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고 2 남학생입니다. 요즘 너무 살기가 힘들다는 생각이 들어요. 엉뚱하다고 생각하실 지는 모르겠지만 사실입니다. 공부도 하기 싫고 학교도 가기 싫어요. 그리고 집에도 가기 싫구요. 그냥 모든 것이 다 싫습니다. 공부가 아무리 힘들어도 집에서 쉴 수 있으면 괜찮을 텐데 집에 와도 제가 듣는 소리는 부모님의 '야단'과 '명령' 뿐입니다. '이래라, 저래라'.. 가만 생각해보면 전 부모님께 칭찬을 들은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아무리 성적을 잘 받아가도 칭찬보다는 '어떤 어떤 과목은 왜 못했느냐, 이 점수가 더 올라갔으면 성적이 더 잘 나왔을 거 아니냐'라는 식으로만 말씀하세요. 제가 공부를 전혀 못하는 편이 아닌데도 '잘했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어요. 이제는 저도 지칩니다. 도와주세요.
부모님한테 칭찬을 들어본 적이 없어요
oo님, 안녕하세요. oo님의 글을 보니 oo님이 얼마나 많이 지쳐있는지 알 것 같습니다. 부모님께 듣는 말은 늘 못한 것에 대한 지적뿐이고 칭찬은 전혀 없으니 지금까지의 학창시절이 oo님께 많이 힘들었을 겁니다. 이제 고 3도 얼마 남지 않아서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만으로도 충분히 버거울 텐데 부모님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해 더 스트레스가 쌓이겠지요. 그래서 요즘 oo님이 모든 일에 의욕을 잃고 힘들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oo님, 이렇게 힘든 시기에 누군가로부터 격려와 칭찬을 받으면 힘이 날 겁니다. 그런데 왜 부모님께서는 oo님에게 격려와 칭찬보다는 비난을 하고 계실까요? 아마 그 이유는 oo님께서도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부모님께서는 oo님이 조금 잘했다고 우쭐하지 말고 더 분발하라는 의미에서 못한 것에 대한 지적을 하셨을 거에요. 부모님이 비난만 하신 것이 결코 oo님에게 좋은 영향만 준 것은 아니지만 우선 부모님의 의도는 충분히 이해하고 넘어갔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부모님이 그렇게 비난만 할 때 oo님은 어떤 태도를 취했는지 살펴보기로 해요. 부모님의 좋은 의도를 이해한다 해도 어쨌든 oo님은 힘든 상황이니까 oo님의 생각과 감정을 부모님께 잘 전달하는 일이 필요할 거에요. 어쩌면 부모님은 oo님이 그런 비난에 크게 상처받아왔는지 잘 모르실 수도 있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지금까지 쌓인 감정들을 한꺼번에 풀어내려고 하면 안되요. 왜냐하면 부모님은 oo님을 잘 되게 하기 위해서 그러신 거지 oo님을 힘들게 만들려고 그러신게 아니니까요.
부모님께 oo님의 생각과 감정을 잘 전달한다는 일이 쉽지 않을 거에요. 오히려 부모님께서는 oo님이 대든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oo님도 감정이 북받쳐 올라 진짜 하고 싶은 말을 못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선생님이 최대한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지 않게 하고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법을 알려드릴께요. 그건 'I-message'라고 해서 문장의 끝을 자신의 솔직한 감정으로 맺는 거에요.
예를 들어. oo님 같은 경우에는 '아빠, 엄마가 저에게 못하는 것만 지적하시는 것 같아 많이 섭섭하고 주눅이 들어요.'라고 말할 수 있겠죠. 이 문장에서처럼 'I-message'란 상대방을 공격하는 메시지는 담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으로 인해서 내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를 표현하는 거에요. 위의 문장 대신에 '아빠, 엄마는 어떻게 늘 나에게 비난만 할 수가 있어요? 정말 너무 하세요!'라고 말을 한다면 부모님도 oo님이 공격한다고 느끼시고 방어를 하시게 될 거에요. 중요한 건 oo님이 부모님께 섭섭한 거잖아요. 한편으로는 원망스럽기도 하구요. 그런 감정들을 표현해보세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진솔하게 표현할 때는 상대방의 상태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겠죠. 아빠가 직장일로 많이 힘들고 화가 나있는데 oo님이 그런 이야기를 하면 아무리 oo님의 의도가 좋아도 아빠는 받아들이시지 못할 수도 있을 거에요. 가능하면 두 분의 기분이 좋을 때 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겠죠.
혹시 oo님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했는데도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어요. 그렇다고 해서 '그래! 우리 부모님이랑은 말이 안돼! 소용없어!'라고 너무 쉽게 단정짓지 마세요. 지금까지 oo님으로부터 그런 메세지를 들어본 적이 없는 부모님으로서는 참 당황스러운 일이 될 수도 있거든요. 시간을 가지고 조금씩 조금씩 노력을 해보세요. 그러면 언젠가는 oo님의 진심을 알아주실 거에요.
그리고 oo님에게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은 부모님이 oo님께 큰 영향을 미치시는 분들이라는 건 알지만 이제 조금씩 그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는 거에요. oo님 마음속을 들여다보세요. 어쩌면 부모님 이상으로 oo님 스스로가 oo님에게 혹독한 비판을 가하고 있는지도 몰라요. '넌 왜 이정도도 못하니? 더 잘할 수도 있었잖아!'하고 말이에요. 부모님께 oo님 마음을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oo님 스스로가 자신을 칭찬하는 것도 중요하답니다. 스스로에 대한 칭찬은 더 큰 영향력을 가지니까요.
자신에 대한 칭찬을 거의 해본 적이 없다면 오늘부터라도 시작해보세요. 너무 큰 것을 칭찬하려고 하지 말고 아주 작은 것부터 칭찬하는 거에요. 자신에 대한 칭찬이 쌓이면 자신감도 생기고 공부에 대한 의욕도 생길 거에요.
oo님, 참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이 시기를 잘 극복한다면 나중에 인생을 살면서 부딪힐 여러가지 시련들을 훨씬 더 잘 극복할 수 있게 될 거에요. 지금부터 연습해나간다고 생각하고 조금씩 노력해보길 바랍니다. 힘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