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님 아버지는 태어날 때부터 목사는 아니었는데 00님은 본인의 의지에 관계없이 '목사 자녀'가 됐으니 정말 불편할 것 같아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구의 자녀, 누구의 동생, 누구의 형으로 불려지기보다는 '나, 아무개 누구'로 불려지는 것을 더 좋아하는데 아마 님도 00님도 마찬가지이겠지요.
그렇다면 지금부터 한번 '진짜 00'가 되도록 노력해 보세요. 가족 가운데 아버지는, 어머니는, 형제들은 이러이러해도 나는 '진짜 나'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지요. 다른 말로는 '마음의 심지를 곧고 굳게 하고' 살아간다고 표현할 수 있겠지요.
대부분의 목사님 자녀들은 중학교 1-2학년 때까지는 부모님의 품에서 독립하지 못한 채 부모님들이 시키는 대로 교회에서 잘 합니다. 그러다 사춘기에 접어들어 '도대체 그럼 나는 어디 갔나'는 고민을 시작하면서 목사님 자녀로서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되지요. 그래서 무조건 사람들에게 좋게 보이려고 노력하기도 하고, 혹은 정반대로 교인들이 보기에 정말 그럴 수 있겠나 싶을 정도로 망나니 노릇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모두 '진짜 나'가 사는 것 같은 느낌을 주지는 못합니다. '진짜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좋게 대하고 싶을 때도 있고, 때로는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좀 막 하며 살고 싶을 때도 있을 겁니다. 중요한 점은 어떤 모양으로 살아가나 그 두 가지 모습 다 00님이라는 것입니다.
아버지가 이중인격자처럼 느껴지신다는 점도 정말 공감이 됩니다. 교회에서는 항상 좋은 말씀만 하시지만 집에 들어오면 때론 화도 내고 내 마음도 잘 몰라주니 속상하고, 아버지의 직업이 목사라는 사실에 염증을 느끼게 되기도 하구요. 하지만 아버지를 교회에서는 목사님으로, 집에서는 아버지로 대해야 합니다. 아버지는 자녀에게 때론 화를 낼 수도, 무리한 요구를 할 수도, 잘난 척을 할 수도 있는 것이지요. 그것은 인간 '아버지'의 약한 부분이지 목사로서 갖는 이중인격은 아닌 것 같아요.
교인들 가운데도 아버지의 약한 모습을 보고 실망은 하지만 설교 시간만큼은 하나님께서 세우신 분으로 알고 말씀 가운데 은혜를 받는 분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가족이 아닌 그 분들이 아버지에게 그런 애정을 가지고 있다면 자녀로서 목사인 아버지에게 그 분들보다 진한 사랑을 보여주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다만 00님이 하고 싶은 연극을 아버지가 하지 말라고 하며 신학을 하라고 하시니 걱정스럽겠어요. 옛 말에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말이 있지요? 목사의 자녀로 자란 00님은 연극을 하든, 노래를 하든, 의사를 하든, 장사를 하든, 목사를 하든, 선교사를 하든 마음 바탕에 하나님 나라에 대한 소망과 선교사적인 안목을 갖고 하게 될 겁니다. 지금 당장은 그런 생각이 없다고 얘기해도 좋아요.
아무튼 '진짜 00님'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니 축하드려요. 이제는 이 일이 이루어지도록 00님이 계속해서 기도하는 것, 그리고 아버지가 이 일을 하나님의 넓은 안목으로 보시고 허락해 주시기를 기도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목사의 자녀가 갖는 어려운 점을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00님 안에 목사의 자녀가 갖는 잇점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솟아오를 것입니다. 그러니 진짜 자신의 모습으로 최선을 다하며 생활하길 바랍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