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집에 있으면 무섭고 겁나요. 엄마, 아빠가 맨날 싸우시거든요. 아빠가 명퇴되신 이후로 엄마, 아빠 싸움이 잦아졌어요. 요즘엔 거의 매일이에요. 엄마는 아빠를 무능력하다고 돈 가져오라고 소리치고 아빠는 그런 소리를 들으면 화가 나서 엄마를 막 때리고 물건을 부수고 그러세요. 그럴 때마다 저랑 동생은 방에서 귀를 막고 꼼짝않고 있어요. 정말 죽고 싶어요. 엄마는 저희 붙들고 아빠 욕하시고 아빠는 저희 붙들고 엄마 욕하세요. 저희는 중간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두 분은 이혼도 하시겠다고 말씀하시는데 그러면 우리는떨어져서 살게 되는 걸까요?
아빠가 명예퇴직을 하신 후 엄마와 아빠가 매일 부부싸움을 하세요.
엄마, 아빠가 매일같이 싸우신다니 00님이 정말 집에 있기가 무섭겠어요. 서로 소리치시고 엄마가 아빠한테 맞고 물건들이 부수어지고.. 어린 나이에 그런 끔찍한 경험을 하게 되어 선생님 마음이 너무 안타깝네요.
아무리 집안이 어려워져도 서로 사랑으로 돌봐주면 힘을 얻을 수 있을텐데 부모님이 자꾸 싸우시니까 경제적인 어려움이 더 크게 느껴질 것 같아요. 00님, 힘이 든다면 글로라도 00님의 마음을 풀어보세요. 선생님이 직접 00님을 도울 수는 없지만 00님이 잠시 기댈 수 있는 안식처가 되어 줄께요. 00님은 혼자가 아니랍니다. 이 세상에는 00님의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이 많이있어요. 그러니 00님, 기운 내세요.
00님, 부모님이 싸우시는 건 00님도 이해를 하지요? 어쩌면 지금까지 00님은 부모님을 아주 크고 흔들리지 않는 분으로 인식해 왔는지도 몰라요. 하지만 부모님도 인간이시랍니다. 그래서 힘든 시련이 닥치면 흔들리고 서로에게 짜증을 부리게 되요. 부모님의 이런 인간적인 모습에 놀랐을 지도 모르지만 그런 면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주세요. 그렇다고 부모님이 한없이 나약한 분들만은 아니랍니다. 생각보다 강한 분들이지요.
그런데 그렇게 강하게 버티시려면 00님의 도움이 필요해요. 자녀들은 부모님 힘의 근원이랍니다. 자녀의 말 한마디에 하루의 피로가 싹 가시고 다시 일할 수 있는 힘을 찾으시기도 한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힘이 00님에게도 있는 거에요. 00님, 어쩌면 아빠는 당신이 가정을 책임있게 꾸려나가지 못한다는 사실에 많이 좌절하고 죄책감을 느끼시고 계실지도 몰라요.
그리고 엄마는 경제적으로 너무 힘이 드시니까 아빠를 비난하시는 거겠지요.이럴 때 00님이 씩씩하고 밝게 견뎌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아빠도 다시 일어서시려는 힘을 찾으실거고 엄마도 아빠를 지나치게 비난하지 않을실 거에요.
00님, 00님도 힘든데 밝은 모습을 보이라는 건 무리한 요구일 지도 모르겠어요. 그것을 위선이라고 볼 수도 있을 거구요. 하지만 모두 한 가족이잖아요. 그리고 가족은 어려울 때 서로 돕고 보살피는 거구요. 00님이 24시간 늘 밝은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지만 하루에 단 한 시간이라도 밝은 모습 보여줄 수는 있겠죠. 그 한 시간은 아빠, 엄마를 위한 시간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00님이 한번 부모님께 편지를 써보셨으면 좋겠어요.
부모님께 편지를 써본 적이 있나요? 아마 별로 많지 않을 거라고 예가되요. 부모님께 갑자기 편지를 쓰는 일이 어색하고 쑥스러울 지도 몰라요. 하지만 편지의 위력은 크답니다. 편지는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잘 정리해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데 아주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지요. 부모님께 00님의 마음을 전해보세요.
선생님 생각에 00님은 경제적인 어려움보다 부모님의 싸움이 더 싫을 것 같아요.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서로 보듬어주면 이겨낼 수 있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마음을 전해보세요. 경제적으로 어려워도 00님은 이겨낼 수 있다구요. 걱정하지 마시라구요. 부모님 안 싸우시면 좋고, 아빠, 엄마를 존경한다고 하세요. 아빠나 엄마 모두 00님의 편지로 힘을 얻으실 거에요. 그리고 00님이 동생과 함께 부모님을 도와드리자고 얘기를 해보세요. 아무리 00님이 편지를 쓰고 부모님께 밝은 모습을 보여드려도 동생이 부모님을 힘들게 한다면 00님의 노력이 큰 성과를못 거둘지도 몰라요. 동생과 같이 이야기해서 함께 편지를 쓸 수도 있겠죠.
아직 어린 나이인데 부모님 마음까지 살피라고 해서 제가안타까운 마음이 드네요. 다른 친구들은 아무리 IMF라도 별 문제없이 잘 사는 친구들도많은데 어쩌다가 나리님은 경제적 위기에다가 부모님의위기까지 경험하고 있는지 이 가정에 태어난 것을 원망스럽게 생각할 것 같아요. 하지만 나리님, 희망을 잃지 마세요. 이런 위기가 계속 이어지지는 않을 거에요. 인생에서는 이런 위기가 여러번 찾아온답니다. 지금의 위기를 잘 이겨낼 수 있다면 나중에 어떤 어려움도 잘 극복할 수 있을 거에요. 지금의 시련은 00님을 좌절시키는 것이 아니라 00님을 준비시키고 가꾸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렇다면 지금의 시련이 다르게 보일 거에요. 그리고 실제로 00님은 이런 시련을 통해서 많이 성숙하고 있구요. 00님, 00님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항상 잊지말고 힘내길 바랍니다. 파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