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저는 잘하는 것이 왜 이렇게 하나도 없을까요? 남들 하는 만큼 공부도 하는데 성적은 영 오르질 않아요. 그렇다고 다른 집처럼 돈이 많아서 음악이니 미술이니 학원을 다닐 돈도 없어요. 제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것은 컴퓨터예요. 하지만 컴퓨터 관련학과로 대학에 가려면 공부를 잘해야 하잖아요. 그렇다고 특별히 친구들과 어울려 놀러 다니는 것도 아닌데, 요샌 매사에 의욕이 없고 책상에 앉아서도 멍하니 딴 생각을 할 때가 많아요. 속 모르시는 엄마, 아빠는 자꾸 무슨 고민이 있냐고 물어 보시지만 이야기하기도 싫어요. 이렇게 흐리멍텅한 제 자신이 너무너무 싫어요.
저는 제 자신이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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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난 것 하나 없는 자신이 초라하고 답답하게 느껴지시는가 보군요. 그래서 생활의 의욕도 없어지구요.
그렇지만 다른 사람은 가지고 있는데 나에게는 없는 것을 가지고 안타까워하고 슬퍼하기 시작한다면 아마 한도 끝도 없을 거에요. 그리고 자신에게 만족할 수 있는 사람도 없을 거에요. 우리가 보기에는 모든 것이 풍족한 사람이라도 반드시 없는 것이 한 두 가지는 있기 마련이니까요.
**님! **님이 절대 포기해서는 안되는 것 중 하나는 **님의 꿈입니다. 특히 컴퓨터를 좋아한다면 분명 그 방면으로 재능이 있을 거에요. 비록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나에게 가장 뚜렷한 흥미 분야는 결국 나의 재능이 될 수 있거든요. 소위 명문 대학이 아니라도 그 재능을 살릴 수 있는 길은 다양하게 열려있습니다. 미리 포기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또한 그 재능을 살리기 위해서는 시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시간에 대한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세요. 내가 하루에 할 수 있는 공부량이 어느 정도인지 테스트를 해보고 (방법 : 1시간 동안 수학공부를 해보니 나는 5페이지 정도를 푸는데 하루에 3시간 정도 공부할 수 있으니 나의 하루 수학 공부량은 15페이지다 등) 그 공부량을 다한 날에는 나름대로 상도 주어가면서 (좋아하는 음악듣기, 만화책보기 등) 하루하루 구체적인 목표와 씨름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원대한 꿈을 품는 것은 쉽지만 그것을 하루하루 이루어 가는 것은 꾸준한 끈기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실 더 힘든 일이고 그래서 더 가치가 있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런 노력의 과정은 시험점수가 당장 오르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이 인정해 주지 않아도 가치가 있고 **님의 꿈을 향해 하나씩 올라가는 계단이 되어줄 것입니다. 그렇게 땀흘리고 있는 **님의 모습을 어느 순간 무척 자랑스럽게 여길 날이 올거라 믿습니다. 힘내십시오.
[인천교대 학생생활연구소 신을진 선생님]
[상세정보]
**님이 느끼는 감정이 어떤 건지 저도 알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공부를 못하면 다른 어느 것도 할 수 없다고 느낄 만큼 '공부' '공부'하면서 강조를 많이 하니까요. 그러니 '만일 공부를 못한다면 (그렇다고 다른 특별한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모습이 초라하고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요.
그런데 어른이 된 이후에도 비슷한 상황이 참 많이 있습니다. 성적은 아니지만 그것을 대신하는 것, 즉 돈, 명예, 외모 등으로 사람이 평가되는 경우 말입니다. 그래서 두 가지 종류의 사람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많이 가진 사람이 되려는 사람과 가진 것을 즐기는 사람. 많이 가지려고 하는 사람은 자신에게 없는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행복해지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가진 것을 즐기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것을 보기보다는 자신의 가진 것을 기쁘게 여기고 더 발전시켜 가려고 하기 때문에 행복하게 느끼는 시간이 더 많아집니다. **님은 어떤 어른이 되고 싶으세요?
**님! **님이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남보다 공부도 잘하는 것도 아니고 집이 부자인 것도 아니고 특별한 예·체능 쪽의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난 가진 것이 없다' 입니까? 어쩌죠? 제가 보기엔 **님도 가진 것이 있는 사람인 것 같은데요.
그건 첫째는 나도 뭔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다는 바람이고 (사실 나 자신에 대한 실망의 이면에는 나에 대한 기대가 깔려있기 마련이지요), 그리고 어른이 되기까지 남아있는 엄청난 시간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외에도 많이 있겠지만 일단 제게 가장 크게 보이는 것은 그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 **님이 가진 자원은 **님이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줄 것입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님은 컴퓨터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소위 명문대라고 불리는 대학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적성을 살릴 수 있는 학과가 있는 **님의 성적에 맞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을 겁니다. 또한 학원을 통해 자격증을 취득하고 취업을 하는 길도 있습니다. 특히, 요즘은 전문기술이 중시되고 있기 때문에 학교보다는 자신의 적성에 맞는 분야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컴퓨터 같은 경우에는 최첨단의 여러 업종과 연결되어 있으므로 더더군다나 이 분야의 기술이 있다면 **님이 흥미를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두 번째, **님이 가지고 있는 시간 말인데요, 그 시간을 보다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전략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내가 이룰 꿈이 원대하니까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살아간다는 막연한 생각만으로는 시간을 잘 사용하기가 어렵습니다.
시간을 잘 사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하루를 잘 보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욕심 내지 않고 그날 할 수 있는 일을 일단 해치우는(?) 것!! 그럼 어떻게 해야 적당한 양의 공부를 했다고 볼 수 있는 걸까요? 방법은 이렇습니다. 먼저 1시간 정도 수학이든 영어든 공부를 해보는 겁니다. 이 시간 동안에는 너무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딴 생각만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할 수 있는 만큼 일단 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내가 1시간 동안 수학 책을 5쪽정도 푸는구나라든가 영어단어는 10개 정도 외우는구나 등 자신이 할 수 있는 공부량을 파악해야 합니다.
그리고 하루 동안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 미리 생각해서(3시간 혹은 4시간 등) 공부량을 정해 둡니다. 수학은 15쪽, 영어단어는 30개 등. 정해 놓은 양을 다하면 나에게 상을 주고 예상보다 빨리 끝내면 남은 시간에는 내가 하고 싶은 다른 일을 하도록 합니다. 이렇게 일주일 정도를 하다보면 내가 일주일 동안 할 수 있는 공부의 양이 감이 잡히고 한달 혹은 일년 계획도 나에게 맞게 세울 수가 있게 됩니다. 처음에는 이와 같이 자신이 정한 공부량을 하루하루 채워가는 것 자체로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시험을 봤는데 당장 점수가 오르지 않아도 실망하지 마십시오. 부모님이나 선생님 심지어 친구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내가 세운 계획을 꾸준히 해나가는 자신을 대견하게 생각하고 간혹 칭찬도 아끼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자신과의 싸움을 꾸준히 싸워 가노라면 공부하는 것이 꼭 다른 사람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해나가야 할 훈련같이 느껴질 것입니다. 그리고 **님이 세운 꿈을 이루는 것이 그렇게 멀고 암담하게만 느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당장 이루어지지 않아도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항상 길이 열리기 마련입니다. **님, 힘내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