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저는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중학교 교사입니다. 요즈음 많은 문제가 되고 있는 '왕따' 문제에 대해 도움을 좀 얻고자 합니다. 저희 학급에서도 따돌림을 당하는 학생이 있는 것 같습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얼핏 반 아이들로부터 비슷한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문제가 되는 학생은, 모범적이고 공부도 잘 하는 학생입니다. 하지만 친구가 얼마 없지요.. 그런데 반 아이들이 그 아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무시하거나 따돌린다는 것입니다. 그 학생이 이기적이고 얄밉게 군다고 때리기까지 했더라구요. 이런 문제를 섣불리 다루었다가는 그 아이에게 더 피해가 갈 것 같기도 한데, 그렇다고 그냥 놓아둘 수도 없고... 여러모로 걱정이 되어 이렇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따돌림 피해 학생을 어떻게 도와주어야 하나요?
수고가 많으십니다. 선생님 말씀대로 근래 집단따돌림 문제가 심각한 정도에 이른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을 지도하시기 무척 힘드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수업에, 행정업무에 바쁘신 중에도 이렇게 학생들 문제로 상담하신 것을 보니 학생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매우 크신 것 같습니다.
선생님이 염려하신대로, 집단따돌림 문제는 접근하기가 매우 어렵고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담임 선생님께서 성급하게 다루셨다가 일이 더 확대되고 어쩔 수 없는 정도에까지 이르게 되기도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따라서 어떤 대책을 세우시기 이전에 상담을 청하신 것이 매우 바람직하게 보여집니다.
일반적으로 집단따돌림이 일어날 경우, 그 원인을 피해학생에게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잘난 척하고 다른 아이들을 무시해서', '공부만 하고 잘난 척하니까', '바보같으니까', '이상하게 생기고 썰렁하니까'등으로 이유를 들어 따돌림을 당하는 것이 그럴 만하다고 합니다.
물론 피해 학생도 따돌림의 요인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어떤 학생은 친구를 사귀는 방법을 잘 모르고 어떻게 또래들과 적절한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그 기술을 잘 모르기도 합니다. 또 어떤 학생은 뇌손상이나 낮은 지능, 과잉행동이나 집중력 장애 등 병리적 요인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또 어떤 학생은 너무나 자기중심적이어서 다른 아이들로부터 반감을 사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전적인 이유는 아닙니다.
이러한 피해학생의 개인적인 요인 외에도 이러한 요인에 영향을 미치는 가정적인 요인, 학교적인 요인, 사회적인 요인이 있습니다. 또한 가해학생의 개인적인 요인도 고려해야 합니다. 청소년기의 좌절감이나 분노를 적절하게 해결하지 못해 희생양을 삼아 그러한 대상에 좌절감과 분노를 표출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분노나 좌절감을 느끼게 되는데는 청소년기라는 발달단계상 요인도 있겠지만, 가정이나 학교 요인도 고려되어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가족내의 갈등이나 부모의 좌절감을 공격적으로 표출하는 경우라든지, 무관심이나 과보호로 인한 자기중심적이고 충동적인 성격을 가진 경우, 또한 성적 위주 평가에서 오는 좌절감, 분노를 느끼는 경우 등 가해학생측 요인도 고려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따돌림 문제가 어느 정도 탐지되었을 때 어떠한 대처를 할 수 있을까요? 먼저, 상황에 대한 정확하고 폭 넓은 평가가 조심스럽게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따돌림이란 것이 매우 민감한 성질의 것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대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피해학생을 불러 피해사실을 알아낸다든지, 가해학생들을 불러 야단을 치거나 앞으로 그러지 말라는 식으로 타이른다든지, 학급 전체를 대상으로 야단치거나 훈계하는 것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쉽습니다. 따라서 여러 가지 대안들을 고려해 보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선생님이 피해학생과 면담하고 있는 것을 다른 학생들이 보게 되면, 피해학생이 고자질했다고 생각해 이후 생활이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교내에서 피해학생과 면담하는 것보다는 교외에서 면담을 하거나 전화로 면담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피해학생과의 면담이 아니더라도 피해사실이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먼저, 교우도 조사를 통해 따돌림의 가능성을 파악해볼 수 있습니다. 교우도 조사란 학급 학생들의 전반적인 교우관계를 조사하는 것으로써, 학급 학생들에게 자신과 친하게 지내는 친구의 이름을 적어내게 하여 학급 전체 학생의 명단에 친구명단을 기록하는 방법입니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친구관계에 문제가 있을 것으로 추측되는 학생들을 탐지할 수 있으며, 이 학생들에 대한 개별면담을 통해 문제여부를 파악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또는 따돌림에 대한 무기명 설문조사를 실시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학급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친구가 있는지, 있다면 누구인지, 또 가해학생은 누구인지 적어 내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그 목적이 처벌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문제 해결에 있는 것임을 분명하게 설명하도록 하고, 기록과 수거함에 있어 비밀이 철저하게 보장되도록 신경을 써야 합니다. 학교에서의 기록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집에 가져가 기록한 뒤 봉해 오도록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한 가해학생들을 불러 야단치는 것은 따돌림을 더 악화시킬 우려가 있습니다. 따라서 매우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합니다. 가해학생의 경우에도 개별 면담을 하는 것이 좋겠지요. 야단부터 치기보다는 가해학생측 얘기를 들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가해학생의 경우 자신도 피해학생으로부터 어떤 이유에서든 피해를 보았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거든요. 이럴 경우 그러한 입장에 대해서도 들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학교생활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와 가정 생활에 대해서도 알아보시기 바랍니다.
만일 가해 학생이 가정이나 학교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그러한 점에 대해서 이해하고 수용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적절하고 건강한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지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집단따돌림이나 폭력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는 단호한 태도를 보이며, 그러한 가해행위를 중단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피해 학생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그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피해학생에 대한 개별면담 또한 필요합니다. 피해학생의 아픈 마음을 위로해주고, 공감해 주며, 심리적인 지지를 해줄 수 있는 기회가 되니까요. 그리고 면담내용은 절대 비밀보장이 된다는 것을 알려주어 안정감을 가지게 하며, 친구관계에서의 어려움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들에 대해 파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런 후에는 현실적으로 학급 친구들과의 관계를 적절하게 맺고 유지해 나가는 방법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다양하고 신중한 접근 방법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특히 수업이나 다른 업무로 인해 많은 시간을 낼 수 없는 경우에는 더더욱 그럴 것입니다. 그런 경우에는 전문 상담기관의 도움을 받으시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됩니다. 피해학생의 부모님과도 상의하여 상담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도움을 받도록 권하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려운 상황을 맞으셨지만, 선생님의 관심과 배려로 잘 해결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용기 내십시오.
[작성자 : 최정아 ]
[감수자 : 강선미 ]
이글은 정보통신부에서 시행한 정보화근로사업에 의하여 작성된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