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제 짝궁을 이해할 수 없어요. 애가 무슨 일을 해도 빨리 하는 법이 없고, 남의 눈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 눈치에요. 공부도 중간 정도밖에 못하는 것 같고 그렇다고 운동을 잘 하는 것도 아니죠. 잘 하는 것이 없어요. 저 같으면 굉장히 속상하고 지기 싫어서라도 열심히 노력할텐데, 그렇지도 않는 것 같아요.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뭐가 좋은지 늘 웃고 다녀요. 다른 친구들은 제 짝궁이 성격 하나는 좋은 것 같다고 하지만 오히려 그 점이 바보같아 보여요. 청소를 할 때도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것은 그냥 자기가 해 버리죠. 그러면 다른 애들은 의례 제 짝궁이 그 일을 한다고 생각하게 되잖아요? 오히려 말을 해서 다른 애들도 그 일을 하게 만들어야 공평한 거라고 생각해요. 짝궁이랑 같이 밥 먹을 때도 짜증나요. 쩝쩝 소리를 내어 밥을 먹고 트림도 하거든요. 정말 하나에서 열까지 나와는 너무 달라요. 답답해서 같이 있고 싶지 않아요.
나와 다른 사람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아요
00님은 무엇이든 열심히 하시나 봐요. 어차피 할 일이라면 빨리 그리고 가능한 잘 하려고 노력하실 것 같고요. 아마 공부도 잘 하시겠지요? 학교에서는 똘똘한 학생으로, 집에서도 간섭이 필요 없는 아이로 칭찬받으며 생활하실 것 같군요. 자신은 물론이고 친구들도 잘 하는 것이 한가지 쯤은 있어야 하고 그렇지 못하다면 적어도 창피한 줄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이런 생각을 하는 00님에게 짝궁의 모습은 한심스러워 보일 거예요. 행동은 느린데다가, 특별히 잘 하는 것도 없고, 그렇다고 열심히 노력하는 것 같지도 않으니까요. 그런데도 걱정을 하긴 커녕 항상 기분좋게 웃고 다닌다죠? 더 답답한 건 다른 친구들은 그런 친구를 보고 성격이 좋다고 칭찬하는 것일 겁니다. 친구들이 그렇게 말하는 것은 짝궁이 다른 아이들은 하기 싫어하는 일을 꺼려하지 않고 알아서 하기 때문일 뿐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어요. 그렇게 해봤자 친구들에게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할 텐데 말이에요.
요즈음 00님의 생활이 즐겁지 않다면 그건 짝궁을 받아들기 힘들기 때문일 거예요. 자기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으니까요. 어른들도 그런 걸요. 하지만 계속해서 00님의 생각만이 옳다고 한다면 짝을 이해하기란 더욱 힘들 겁니다. 남보다 못하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답니다. 누구도 다른 사람에게 잔소리를 듣고 싶지는 않을 거예요. 그렇다고 해서 모두 다 같은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진 않는답니다. 비록 00님은 알 수 없었지만 짝궁은 자신의 방법대로 이 상황을 이겨내고 있을 거예요.
00님, 한 번이라도 짝이 되어 상황을 생각해 본 적이 있으세요? 답답하거나 싫다는 마음을 버리고서요. 짝궁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친구의 입장이 되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답니다. 아마 그 친구가 태평스러워 보이는 것은 낙천적인 성격때문일 거예요. 빨리 하진 못하지만 그래도 꾸준히 할 줄은 알지요. 당장에 무언가를 바꾸는 것 보다는 여유를 가지고 다가가는 것이 더 자연스럽고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할지도 몰라요. 자신이나 친구들에 대해서도 조급하지 않고 여유로울 수 있답니다. 공부가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죠. 중간 정도면 되었다고 볼 수도 있어요. 친구들이 싫어하는 일을 아무말 없이 하는 것도 그래요. 즐거운 일은 아니지만, 혼자서 하다보면 결국은 같이 하려는 친구가 생길지도 모르고요. 지금까지 식사예절이 나쁘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의 습관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수도 있답니다. 어때요? 자신의 생각을 잠시 접고 다시 보면, 지금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던 점이 보이지요? 그 친구의 장점도 찾아 볼까요? 우선 잘 웃어서 다른 사람들까지 즐겁게 해주는 것이 있겠네요. 다른 사람을 여유롭게 지켜보는 것도 장점이고요. 친구들이 싫어 하는 일을 나서서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겠지요? 찾아보면 얼마든지 좋은 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친구가 잘 하는 것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짝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친구를 이해하기 위한 좋은 방법이랍니다. 혼자서 생각할 때와는 다른 느낌을 받을 거예요. 새로운 생각을 할 수도 있고요.
반대로 00님을 돌아 봅시다. 친구들은 00님의 모습을 부러워하고 좋아만 할까요? 어떤 사람이 보기엔 00님은 자기 일밖에 모르고, 너무 빈틈이 없어서 다가가기 힘들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어쩌면 짝궁은 00님이 여유없이 안달하며 산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고요. 어떤 성격이든 모두 장담점이 있답니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좋게도 혹은 나쁘게도 볼 수 있지요. 사람은 그 생김새 뿐만 아니라 생각도 모두 다르답니다. 당연히 중요하게 여기는 것도, 일을 하는 방법도 같지 않지요. 이런 차이를 인정할 수 있어야만 진정으로 사람을 사귈 수 있는 거예요. 이 차이를 인정하지 못하고 자신의 생각만이 옳다고 한다면 나와 다른 사람은 마치 쓸모없는 사람처럼 보일 겁니다. 그러면 융통성이 없고 편견에 찬 사람이 되기 쉽지요. 민족간의 싸움이나 종교분쟁은 이런 편견이 만들수 있는 극단적인 사건 중의 하나랍니다. 자신과 다른 생각이나 종교를 가진 사람은 인정하지 못하는 거죠. 자기 민족이 가장 우수하고 다른 민족은 쓸모없다고 생각합니다. 21세기는 다른 나라와의 접촉이 더 잦아질 거예요. 다양한 문화속에 살게 되겠지요. 나만 옳고 더 낫다는 생각으로는 살아갈 수 없을 겁니다. 각 나라의 특성과 문화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태도가 필요하겠죠. 00님은 21세기를 살아갈 사람입니다. 지금부터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태도를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주위의 친구들을 이해하는 것이 세계를 이해하는 출발점이 될 거예요. 서로 다르기 때문에 끌리기도 하고 배우는 것도 있고 자신도 되돌아볼 수도 있는 거랍니다.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을 다르게 보는 법을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공부하는 것도 모두 사람을 이해하기 위한 것임을 기억하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