나가서 다시 돌아올 수 없기때문은 아닐까요? 과거에 일어난 일은 더 좋게 생각되는 법이거든요. 그 때도 역시 나름대로 고민이나 불만이 있었다는 사실을 쉽게 잊지요. 혹시 지금의 생활이 예전에 00님께서 꿈꾸던 것은 아니었는지 모르겠어요. 도시에 있는 명문학교를 다니는 것 말이에요. 지나간 것을 그리워하고 비교하다 보면 현실은 더 보잘 것 없고 힘들어 보인답니다. 선생님이 엄격한 것은 어쩌면 학기초에 분위기를 다잡기 위한 것인지도 모르지요. 주위 친구들이 공부만 열심히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들도 00님처럼 긴장한 상태여서 여유를 가지기 힘들기때문일 수도 있고, 아직 그들과 친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생활과 마음을 잘 몰라서 그렇게 느낄 수도 있지요. 이제 시작인데 00님이 너무 성급하게 판단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학교 탓만 하면서 이렇게 지낼 수는 없지 않겠어요? 자율적인 생활을 하고 싶다면 00님이 먼저 자신을 가다듬어야 할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떻게 생활할 것인지 잘 생각해 봅시다. 아무리 규제가 심하다고 해도 간섭없이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은 반드시 있답니다. 대부분의 학교에는 특별활동이 있는데, 그 중 00님이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을 골라 들어가서 할 수 있는 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거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고 학업을 팽개칠 수는 없겠지요? 기본적인 것은 제대로 하면서 다른 일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00님의 의견이 더 잘 받아들여질 수 있기도 하고요. 00님, 가능하다면 학교나 선생님이 요구하기 전에 00님이 먼저 자신의 목표와 성취 수준을 정해보세요. 물론 00님에게 부담스러운 목표를 정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분위기나 주위 사람때문이 아니라 00님 자신을 위해 공부한다는 생각을 갖기 위한 것이죠. 외부의 힘에 의해 규제 당하고 끌려 다닌다는 생각 때문에 힘들어지는 겁니다. 적어도 00님의 생활은 스스로 이끌어 나가도록 노력하세요. 00님이 크게 신경 쓰이지 않는 규제라면 학교에 맞춰주고 넘어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네요. 그밖에도 잘 찾아보면 자율적으로 행동하고 00님의 의견을 나타낼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겁니다. 학교 분위기가 정말 맘에 들지 않는다면 00님의 힘으로도 바꿀 수 있는 부분부터 차차 변화시켜 보세요.
지나치게 빠르고 과격한 벙법은 반발을 사기 쉽답니다.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 천천히 다가가세요. 어때요? 갑자기 할 일이 많아진 것 같지요? 힘들어도 마음을 다잡고 새로운 생활을 즐겨 보세요. 수동적으로 젖어드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달려들어서 말입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에는 좋은 기억들이 많이 남을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