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우리 둘째 딸이 고등학교 1학년인데, 성격이 좀 유별나서요. 남편도 저도 안 그런데, 유독 얘는 무엇이든지 사소한 일에도 완벽하게 하려고 해요. 숙제를 하나, 책장을 정리하나, 옷을 입어도 그렇고요. 그리고 꼭 정해진 친구하고만 다니고요. 무엇보다 가끔 보면 무척 불안해 보이기도 하거든요. 애 언니가 늘 일등을 해요. 그래도 성격은 활달하거든요. 제 생각에는 경쟁심을 느끼는 것 같기도 한데.. 여자아이니까 깔끔한 성격이 좋긴 하지만 너무 그러니까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는지 신경질도 심해요. 어떨 때는 자기 맘대로 안되면 울고 그래요. 남편은 별로 걱정을 하지는 않지만, 부족해도 적당히 둥글둥글하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우리애는 너무 꼼꼼해요.
따님이 아주 깔끔하고 뭐든지 완벽하게 해내기를 바라는 철두철미한 성격인 것 같군요. 부모님 두 분의 성격은 털털하신 모양인데 따님이 유난히 꼼꼼해서 걱정이 되시는 것 같아요.
어머님이 따님에 대해 걱정하시는 부분은 먼저 사소한 일에도 지나치게 꼼꼼하고 완벽 하려는 경향과 정해진 친구하고만 사귀는 제한된 사회성, 그리고 쉽게 불안해하고 신경질을 부리는 면에 대한 것이라 느껴집니다.
어머님 나름대로 느끼신 바로는 언니한테 경쟁심을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더구나 언니가 공부도 늘 일등만 하고 성격도 활달하다니 얼마나 인기가 많겠어요. 그리고 집안에서도 맏이라 기대감도 크고 존중받을텐데요. 아마 똑같이 대한다고 해도 차이가 있을 겁니다. 특히 둘째 따님이 느끼기에는요.
그렇지만 꼭 따님의 성격탓이라기 보다 대부분(거의)의 형제들은 서로 경쟁관계입니다. 비록 사이가 좋더라도 거의 예외가 없지요. 지나가는 얘기로 형제간의 갈등은 ''가인과 아벨''부터 시작된 본능적인 것입니다.
따님의 꼼꼼하고 완벽을 추구하는 성격은 결국은 자기 자신에게 가장 힘든 일이 될 것 같습니다. 지나치게 완벽을 추구하는 것은 자신의 능력보다 자신에 대한 기준이 높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능력보다 높은 기준은 좌절감을 경험하는 원인이 되고 이 좌절감을 극복하기에도 다른 사람보다 어려움을 느낄 것 같습니다. 가끔씩 무척 불안해 보인다고 하신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성격적인 특징이니 편안하게 맞춰주실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러기에는 복잡한 걱정스런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또한 월등한 언니 밑에서 인정받기 위한 나름대로의 노력이 조금은 신경증적인 완벽추구로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자기자신의 가치를 어떤 일을 성취할 때 결과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면, 그래서 그 일이 (공부든, 옷을 입든,,) 일 자체보다도 더욱 중요한 것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부모님이 인식하지 못한 사이에라도 따님은 일을 성취했을 때 더욱 인정을 해주셨다면 그러한 생각은 더욱 강화되었을 겁니다.(어떤 부모님이든지 자기 방을 깨끗이 청소했다면 칭찬을 했을 테니까요.)
제한된 인간관계는 따님 스스로 원하는 것으로 자기가 정한 기준에 합한 친구만 사귀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좀 덜렁대고 실수투성이인 사람보다 정확하고 깔끔한 사람에게 더 거리감을 느끼고, 쉽게 접근할 수 없지요. 친구들을 굳이 많이 사귈 필요는 없지만, 만나는 친구들과도 거리감을 느낀다면 심리적 지지를 받을 수 없을 테니 훨씬 외로울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쉽게 스트레스를 받고 불안을 느끼며 신경질적인 사람이라면 사람들이 좋아하기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따님에게 필요한 것은 반복적인 시행착오와 변함없는 인정받기가 아닐까요? 설사 실패하고 조금 부족하고 지저분해도 그것과 상관없이 늘 관심을 받는 경험을 했다면 어떨까요. 좀 부족해도 괜찮다고 하셨는데, 단지 심정적인 것인지? 정말로 어떤 일을 수행하는 능력에 구애받지 않을 자신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어쨋든 그렇다면 그것을 어떤 방법으로 따님에게 알려야 할까요. 말로 ''네가 못해도 널 여전히 사랑해!'' 라고요? 변함없이 언니가 일등하는 것에 대해 자랑스러워하고 칭찬하신다면 따님이 그 말을 믿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따님이 자신에 대해 좀 느긋해지기 위해선 자신을 대하는 가족이 느긋해져야 할 것 같아요.자신이나 언니가 어떤 일을 성취했을 때 너무 칭찬을 할 필요도 없고, 실패나 실수에 대해서도 편안한 반응을 보이는 겁니다. 예를 들면 ''우리 딸이 엄마 닮았구나, 엄마도 건망증이 심해서 ~~일이 수두룩했어!''
자신에 대해 늘 열려있는 가족이 있고 실수나 실패에 대해서도 모두 포용적이라고, 언제나 자신에게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곁에 있다면 따님이 굳이 불안해하고 신경질을 부리지 않을 것같아요. 무엇을 잘 해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잘 배려했을 때 주는 칭찬이 따님의 성취 목표를 바꿀 수 있지 않을까요. 따님이 자기자신의 능력과 상관없이 사랑받는다고 느끼면 자신도 자기를 사랑하게 되고 어떤 일에 대해 그렇게 연연해 할 것 같지 않아요. 자기를 편안하게 받아들이면 자연스럽게 친구들을 보는 기준에도 훨씬 여유가 생기겠지요.
언니는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좋기 때문에 옆에서 느꼈을 열등감은 상당히 클 겁니다. 부모님께서 언니에게는 없는 동생의 장점을 찾아주는 것은 자아존중감도 커지고 언니로부터 심리적 독립을 하는 힘이 될 것 같아요. 완벽을 추구하는 꼼꼼하고 내향적인 사람은 책임감이 강합니다. 또한 성취욕구도 높아서 성공하는 사람도 많다고 하지요. 설사 부모님의 노력 가운데도 따님의 성격이 변하지 않더라도 실망하실 필요는 없다는 말씀입니다.
있는 모습 그대로의 따님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며, 따님이 피부로 느낄 때 안도하고 느긋해질 거라고 기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