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저는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입니다. 이제 곧 3학년이 되는데, 저희 가족들은 제게 관심이 없어요. 특히 저희 엄마는 제가 시험을 쳤는지 밥은 먹었는지 도통 관심이 없는데, 그렇다고 엄마에게 항변할 수도 없는 처지입니다. 저희 할아버지, 할머니가 중풍으로 쓰러지셔서 간호하시느라 너무 힘드시거든요. 옆에서 보기에도 너무 안쓰러울 때가 많아서 '그냥 팔자려니' 하고 넘겨왔지만 이젠 고3이잖아요.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어쩐지 자꾸 부아가 납니다.
엄마가 중풍 걸리신 할아버지, 할머니 간호하시느라 우리한테는 관심도 없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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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무척 힘들겠군요. 집안에 환자가 그것도 두 분이나 계시니 가족들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겠어요. 특히 어머님의 고생은 말이 아니겠습니다. 딸된 입장에서 보기에도 안쓰러울 정도라니 말이죠. 그런 상황에서 **님에게 관심 좀 가져달라고 요구하기도 어렵겠고, **님도 무척 예민해질 시기인데 이런 저런 상황에 무척 답답하고 짜증스럽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생각도 드네요. **님이 이해는 하면서도 괜히 부아가 난다고 하셨는데, 정말로 어머니가 할아버지, 할머니에게만 신경 쓰고 **님에게는 관심을 가져주지 않아서 부아가 나는 것일까 하구요. 어쩌면 **님이 고 3이 된다는 압박감 때문에 지금의 상황에 더 크게 불만을 느끼고 있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만약 **님이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다면 어머님이 **님에게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어머니가 여유가 없어서 관심은 있어도 어떻게 해줄 수 없는 걸거야' 라고 생각하지 않았겠어요?
고 3 수험생으로서 가족들의 배려와 관심을 받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그 마음의 이면에는 아마도 공부에 전념해서 자신이 원하는 일을 성취하고자 하는 마음이 강하기 때문이겠죠. 다른 소소한 문제들로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말이죠. 마음이 조급해지니까 아마 어머니의 사정을 알면서도 자꾸 부아가 나고, 상황이 불만스럽고 그런 것 같습니다.
[강재연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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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님에게는 지금의 불만스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한 가지 뿐입니다. 어머니에게 관심 가져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닐 뿐더러 어머니에게는 **님이 그 무엇보다 소중한 자식이라 하더라도 어머니로서 **님에게 해주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겁니다. 어머니의 태도를 바꿀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렇습니다. 바로 **님의 마음을 다스려야 하겠습니다.
마음을 다스리는 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만 여기서는 대표적인 방법 한가지를 알려 드릴께요. 마음이 조급해지고 불안해지면 '내가 지금 무엇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생각해 본 후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도록 노력해보세요.
먼저 불만스럽거나 짜증이 나서 힘든 상황이라면 먼저 그 상황을 이해해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왜 짜증이 났는지, 자신이 주로 어떤 때 짜증을 느끼는지 이해하고, 그 다음으로 자신의 반응에 대해 이해해야 합니다. 짜증이 나거나 불만스러울 때 신체적인 변화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어떤 행동을 하게 되는지, 그리고 짜증을 내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자신의 불편한 마음을 안정시켜야 겠지요? 마음을 안정시키려면 먼저 심호흡을 크게 하고, 근육을 풀어주는 방법을 써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긴장하거나 불안하거나 화가 나면 몸이 뻣뻣해지고 호흡이 가빠지거든요. 이럴 때 호흡을 조절하고 근육의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몸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 상당히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나서 몸의 긴장이 어느 정도 풀린 것 같으면 현재의 감정상태에 머물러서, 차분히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화가 난 이유를 생각해보는 것이죠.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다 보면 불편했던 감정은 어느 정도 수습이 됩니다.
만약 사람과의 관계에서 불만을 느끼고 있다면 이런 연습 뒤에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거나 상대방의 입장을 들여다보는 방법을 취해볼 수 있겠습니다. **님의 경우라면 어머니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거나 어머니가 어떤 입장에 놓여 있는지 생각해 보는 것이겠지요?
**님이 힘들고 짜증나는 만큼 **님의 어머니도 괴롭고 힘이 드실 겁니다. 어머니도 **님과 다르지 않은 '인간'이거든요. 어머니에게도 당신의 삶이 있고, 감정이 있고 그래서 기쁠 때도 있고 슬플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곧잘 잊곤 하지요. 어머니는 우리가 원하는 것이면 뭐든지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해주지 않으면(설령 그것이 해주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더라도) '어머니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나에게 관심이 없다'고 쉽게 생각해 버리게 됩니다. **님이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어머니에 대해 그런 생각들을 가지고 성장하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어머니에게도 **님같은 꿈많은 소녀시절이 있었을 겁니다. 지금처럼 힘들게 시부모 병간호하면서, 집안 살림하면서, 그렇게 자신의 꿈도 희망도 뒷전으로 한 채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누구보다 어머니에게는 지금이 고달픈 시기일 것입니다. **님이 어머니의 관심과 사랑을 원하는 마음만큼 어머니도 그렇지 않을까요?
**님도 이제 곧 한 사람의 여성으로 성장하겠지요? 멀지 않은 얘깁니다. 어머니께서 **님에게 서운하게 하신다 하더라도, 어머니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같은 여성으로서 이해하고 감싸며 도와드릴 수 있겠지요. 어렵겠지만 지금부터 **님이 노력한다면, 어머니와 지금 가정상황에 대한 불만스러운 마음을 잘 다스릴 수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