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님의 글을 읽다보니 선생님 마음이 아파오네요. 갑자기 아빠가 회사를 그만 두시게 되셔서 생활이 말이 아닐 것 같아요. 쾌쾌한 냄새가 나는 이불을 덮고 자면 잠도 잘 안 올거고 00님 말대로 정말 화가 날 것 같습니다.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우리 아빠는 왜 이렇게 무능력한지 화가 나다가 한편으로는 아빠가 불쌍해지고 처량해지기도 할 것 같네요. 무엇보다도 친구들을 만날 때 예전처럼 당당하게 뭐 사먹으러 가자고 말도 못 꺼내고 친구들 눈치만 보는 게 많이 힘들 것 같아요. 우선은 00님이 그래도 잘 견뎌내고 있다는 걸 칭찬주고 싶습니다. //님, 사람은 어려울 때 자신의 인내심이나 잠재력을 시험하게 된답니다. 얼마나 내가 어려운 상황에서 견뎌낼 수 있는지, 그 시련을 어떻게 극복해내는 지를 말이에요.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한 두 번은 이런 큰 위기를 겪게 되지요. 그런데 어떤 사람은 그런 위기에서 쉽게 쓰러지지만, 어떤 사람은 끝까지 버텨내면서 이겨낸답니다. 한번 위기를 극복해낸 사람은 다른 어떤 상황에도 자신감 을가지고 살 수 있어요. 선생님은 00님께 지금의 위기를 하나의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말 해주고 싶어요. 물론 그런 상황이 지긋지긋한 생활로만 인식이 되겠지만 그 안에서 00님이 틀림없이 얻을 수 있는 게 있을 거에요.
그리고 00님, 지금은 적응이 안 되서 00님의 마음이 더 혼란스러울 것 같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린답니다. 환경이 바뀌었는데도 아무렇지도 않게 쉽게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더군다나 지금 00님은 무척 큰 환경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00님 자신에게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주세요.
그리고 이제 00님 눈에 보이는 것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연습을 하세요. 집이 아무리 좁아도, 매일 쾌쾌한 냄새를 맡고 살아도 가족들간의 사랑이 있다면 그 힘으로 지금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을 거예요. 사람의 힘은 참 강하거든요. 도저히 그렇게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일도 마음을 바꾸고 보는 방식을 바꾸면 그렇게 할 수 있어요.
00님, 앞으로 살면서 이렇게 어려운 일이 또 닥칠지도 몰라요. 그럴 때 쉽게 그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힘이 필요하답니다. 그런 힘을 지금 키워놓는다면 정말 00님께 큰 도움이 될거에요. 00님에게 아마 소중한 희망이 있을 거에요. 그 희망을 생각해보세요. 지금의 상황은 얼마 지나면 끝날 거에요. 지금 상황이 마치 영원할 것처럼 생각하고 살기 싫다고만 생각한다면 그 희망을 이루기 어렵겠지요. 그 희망을 생각하고 지금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거에요. 그러면 어느 순간 00님은 00님이 원하는 그런 자리에 가 있을 거에요.
00님, 한가지 꼭 생각해야 할게 있어요. 그건 부모님이에요. 지금 부모님은 아마 00님보다 더 힘드실지도 몰라요. 왜냐하면 부모의 책임을 다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죄책감을 가지실 거고 특히 아빠는 '내 능력이 이 정도밖에 안되는 건가'하고 많이 괴로워하실 거에요. 그런데 이럴 때 00님이 계속 불평을 하고 살기 싫다는 얘기만 한다면 아빠, 엄마는 더 기운을 잃으실 거에요. 00님이 이제 불평하기보다 아빠, 엄마에게 00님은 괜찮다고 걱정하지 마시라고 위로를 해주세요. 부모님은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면서 하루의 피로를잊고 다시 살 수 있는 힘을 찾는답니다.
00님의 한마디는 부모님이 기운차리게 해줄 수 있을 거에요. 그 한마디가 참 어렵다고 생각한다면 쪽지나 편지를 남길 수도 있겠죠. 오늘 한번 해보세요. 아마 아빠, 엄마가 너무 좋아하시고 기운을 내실 거에요. 그리고 무엇보다 친구들 보기가 창피하다는게 00님을 힘들게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진짜 친구는 이렇게 어려울 때 함께 해주는 친구랍니다. 어쩌면 친구들은 00님이 솔직하게 이야기해주면 00님을 위로해 주고 함께 해줄지도 몰라요. 사람은 자존심을 세우고 마음의 문을 닫을수록 상대방이 접근하기가 힘이 든답니다. 그러면 자존심 세우는 사람도 힘이 들고 상대방도 힘이 들겠죠. 친구들에게 힘들면 힘들다고 이야기 하세요. 지금 선생님에게 글을 쓴 것처럼요. 그렇게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만으로, 그리고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00님이 힘을 얻을 수 있을 거에요.
00님,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진짜 용기랍니다. 당당하게 밝히세요. 그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잖아요. 동정을 받자는 게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 하겠다는 거니까요. 친구들도 오히려 00님의 솔직함에 더 친근함을 느낄 거에요. 00님, 많이 힘들지만 00님이 희망을 갖고 지금의 삶에 최선을 다한다면 곧 00님의 삶은 00님이 원하는대로 풀릴 거에요. 그리고 위기를 기회로 삼으라는 선생님 말 잊지 말길 바랍니다. 힘내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