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고등학교 2학년에 다니고 있는 남학생 명길이라고 합니다. 초등학교 교육만을 받고 구멍가게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가난한 부모의 3남매 중 맏이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홀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라나 성격이 굉장히 꼼꼼하지만 저한테는 잘 해주셨습니다. 때로는 간섭이 좀 심하기는 했지만......중학교 때 10분도 안 걸리는 버스정류장까지 자전거로 태워다 주는가 하면 술 마시고 들어오면 꿇어 앉혀 놓고 인사를 잘 안 한다고 야단을 치셨습니다. 엄마는 무던한 성격으로 아버지의 주정을 받아주고 생계를 꾸려 나가십니다. 그런데 저는 심한 우울증과 의욕상실로 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학교 수업도 종종 빠지고, 밥맛이 없어 밥도 먹지 않아 몸무게도 3kg이나 줄었어요. 어떤 때는 아침에 눈을 뜨고도 밥을 먹지 않고 오후까지 방에 누워 있는 적도 있었습니다. 또 저는 경제적 열등감 때문에 다른 아이들하고 잘 어울리지도 못합니다. 그래서 대신 공부로 보상하려고 했으나 공부하는 것도 생각대로 되지 않아 늘 자신을 탓하고 좌절감을 심하게 느낍니다. 상담을 받으면 ''생활에서 나도 모르게 빠져드는 좌절이 좀 없어지고'', ''다른 사람들과 좀 더 쉽게 말할 수'' 있을까요?선생님 좀 도와주세요.
좌절감을 심하게 느껴요.
안녕하세요?보내준 편지 잘 받아보았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생활의 어려움 때문에 고향을 떠나 타향에서 일하며 공부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 학교에 나가면서도 가정의 어려움으로 납부금을 제 때에 내지 못해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는 이들도 우리 주위에 많이 있습니다. 공부하고 싶으나 할 수 없을 만큼 가난한 이들의 그 아픔과 번민들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입니다. 저에게도 그런 아픔들이 있었습니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교에 진학 할 수 없었을 때의 아픔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아픔입니다. 대학에 입학하여 혼자 고학하면서 제 때 납부금을 내지 못해 매번 불려 다녔고 기숙사비가 없어서 입사한지 한 달만에 쫓겨나고 잠자리가 없어 전전긍긍하며 고생하던 가난의 아픔들, 쓰고 싶을 때 쓰지 못하고 먹고 싶을 때 먹지 못한 마음은 무엇으로도 위로 받을 수 없는 서러움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이 서러움보다 더 무서운 것은 자기비하에서 오는 의욕상실입니다. "나 같은 게 무엇을 하겠나" "돈 없어서 장가도 못 갈텐데" 라는 생각까지도 들고 모든 면에 삶이 위축되기 쉽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가난함 그것이 내가 해야 할 책임을 회피해도 되는 이유가 될 수 없고, 자신의 패배를 정당화 시켜주는 도피의 구실도 될 수 없으며, 내일의 꿈을 포기해 버려도 인정받을 수 있는 구실은 되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왜냐 하면 찌든 가난 속에서도 그것을 딛고 수많은 이들이 인생을 성공으로 이끌었고 지금도 그런 사람이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적으로 훌륭한 이들의 청소년 시절을 보면 가난한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사람들입니다. 예를 들어, 링컨 대통령은 어린 시절 너무 가난하여 책을 살수가 없어 빌려다 공부를 했고, 스티븐슨은 석탄차를 타고 하루 12시간씩 노동을 하며 그 차 속에서 석탄을 가지고 나무 판자에 산수 문제를 풀었다고 합니다.우리 선조들도 가난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분들이 수없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반딧불에 공부를 하여 과거에 급제한 경우들을 얼마든지 볼 수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가난 그것은 오히려 자신의 삶의 자극제이지 가난 자체가 성공하지 못하게 만드는 장애물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가난은 감출 만큼 창피한 것도 아닙니다. 정말 창피한 것은 가난을 극복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이 창피하고 부끄러운 것입니다. 즉 명길님이 아무리 가난하다 하여도 자신이 하려고 하는 의욕과 꿈을 잃지 않으면 그 가난은 단순한 불편일 뿐입니다.학교를 포기할 수 없어서 아픈 몸을 쉬지도 못하고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학교를 나가야 하는 한 소녀의 편지 속에 이런 다짐이 있었습니다. "매일 이 생활이 어렵고 힘들지만 학업을 중단하기란 죽음보다 더 싫습니다. 그것은 제 인생을 포기하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제가 아는 한 초등학교 선생님도 어린 시절 무척이나 가난했습니다. 그 분도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를 했는데 낮에 너무 일이 힘들어 밤에 공부할 때 피곤해 졸음을 이기지 못하니까 졸음을 쫓아내기 위해 허벅지를 쥐어뜯어서 피투성이가 되도록 해가며 공부를 했는데 지금은 어느 초등학교의 훌륭한 선생님이 되셨습니다.우리는 가난 앞에 체념하지 않아야 합니다. 어쩌면 그럴 여유도 없이 내 목표에 열중하고 공부하려는 그 열정만 있으면 얼마든지 공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난은 자신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줍니다. 일찍부터 고생한 사람들은 평범하게 성장한 사람들보다 훨씬 깊이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젊어서 고생은 커서 돈주고도 못산다고 했습니다.탈무드에 보면 이런 글이 있습니다.어떤 배 안에서 있었던 일이다. 배에 탄 사람들은 모두 대단한 부자들이었는데, 그중에 랍비도 한 사람 타고 있었다. 부자들은 서로 재산을 비교하며 자랑하고 있었다. 그러나 랍비가 "나는 내가 가장 부자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지금 여러분에게 그 재산을 보여줄 수 없는 것이 유감이오."하고 말했다. 잠시 후 해적이 배를 습격했다. 부자들은 금은 보석 등 모든 재산을 털려버렸다. 해적이 떠난 뒤 배는 간신히 어떤 항구에 닿았다. 랍비는 그 항구 사람들에게 깊은 지식과 교양을 인정받아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되었다. 얼마 후 랍비는 함께 배를 탔던 옛날의 그 부자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들은 모두 비참한 가난뱅이가 되어 있었다. 랍비를 만나자 그 사람들은 "확실히 당신의 말이 옳더군요. 지식을 가지고 있는 자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라고 말했다.그렇습니다. 지식은 언제나 빼앗기는 것 없이 가지고 다닐 수 있기 때문에 지식을 쌓는 것이 가장 값진 것입니다. 때문에 물질적인 가난은 결코 불쌍하지 않습니다. 정말 불쌍한 사람은 정신적으로 가난한 사람입니다. 물질은 돌고 돕니다. 다시 말해 물질적인 가난은 시간이 지나고 환경이 바뀌면 얼마든지 회복될 수 있지만 정신적인 가난은 극복될 수 없는 암초입니다. 물질적인 가난은 현재에만 불편하지만 정신적인 가난은 현재와 미래가 다 불행한 것입니다.명길님, 언제까지나 가난을 한탄하며 가난 때문에 꿈을 펴는데 주저하지 마십시오. 가난이 명길님의 삶에 보다 큰 도약의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하십시오. 그러면 분명 그 가난이 훗날 큰 유익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