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요즘 집에 들어가는 것이 점점 더 싫어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어렸을 적부터 시작된 아버지의 구타가 점점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아버지는 변변한 직장도 없어서 고생하신 엄마를 술만 드시면, 우리들 앞에서 무안을 주시든지 결국은 때리기까지 하십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도 많이 맞았지만 제가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는 가능하면 그런 상황을 피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엄마도 너무 불쌍하구요, 맞고만 있는 엄마가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아버지가 엄마를 자꾸 때려요.
[간략정보]
가족 안에 있는 어려움을 다른 사람에게 꺼내놓기란 참으로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도움을 청한 것이 정말 대견하게 여겨지는군요. 우리는 모두 행복한 가정을 꿈꾸는데도 불구하고 실상은 그렇지가 않을 때가 참 많습니다. **님 역시 어렸을 때부터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을 겪어 오셨군요. 이제는 성인이 다 되어가면서 '이 문제에 대하여 계속 이렇게는 안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드셨을 지 모릅니다.
그것은 정말 잘하신 일입니다. 계속해서 가정 내에서 일어나는 폭력을 방치하게 된다면, 아빠에 대해서도, 그리고 무기력한 엄마에 대해서도, 그리고 견딜 수밖에 없는 나 자신에 대해서도 희망을 가질 수 없는 무력한 상태로 빠질 수밖에 없답니다. 그리고, 예전에는 나도 어렸기 때문에 이 일들을 어떻게 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님이 가족의 문제는 한 사람만 해결되면 끝나는 문제가 아니고 모든 가족 한 명 한 명이 다 변화되어야 하는 문제임을 깨닫고 그러한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시기가 되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버지가 엄마를 때리는 일은 아버지께서 그 분 인생의 실패감과 좌절감, 그리고 불행했을지도 모르는 어런시절의 경험을 바꿀만한 다른 대안이 생기기 전까지는 멈추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어머니 역시 '자식들 위해서 어쩔 수 없어'라는 심정으로 그냥 견뎌보려고 하는 데에서 변화가 일어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계속되는 폭력으로부터 **님이 지금 할 수 있는 일 중의 하나는 전문상담의 도움을 받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청소년상담실이나 폭력문제를 다루는 가족상담소가 있으며, 때로는 너무 심하게 엄마가 맞는다면 여성의 전화 등에서 운영하는 쉼터와 상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는 경찰에 신고하실 수 있습니다.
[연세대학교 전명희 선생님]
[상세정보]
오랫동안 부모님의 문제로 고민을 많이 하다가 그래도 이렇게 용기를 내어 상담을 요청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인 것 같습니다. 내 문제라면 모를까 사실 이렇게 가족 전체가 걸려있는 문제들은 실상 우리 힘으로만은 해결하기 어려울 때가 많이 있지요. 그런 것에 대하여 도움을 줄만 한 곳에 도움을 청한 것은 현명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누구든 우리 가정이 행복하고 아무 문제없는 가정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않은 우리 가정의 모습을 보면 참으로 절망적이고, 또 더 이상 집에 있고 싶지 않은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버지에 대하여 분노의 감정이 치솟아 오르기도 하구요, 또 그동안 고생하면서 살아오신 엄마 때문에 너무 마음이 아프기도 한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이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것에 대하여 엄마에 대해 답답함을 느끼고도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 엄마는 이러한 상황이 너무 자주 일어나고 익숙해져서 이제는 아무런 희망도 얻을 수 없는 무기력감에 빠져있는 것 같습니다.
아버지가 엄마를 때리는 일은 아마 어제 오늘 일은 아닌 것 같네요. 그리고 아마도 그 일이 멈추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면 아버지가 살아오면서 겪었을 지도 모르는 실패감과 좌절감, 그리고 혹시 아버지도 아버지의 부모님으로부터 맞으면서 자란 경험이 있을 지도 모르는 그러한 것들이 아버지로 하여금 삶에 있어서 다른 긍정적인 경험을 별로 못하게 하였을 것이구요.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술을 마시거나, 또는 폭력을 휘두르는 일로 연약한 모습을 숨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답니다. 그렇기 때문에 폭력을 멈추시기 위해서는 그동안 아버지께서 잃으셨던 여러 가지를 대치할 수 있는 변화들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것은 어머니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됩니다. 어머니도 처음에는 그러시지 않으셨겠지만 '나 하나만 참으면 괜찮겠지'라는 마음이나 '자식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어'라는 심정으로 계속해서 이 상황을 견디다 보니까 이제는 다른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실 거예요. 그러나, 폭력이란 언제 무슨 일을 부를 지 모르는 상당히 위험한 행동입니다. 따라서 가족 안에서 일어나는 폭력의 문제는 단순히 때리지 못하도록 하는 것 이상의 많은 도움들이 필요합니다.
**님에게 있어서도, 그리고 혹시 형제자매들이 있다면 그 동안 참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잘해보고자 애를 쓰고 지금까지 버티어 온 것에 대하여 정말 위로를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계속되는 폭력을 방치하기보다는 변화를 위한 조그마한 일이라도 시도하시기를 원하는 마음에서 어머니와 아버지에게도 변화가 필요함을 깨닫고 상담과 같은 전문적인 도움을 받기를 권합니다. 혼자서는 어려운 일들에 대하여 이렇게 글로 적어드리는 것 이상으로 적절한 도움이 될만한 곳이 있답니다. 청소년상담실이나 폭력문제를 다루는 가족상담소 등을 찾으십시오.
때로는 너무 심하게 엄마가 맞으신다면 여성의 전화 등에서 운영하는 쉼터 등으로 어머니를 모셔다 드릴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위험해질 것 같은 위기감이 들 정도로 폭력이 심한 순간에는 경찰의 도움을 청할 수도 있습니다. 이 방법이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지만 방치하고 그냥 이대로 무력하게 있기보다는 엄마에게, 그리고 아버지에게도 지금의 상황을 타개할 수 있도록 기회와 시간을 드리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님에게 있어서도 가족문제를 회피하기보다는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극복해보는 것이 앞으로 **님께서 새로운 가족을 이루실 때에 **님이 받았던 상처의 영향을 줄이고, 가정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정말 힘내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