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전부터 아들이 외모에 대해 열등감을 느끼고 힘들어 하는 것 같아서 무척 속상하고 염려스러우시군요. 인간은 거울을 볼 수 있는 시기부터 자신의 외모에 관심을 갖습니다. 거울을 본다는 것은 자아개념을 성장시켜 나가는 한가지 길로, 내 눈에 보이는 내 모습과 남이 나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의식을 하게 되며, 또한 다른 사람의 외모와 비교하게 됩니다. 어린 아이들은 내가 무슨 머리끈, 티셔츠, 수첩, 운동화를 신었는지, TV의 어떤 주인공이 그려져 있느냐에 따라 자신이 자랑스럽고, 또는 다른 친구들을 부러워하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사고의 폭도 넓어지고 공부에 대한 가치가 극대화 되면서 이러한 모습, 외모에 대한 관심은 비교적 줄어드는 편입니다. 그러나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남자 아이들은 좀 더 남성스러움을 동경하고 여자 아이들은 여전히 소녀스런 모습을 간직하고 싶어합니다. 이것은 많은 부분 사회, 문화적인 가치기준의 영향에 기인합니다.
아드님은 사회적인 기준에 비추어 자신의 자아에 대한 가치를 가늠하고 있습니다. 공부를 통해 인정받고 성취감을 느꼈었는데 이제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거지요. 수영을 통해 몸을 단련하고자 했던 의지가 수영장의 많은 건장한 남성을 보고 위축되고 열등감을 느꼈을 겁니다. 타인을 의식하고 그것이 나를 평가하는 잣대가 된다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동시에 이러한 상대적인 가치기준은 상당히 위험하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과 관계없이 나는 나 고유의 존재로 충분히 존엄한 존재라는 사실을 놓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상대적 빈곤감, 박탈감에 정작 그들이 가진 것에는 주목하지 못하곤 합니다. 아드님에게 이점을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할 수 없는 점이 아니라,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꼽아보고 생각하고 적어나가는 겁니다. 아마 몇 백가지 아니, 몇 천가지도 될 것입니다. 예를 들면 책을 읽는다, 영화를 볼 수 있다, 라면을 끊인다, 웃는다, 푹 잠을 잔다, 눈물을 흘릴 수 있다, 일기를 쓸 수 있다, 신문을 읽는다, 이 모든 것들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구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이런 예를 포함한 그 이상의 아드님의 개인적인 능력을 발견하고 깨우쳐 주는 것은 곧 자신감을 심어 주는 것이 될 것입니다.
열등감은 인간을 비굴하게 만드는 일종의 병과 같습니다. 청소년기의 적절한 처방은 오히려 공정하고 동정심이 많은 포용력 있는 성인으로 도약할 수도 있게 하지만, 이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면 약한 자에게 강한, 냉혹한 성격으로 굳어질 수도 있다고 합니다. 열등감을 극복한다는 것은 다른 점에서 월등하여 자신의 월등한 점에서 부족한 사람을 경멸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지금 아드님은 분명히 자신의 부족하고 열등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만 나열하여 붙들고 있을 겁니다. 어쩌면 학교에서 또래들로부터 무시당하고 있거나 그렇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열등감을 극복하는 최선의 방법은, 그것까지 자신의 일부로 인정하고 사랑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가장 가까운 가족으로부터 얻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드님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표현하는 것은 소중한 일입니다. 단지 공부를 잘해서가 아니라, 무엇때문에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의 모습 자체를 높게 평가하신다면 자기에 대한 존중감은 자연스럽게 높아질 겁니다.
한참 공부해야 할 때에 이런 고민으로 시간을 낭비한다 생각하지 마시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바로 지금 이런 고민을 해야 할 때이고 지금 그에 대한 태도가 형성되어야 합니다. 공부를 해야하는 이유에 대해서 고민하고 공부만 하는 기계처럼 자신을 생각하고 있다면 많이 지쳐있다는 싸인이라고 생각됩니다. 다행히 어머님께서는 그저 성적이 떨어질 것에 대한 고민보다는 그 마음 속을 들여다 보고 계신듯합니다.
세계의 정상에 우뚝 선 사람 중 건장한 신체를 자랑하는 사람은 기껏해야 권투선수와 농구선수같은 운동선수와 영화배우 정도에 불과합니다. 과학자, 예술가, 정치가, 성직자, 교사, 대통령, 역사를 움직이는 많은 지도자들조차도 그다지 아름다운 몸을 가진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컴플렉스를 그대로 가지고 있을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나폴레옹은 작은키로 역사적인 정복자가 되었습니다. 베토벤은 청각장애를 극복한 음악가이구요, 그뿐인가요, 한쪽 다리가 짧은 우리나라의 마라톤 선수와 작은 키로 덩크슛을 쏘는 농구선수, 상반신만 있는 청년의 세계일주, 한쪽 다리만 있는 발레리나.... 얼마든지 자신의 장애와 문제를 대면하여 극복한 사람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물론 그 뒤에는 슬픔과 좌절과 포기속에서 그들의 인생을 낭비하는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있을겁니다. 열등감을 가져보지 않은 사람은 없으니까요.
아드님은 아직 젊습니다. 앞으로 20대 중반까지 키가 자랄 가능성도 있고, 근육도 단련하기 나름입니다. 또 키가 작더라도 운동은 누구보다 잘 할 기회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요즘 세대에게 외모는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해도 별 도움은 안 됩니다. 설사 그 자신이 그렇게 생각한다 해도 친구들과의 대화나 어울림 속에서 늘 당당하기란 쉽지 않을 겁니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능력을 개발하는 것은 자신감을 갖게 하는 보다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신감은 성격과 학업, 사회성 모두에 추진력을 갖게 하는 힘이 될 것입니다.
아드님과의 좀 더 특별한 시간을 갖게 되기를 제안합니다. 아버지와의 등산, 여행이라든가, 아이들 유행에 민감한 쇼핑을 해본다든가, 아이들이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에 함께 간다든가 하는 것 말입니다. 그런 부모님의 이해와 노력을 분명히 느끼고 당당히 자기의 자리를 찾고자 할 것입니다. 한층 성숙한 아드님이 되리라 기대해 봅니다. 화이팅!
[작성자 : 고민해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