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저는 요즘에 우리 집 경제 형편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합니다. IMF의 한파가 몰아닥치고 나서 대부분의 가정들이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다고 했는데 우리집도 예외는 아닙니다. 아버지가 하시던 조그만 가게도 점점 수입이 줄어가고, 엄마와 아버지도 돈 문제 때문에 다투시는 일이 무척 많고 집안 분위기도 암울하기까지 합니다.
저도 사춘기가 되면서 왜 이렇게 갖고 싶은 것이 많아지는지... 아무 것도 살 수 없는 심정이 너무나 답답하고 무력하기까지 합니다. 우리 반 친구 중에는 유명 메이커 옷이나 신발을 척척 사서 입고 신고 다니는 친구들이 있는데 그런 친구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내 초라한 모습을 보면 창피하기도 해요. 요 며칠은 기분이 무척 우울해지고 이런 상황에서 공부는 해서 무엇하나, 나중에 되어봤자 월급장이일테고, 또 조금 지나면 실직이나 당할텐데 하는 무력감마저 들기도 해요. 어떤 때는 주유소나 단란주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 어떨까, 빨리 직업전선에 뛰어들어 손쉽게 돈이라도 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저는 가난하다는 사실이 정말 싫고 지긋지긋합니다.
우리 집은 너무 가난해요.
00님이 요즘에 많이 힘들어 하고 있군요. 00님에게 정말 따뜻한 위로를 보내고 싶어요. 갖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데 돈이라는 것이 온통 내 발목을 묶어두고 있는 것 같아서 답답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 것 같습니다. 게다가 돈 때문에 부모님 사이마저 나빠지고 집안 분위기마저 썰렁해진다면 정말 마음이 무거워지겠어요. 그리고 00님처럼 사춘기가 되면서 외모에 신경도 많이 쓰게 되고 누구는 무슨 옷을 입었나, 무엇을 신었나 옷치장에도 관심을 쏟고 멋있는 친구들에 대해서는 부러운 마음을 갖는 것도 당연하지요. 그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되는군요.
어느 누구도 가난한 것을 원하지는 않을 거예요. 00님도 느끼고 있는 것처럼 가난은 상당히 불편한 것이지요. 문 밖만 나가면 좋은 음식과 옷들, 돈을 주면 할 수 있는 놀이들이 정말 많은데 가난은 내가 아무리 이러한 것들을 누리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그것을 하지 못하게 옭아매는 것이기도 하고 때론 우리를 무력하게 만드는 것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가난이 정말 부끄럽고 창피한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나보다 좀더 능력 있는 부모님을 만나서 호위호식을 하는 친구도 있을 수 있고, 혹은 반대로 부모님도 없이 살아가야 하는 소년소녀 가장이나 도시락을 싸가지 못해서 점심을 굶고 있는 학생들도 있지요. 세상에는 많은 부자와 많은 가난한 이들이 있습니다. 이들 모두가 "부자 = 행복한 사람"이라는 공식을 가지고 살아가지는 않지요. 어려운 환경에서도 행복하게 잘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돈은 있지만 누구보다도 옹색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행복은 우리가 가진 것에 따라 결정된다기보다는 자신이 어떻게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서 결정되는 상당히 주관적인 것입니다.
근래의 세태는 부유한 사람에게는 부러움과 존경을 눈길을 보내고 가난한 사람들은 무시하는 경향이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바람직한 것인가는 우리가 한번 돌아 볼 필요가 있지요. 부유하다고 해서 그것을 뽐내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진심 어린 존경을 받기가 어렵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주변의 친구가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돌아보는 마음이 부족하고 이웃의 어려움에 온정을 베푸는 겸손함을 지니지 못한 사람들일 것입니다.
또 반대로 조금 가난하다고 해서 그것 때문에 위축되는 것도 그리 바람직한 일은 아닐 거예요. 정말 내가 게으르고 노력하지 않아서, 그 결과로 가난해졌다면 그 가난에 대해서는 내가 책임을 지고 마음속으로 창피해해도 당연한 것이지요. 그렇지만 지금의 경제적인 어려움은 나의 탓, 부모님의 탓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남보다 조금 빨리 돈을 벌 수 있는 방법들도 있지요. 단란주점과 같은 유흥업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방법들도 있지만 00님이 그런 일들을 평생 동안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요. 좀 더 긴 안목을 가지고 00님의 미래를 설계해 간다면 지금보다는 분명히 나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 상황을 원망하고 탓하기보다는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나름대로 적응하려고 하는 것이 좀더 지혜로운 방법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가며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만이 더욱 안전하고 단단하게 다져진 미래가 보장된다는 사실을 00님 마음에 되새기게 되었으면 좋겠네요. 오늘에 최선을 다하는 00님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힘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