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고 1 남학생입니다. 저희 집은 아버지 때문에 너무 힘든 일이 많아요. 제가 어렸을 적 부터 아버지는 바람 피우고, 어머니가 벌어온 돈 가지고 나가서 술 마시고 노름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집에 오기만 하면 가족들을 마구 때리고 살림을 때려부숩니다.
이런 일을 수없이 당하시는 어머니가 너무 불쌍합니다. 어머니는 우리들을 위해서 온갖 고생을 다 하시는데, 아버지는 그런 것도 알아주지 않고 어머니를 때리고 욕하고 여러 사람 앞에서 모욕을 주기도 합니다. 아버지가 없을 때 우리집은 정말로 화목하고 평화롭기만 합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들어오기만 하면, 우리 집은 초비상입니다. 엄마를 괴롭히고 우리 집을 엉망으로 만 드는 아버지가 너무 밉습니다. 제 마음은 이제 아버지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차서 아무 일에도 집중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버지가 밉고 원수같이 느껴집니다.
어머니를 보호하고, 우리 집안을 평화롭게 만들기 위해서는 아버지가 없어져버리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점점 자주 듭니다. 이런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지만 아버지의 행패를 볼 때마다 아버지를 죽여버리고 싶은 충동이 불끈거립니다. 이러다가 정말 저도 제가 어떻게 행동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제가 겁나고 무섭습니다.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어요.
술주정을 부리고 식구들을 괴롭히는 아빠를 죽이고 싶어요.
가족들을 힘들게 하는 아버지를 미워하는 00님의 마음이 이해가 갑니다. 아버지가 가족들을 때리고 술과 노름으로 어머니가 고생해서 번 돈을 써버릴 때마다 아버지가 우리 집에 아무 "도움이 안된다", "해만 끼친다", "계시지 않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집은 왜 이럴까? 다른 집 아버지들은 열심히 일하시고, 식구들을 위해 사시는 것 같은데 우리 아버지를 왜 이러실까 하는 의문도 자주 들었을 것입니다.
아마도 처음에는 아버지가 달라지시겠지 하는 기대도 있었겠지요. 그러다가 여러 해가 지나도록 아버지의 행동이 달라지지 않고 힘든 상황이 반복되니까 이제는 아버지에 대한 기대가 사라졌을 수도 있겠지요. 아버지를 죽이고 싶다는 충동이 생긴다는 것은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분노의 감정이 그만큼 강해졌다는 뜻이겠지요. 그리고 아버지에 대한 나의 기대가 매번 여지없이 무너진 것에 대한 감정적인 반응이겠지요.
또한 어떻게 해서라도 아버지의 폭력으로부터 식구 들을 구해내고 싶은 마음, 식구들을 위하는 마음이 그만큼 크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집니다. 하지만 아무리 아버지를 미워하고, 식구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하더라도, 감정, 충동과 행동은 엄격히 구분해야 합니다. 힘든 상황에서는 강한 감정들이 일어나게 마련 입니다.
우리는 때때로 감정에 빠지기도 하고 감정에 치우친 말이나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감정이 부정적이고 강도가 강할수록 감정에 치우친 행동은 돌이킬 수 없는 불행한 결과를 가져옵니다. 아버지를 미워하는 감정이 극에 달한 순간에는 아버지를 죽이는 것만이 식구들을 고통에서 구해내는 유일한 방법인 것 같은 생각이 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성을 되찾고 생각해보면, 정말 그럴까요? 00님이 충동에 못이겨 극단적인 행동을 했을 때 어머니와 다른 식구들 마음에 00님이 바라는 평화가 찾아오겠는가를 따져 물어야 합니다.
감정이 극에 달했을 때는 어떤 생각이나 충동도 바로 행동에 옮겨서는 안됩니다. 분노가 치밀어오를 때 00님이 감정을 발산하는 데 유익한 방법들을 평소에 생각해두세요. 옥상에 올라가 고함을 지른다든지, 동네를 여러 바퀴 뛰면서 돈다든지, 친구를 만나러 외출을 하는 것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겠지요.
그리고 힘든 마음을 믿을 만한 친구나 선배, 혹은 주위 어른과 나누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감정은 쌓일수록 다스리기 힘든 법입니다. 흔히 집안에 좋지 않은 일이 있을수록 집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부끄럽고 수치스럽게 여겨서 혼자 속에 묻어두고 식구 이외의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믿을 만한 사람들, 해결책을 찾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나서서 문제해결을 위해 필요한 도움을 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00님 혼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마세요. 식구들 모두가 고통을 받고 있는 만큼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온 식구가 힘을 모아야 할 것입니다. 어머니가 아버지에 대해 아예 포기하셨거나, 혹은 너무 막막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을 수도 있겠지요. 이럴 때는 어머니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인 자세로 노력하실 수 있도록 00님이 옆에서 어머니께 힘과 용기를 불어넣어드리세요.
예를 들면 어머니가 가정폭력 문제를 상담해주는 상담소를 찾아가실 수 있도록 전화번호와 위치를 알아봐드리고, 필요하다면 어머니가 상담소에 가실 때 동행해드릴 수도 있겠지요. 감정적으로 대처하기보다는 보다 현실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가족들과 상의해 보길 바랍니다. 힘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