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정말 세상이 왜 이런지 모르겠어요. 우리 부모님은 정말 세상을 열심히 살아가시던 분입니다. 그런데 그런 우리 부모님에게 정말 가혹한 형벌이 내려진 거예요. 저희 아버지는 작은 중소기업을 운영하셨습니다. 그런데 그 IMF가 터지면서 아버지 회사가 부도가 나고 한마디로 쫄딱 망하고 말았어요. 저는 이제 고 1인데, 제 눈으로도 낙심해 계시는 부모님이 너무나 안쓰럽고 불쌍한 생각만 듭니다. 그런데 저는 너무 못된 것 같아요. 부모님이 힘들어 하실 수록 저는 부모님을 도와드리기는 커녕 자꾸 말대꾸만 하게 되요. 선생님 저 너무 못된 아이죠?
아빠, 엄마가 불쌍해요. 그런데 잘 도와드리지 못하고 말대꾸만 하게 되요.
00님의 글을 읽다보니 00님이 하지 않아도 되는 고민을 안겨준 어른들이 원망스러워 지는군요. 지금 우리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정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IMF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답니다.
00님, 요즘 많이 짜증나죠? 지금 00님 나이에 해야하는 것만으로도 많이 부담스러울 거예요. 선생님도 고등학교 시절을 되돌아보면 늘 뭔가가 흐릿하고 혼란스러워서 매사에 짜증이 났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어머니께 짜증도 많이 내고... 그때는 왜 그렇게 어머니가 하시는 얘기가 잔소리처럼 들리는지 지금 생각하면 웃음만 나옵니다. 어쨌든 간에 00님 나이에는 충분히 부모님께 짜증을 낼 수 있어요. 그러니까 00님, 자신의 태도에 너무 죄책감을 느끼지 마세요. 00님이 부모님께 충분히 짜증을 낼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마음을 편하게 하는 방법입니다. 00님의 나이는 경제적으로 가정이 어렵지 않아도 충분히 어른들이나 사회에 짜증이 날 수 있는 나이랍니다. 그런데 00님의 경우는 부모님이 힘들어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더 힘들어지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러나 지금 00님의 상태가 그렇다는 것을 이해하는 수준에서 이야기가 끝나면 안되겠죠. 한발 더 나아가서 조금 더 현명하게 지금의 상황을 해결해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00님이 부모님이 어떤 얘기를 할 때 짜증이 나는지를 먼저 생각해 봅시다. 짜증이 올라오는 그 순간에 **님의 느낌을 한 번 잘 들여다보는 거예요. 이를테면 부모님이 용돈을 아껴쓰라고 할 때 짜증이 나는지 아니면 방을 치우라고 한다던가, 집안 일을 도우라고 할 때 짜증이 나는지 생각해 보는거죠. 이 모든 얘기가 00님의 상태에서는 짜증나는 일로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부모님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일 수도 있어요. 이 모든 일은 우리들이 자식된 도리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00님, 우리는 가끔 부모님이 나보다 훨씬 더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을 잊어버리는 때가 있어요.
부모님은 의지할 곳이 없답니다. 물론 자식들이 힘이 되어 주지만 구체적으로 살 방법을 찾아야 하는 사람은 바로 부모님들이세요. 그리고 커가는 자식들을 보면서 부모님이 그 동안 피땀흘려 만들어오신 것들을 잃어버릴 때의 마음은 정말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것이랍니다. 00님도 그 생각은 해봤겠지만 부모님의 입장에서는 정말 캄캄하셨을 거예요.
00님! 요즘은 어느 집이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힘든 일이 있답니다. 00님의 가정도 그러한 수많은 가정중의 하나이고요. 그러니 너무 낙담하거나 힘들어하지 마세요. 사람이 살아가는동안의 어려움은 바로 살아가는 지혜와 용기를 주는 소중한 것이랍니다. 부모님과 함께 이 어려움을 잘 이겨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힘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