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략정보]
정말 조마조마하고 걱정스러운 상황이군요.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 법. 이 글을 보니 **님은 지금 그 순간의 실수를 후회하고 있고, 부모님께 충격을 주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도움을 청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뭔가 해결책을 찾는 모습에 신뢰가 가는군요.
자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일까요? 가장 깨끗한 해결책은 정직과 책임으로 밀고 나가는 것입니다. 당장은 불벼락을 맞겠지만 부모님께 사실대로 고백을 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던지 용돈을 아껴 그 돈의 전부 혹은 일부를 갚음으로써 스스로 그 일에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는 데는 물론 적지 않은 용기가 필요하고 노력도 해야할 것입니다.
만일 부모님 모르게 문제를 해결하려면(그것이 가능하다 해도) 죄책감 때문에 마음이 찜찜하겠고, 약간의 거짓말도 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보면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는 기회를 놓치고 대신 그런 일을 쉽게 반복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나중에 **님이 부모의 입장이 되었다고 가정하면 자녀에게 어떤 길을 권하고 싶습니까?
[서울대학교 서혜경 선생님]
[상세정보]
지금 **님이 빠진 상황은 사실 성장기에 누구나 겪는 일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때때로 유혹에 넘어가기도 하고 돌아서면 후회하게 될 잘못을 저지르기도 합니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호기심도 많은 청소년기에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따라서 **님이 지금 고민하고 있는 잘못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있을 수 있는 실수ㅡ성장의 밑거름이라고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물론 **님의 고민은 이해가 됩니다. 실수라고는 하지만 왜 그런 어리석은 일을 했는지 후회스럽고, 사실이 알려지는 것이 두려울 수도 있습니다. 또 생활이 어려운 부모님에게 힘이 되지는 못할 망정 너무나 큰 실망을 주게 된다든지, 알려지면 **님의 신용과 체면이 무너지게 되는 것도 모두 고민거리일 것입니다.
부모님 몰래 사태를 수습하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겠지요. 어디 돈을 꿀 데만 있다면... 그런데 뭐라고 핑계를 대고 돈을 마련할 것인가? 또 그 돈은 어떻게 갚아나갈 것인가? 만일 아르바이트를 한다면 그 아르바이트에 대해 부모님께는 뭐라고 변명을 할 것인가? 머리가 아주 복잡하고 어디서부터 실마리를 풀어야 할지 그저 캄캄하고 마음이 무거울 것입니다.
하지만 엎질러진 물을 다시 주워담는 방법은 없습니다. 시간을 돌이킬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따라서 헛된 바램이나 망설임 속에서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보다는 마음을 정하고 행동에 옮기는 것이 자기 자신을 돕는 길입니다. 자, 한번 부모님께 말씀드릴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용기를 내어볼까요?
먼저, 어쩌다 그렇게 되었는지 솔직하게 말씀드리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그리고 부모님이 어떻게 나오실 지 한번 예상해 보세요. 얼마나 놀라실까요? 또는 어떤 심한 말을 하실까요? 하지만 처음 듣는 부모님이 놀라고 실망하고 비난하는 것은 예상할 수 있는 일이지요? 그저 머리를 숙여 마음 속 그대로(죄송하다고, 왜 그런 실수를 했는지 정말 후회된다고) 말씀드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가장 최선이기도 하고 또 달리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다음에는 써버린 돈을 마련할 방법을 생각해서 부모님께 제안해 봅니다. "저의 잘못을 뉘우치는 의미에서 제가 어떤 아르바이트를 해서 몇 개월에 걸쳐 그 돈을 갚도록 해주세요"라고 구체적으로 말씀드립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방법보다는 50%만 갚더라도 실현 가능한 방법으로 제안합니다. 이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므로 무리하게 계획하지 말고 지킬 수 있는 만큼 계획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잘못을 고백하고(이것이 가장 중요하고 힘든 일이지만) 그 잘못을 보상할 방법을 찾은 다음으로 남는 일은 자신의 손상된 체면과 신용의 문제겠지요.
하지만 생각해 봅시다. 실수를 인정하거나 잘못을 고백하는 것은 또 한편으로는 상당히 용기 있는 행동이기 때문에 오히려 당당하게 보입니다. 그리고 잘못이 발각되는 것보다는 스스로 고백하는 편이 체면과 신용에 타격이 덜할 것입니다. 만일 약속한 해결책을 제대로 지킬 수 있다면 체면과 신용은 더욱 향상되겠지요? 이 정도로 예상되는 상황을 대비해도 용기가 나지 않는다면 가족과 가까운 친지와 사전에 의논하여 함께 말씀드리거나, 편지로 먼저 사정을 말씀드리고 나중에 만나는 방식으로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용기가 필요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누가 대신 해결해줄 수 없는 문제라는 것도 분명하지요.
자 이쯤에서 어릴 적 아버지가 아끼는 벚나무를 찍어버렸다는 미국 대통령 워싱턴이나 모파상의 단편소설 '목걸이'를 한번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지요? 워싱턴은 새로 산 도끼날을 시험하느라 그만 무심코 뜰에 있는 나무를 베었는데 그것이 아버지가 애지중지 하던 나무였더랍니다. 어린 마음에 겁이 덜컥 났겠지만 사실대로 얘기했고, 워싱턴의 아버지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지만 사실대로 이야기한 아들의 용기에 감탄하여 용서해 주었다고 합니다. 결국 살아가면서 잘못은 저지를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며,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그 일을 어떻게 처리하고 넘어가느냐 하는 것입니다. [서울대학교 서혜경 선생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