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제 반의 한 친구가 따돌림을 받고 있는데 어떻게 해줘야 할 지 고민이예요. 사실 저도 초등학교 6학년 때 따돌림을 받은 적이 있어요. 그 때 아무도 저에게 말도 하지 않고 힘들게 했는데, 친구 한 명이 방과후에 저희 집으로 전화를 해서 위로해주곤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친구가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저도 이런 힘들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지금 제 반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그 친구를 보고 있으면 마치 옛날의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마음이 몹시 아파요. 하지만 그 친구를 돕다가 저도 따돌림을 당할까봐 겁이 나서 지금까지는 그냥 지켜보고만 있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아무런 이유 없이 고통받고 있는 친구를 보면서도 용기 있게 나서질 못하는 저 자신이 못나고 비겁하게 느껴져서 학교 가는 것 조차 힘들어졌어요. 선생님, 제가 그 친구를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요?
따돌림받는 친구에게 어떻게 해줘야 할까요?
[간략정보]
예전에 자신이 경험했던 것과 비슷한 상황에서 힘들어하는 급우를 지켜보면서 **님이 그 동안 많이 힘들었겠군요. 그 급우를 보면서 옛날에 겪었던 일도 생각나고 또 지금 곤경에 처한 급우를 선뜻 도와주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도 못나 보여서 이래저래 남 몰래 고민했군요.
지금 **님의 상황에서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점이 두 가지인 것 같군요. 그 하나는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급우를 도와줄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을 찾는 것이고, 또 하나는 아무리 현재 상황이 견디기 힘들어도 **님 자신에게 어떤 부적응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혜롭게 상황에 대처하는 것이예요.
급우의 따돌림 문제로 **님이 자책감과 무력감에 빠져 학교생활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면 **님은 제 2의 따돌림 희생자가 되는 셈이니까요. 따돌림처럼 다수가 한 개인을 괴롭히는 상황에서 그 다수의 폭력에 맞서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님처럼 이렇게 이곳에 글을 올리는 것 자체가 고통 당하고 있는 급우를 도와주는 첫 단계가 아닐까요?
그 다음 단계로 예전에 **님의 초등학교 급우가 그랬듯이 우선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고 그 급우에게 **님의 속마음을 전해주는 것은 어떨까요? 반 전체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급우에게는 따돌림을 주도하는 아이들의 행동 못지 않게 따돌림에 동조하는 급우들의 침묵과 무관심이 마음의 상처가 됩니다.
**님이 그 급우에게 적어도 한 사람이라도 그 급우의 처지를 이해하고 함께 마음 아파하고 도와주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려준다면 그 급우에게 큰 위안과 힘이 될 것입니다. 그런 다음 그 급우와 함께 현재의 상황을 해결하거나 개선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논의해 보면 어떨까요?
[김진숙 선생님]
[상세정보]
같은 반에서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는 급우를 도와주고 싶어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망설이는 자신을 보면서 **님이 몹시 힘들었을 것 같아요. 더구나 **님도 예전에 비슷한 처지에서 고통을 받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 급우의 고통이 **님의 마음을 더 아프게 했을 것 같네요.
우선 **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이곳에 글을 올리는 그 자체가 급우를 돕겠다는 마음을 실천하는 첫 걸음이라는 점이예요. 따돌림처럼 다수가 한 개인을 괴롭히는 상황에서 한 개인이 다수의 폭력에 맞서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또한 **님의 경우, 예전에 따돌림을 당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친구를 돕겠다고 섣불리 나섰다가 다시 따돌림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더 크게 느껴질 수도 있지요. 이런 힘든 상황에서 친구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이렇게 도움을 청한 **님의 행동에 찬사를 보냅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니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급우도 힘들겠지만 친구를 돕지 못하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자책감 때문에 학교 가는 일조차 힘들어지고 있다는 **님의 처지도 걱정스럽습니다. 어떤 것이 옳은 일인 줄 알면서도 막상 행동에 옮기지 못하는 자신이 부끄럽고 비겁하게 느껴져 자책감과 무력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감정적으로 힘든 이런 상황일수록 감정에 휩싸이지 말고 무엇이 **님 자신과 급우를 위한 최선의 선택인지 현명하게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만일 급우의 일 때문에 **님이 자책감에 시달리다 **님의 학교생활에 문제가 생긴다면 **님 또한 따돌림의 희생자가 되는 셈이지요. 그렇게 된다면 **님 자신이나 그 급우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지요. 따라서 아무리 힘들더라도 감정에 빠져 판단력을 상실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인간은 어떤 상황에서나 선택을 하게 됩니다. **님이 이곳에 자신의 글을 띄운 것도 하나의 선택이지요. 마찬가지로 **님이 초등학교 시절 따돌림을 당할 때 도와준 친구도 그 상황에서 나름대로 선택을 한 것이지요.
따돌림을 주도하는 것도, 그리고 따돌림이 일어나고 있는 현장에서 침묵과 방관의 태도를 보이는 것도 모두 선택입니다. 그렇다면 **님은 이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님 자신에게 떳떳하고 고통을 받고 있는 그 급우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어떤 방법이 없을까요?
생각해 볼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으로는 우선 방과후에 그 급우 집으로 연락을 해서 **님의 속마음을 전하는 것이죠. 그 급우에게 **님 자신의 경험에 대해 얘기해주고 그 동안 곁에서 그 급우를 지켜보면서 마음 아파했다는 사실을 알려주세요. **님도 경험했겠지만,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급우에게는 반에서 누군가가 자신의 고통을 이해하고 함께 마음 아파하고 도와주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큰 힘이 될 것입니다.
특히 반 전체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급우에게는 따돌림을 주도하는 급우들의 행동 못지 않게 따돌림에 동조하는 다른 급우들의 침묵과 무관심도 마음의 큰 상처가 됩니다. 왜냐하면 모두가 나에게 등을 돌리고 있고 나의 고통에 무관심한 것처럼 보이고 내 존재가 아무런 가치도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죠.
이럴 때는 단 한 사람의 급우라도 나에게 다가와서 관심을 보이고 위안의 말을 건네주는 것 자체가 사람에 대한 신뢰와 존재 가치를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설사 학교에서 **님이 그 급우에게 말을 걸지 않아도 마음속으로 그 급우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나면 그 급우는 학교에서 지금까지보다 훨씬 덜 외로울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우선 그 급우에게 다가가서 **님이 그 급우의 편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두 사람이 대화를 계속 해나가는 가운데 **님이 그 급우를 위해 해줄 수 있는 다른 일들을 찾아보세요. 그리고 두 사람이 서로 연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황이 호전될 때까지 당분간 다른 급우들에게 알리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나쁜 일도 아닌데 왜 몰래 연락을 해야 하느냐고 억울한 생각이 들 수도 있어요. 하지만 **님이 그 급우와 연락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져 **님 역시 따돌림의 대상이 된다면 그 급우를 도와주기가 더 어렵게 되고 그 급우 또한 부담을 느낄 거예요.
그 급우와 대화를 하면서 먼저 어떻게 해서 그 상황이 발생하게 되었는지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그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지금까지 그 급우가 나름대로 시도해 본 방법들이 무엇인지 알아보세요. 부모님이나 담임선생님 혹은 도움을 줄 수 있는 다른 어른들께 말씀을 드렸는지, 따돌림을 주도하는 친구들과 대화를 시도해보았는지 알아보세요.
따돌림은 그 원인과 상황이 경우마다 제각기 다르기 때문에 구체적인 해결방법 또한 각기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 급우의 부모님, 담임선생님, 학교 상담선생님 등과 함께 의논하면서 해결책을 찾아보면 어떨까요?
만일 그 급우가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어하면 상담을 받도록 권유하는 것도 급우를 도와주는 한 가지 방법이에요. 따돌림이 심하고 지속적인 경우 그 피해자는 우울증과 자살 충동에 시달릴 수 있는데, 심각한 경우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