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하도 고민이 되서 문의합니다. 저는 중2 남학생인데요, 사실 친한 친구가 자꾸 시험 때마다 답을 보여달라고 해서 죽겠어요. 한두 번도 아니고 자꾸 그러니까 매번 보여줄 수도 없고, 지난 시험때는 제가 그 친구한테 답을 보여주다 들켜서 반성문까지 썼거든요. 화가 나고, 그러지 말라고 해주고 싶다가도 막상 얼굴을 대하면 그 말이 안나와요. 그 친구에게 어떻게 얘기하는 게 좋을까요?
친구가 시험볼 때 저보고 답좀 보여달래요.
[간략정보]
**님의 솔직한 마음을 친구에게 전달하지 못하고, 정말 난처하고 힘들었을 것 같군요. 그런데 지금같은 상황은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전달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컨닝은 답을 보여달라고 하는 사람도 문제지만 답을 보여주는 사람에게도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어쩌면 그 친구는 그런 행동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깨닫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냥 재미삼아 그렇게 하는 것일 수도 있고, 호기를 부리는 것일 수도 있겠죠. 만약 친구의 그런 행동이 잘못된 영웅심에서 나온 것이라면 그것이 얼마나 치사한 행동인지 제대로 보게 해주어야 합니다. 그러자면 님이 당당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시할 수 있어야 겠지요.
어떻게 하면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밝힐 수 있을까요? 어렵지 않습니다. I-message 일명 ‘나-전달법’을 사용해서 전달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너 그러지마’하는 것은 의외로 상대방에게 잘 먹히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나는 네가 자꾸 시험볼 때마다 답을 보여달라고 하니까 당황스럽다. 화도 나고 그러다 너한테 짜증을 부릴 것도 같고, 우리 사이가 나빠질까 걱정이 돼. 나는 너랑 좋은 친구로 남고 싶은데, 요즘은 왠지 너를 보면 좀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든단다. 공부하는 게 어렵다면 내가 도와줄게. 하지만 컨닝하는 일만큼은 도와주고 싶지 않구나. 그런 일은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어. ’라고 말이죠.
[강재연 선생님]
[상세정보]
I-message(나-전달법)에 대해서 좀 더 상세히 알아볼까요? 이것은 ‘나’를 주어로 하여 상대방의 행동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대화방식입니다. 예를 들면, ‘나는 시험볼 때 너가 컨닝을 한다고 생각하니까 되게 불안해지더라.’ 라고 하면 상대에게 나의 입장과 감정을 전달함으로써 이해받을 수 있고, 개방적이고 솔직하다는 느낌을 전달하게 됩니다. 이렇게 하면 상대는 나의 느낌을 수용하고 자발적으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게 돼죠.
이것과 상반되는 대화법이 You-message입니다. 이것은 ‘너’를 주어로하여 상대방의 행동을 표현하는 대화방식입니다. 예를 들면 ‘너 이자식, 왜 자꾸 보여달라 그러는 거야!’ 같이 말이죠. 이렇게 말하는 것은 상대에게 문제가 있다고 표현함으로써 (설령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둘의 관계를 파괴하게 됩니다. 상대방에게 일방적으로 강요, 공격, 비난하는 느낌을 전달하게 되고, 그럼으로써 상대는 변명하거나 반감, 저항, 공격성을 보이게 되죠. 그러니 가급적이면 ‘나-전달법’을 사용해서 대화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나-전달법’은 어떻게 사용할까요? 먼저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은 문제가 되는 상대방의 행동과 상황을 구체적으로 말하되, 어떤 평가나 판단, 비난의 의미를 담지 말고, 객관적인 사실을 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상대방의 행동이 자신에게 미친 영향을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입니다.
사용할 때 주의할 점은 우선, 이야기한 다음에는 다시 적극적으로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상대방 때문에 자신에게 좋지 않은 감정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반복해서 하게 되면 상대방을 공격하는 셈이 됩니다. 예를 들어, 시험공부하는데 친구가 자꾸 말을 시킨다고 생각해 보세요. 이때 ‘야! 그만 좀 해라’라고 하면 친구가 되게 속상하겠죠? 그보다 ‘공부하는데 너랑 말하면서 하니까 좀 집중이 안 되는 것 같애. 시험 전까지 시험범위를 다 못하게 되면 어쩌나 좀 걱정된다, 얘’ 라고 하면 어떨까요? 훨씬 부드럽죠? 그리고 혹시 친구가 서운해 하면 ‘네겐 중요한 얘기였는데 내가 시험을 더 급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 서운했구나’하고 친구의 마음을 받아주는 정도의 아량은 필요하겠죠.
그 다음으로 주의해야 할 것은 상대방의 행동으로 인해 생긴 부정적인 감정만 강조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약속시간에 늦은 친구에게 ‘나는 네가 약속 안 지켜서 왕 짜증난다’고 하기 보다는 ‘네가 약속을 안지키니까 처음엔 짜증났었는데 나중에는 무슨일이 생겼나 걱정되더라’라고 얘기하는 것이죠.
세 번째로 주의할 것은 상대방의 행동으로 인해 일어나는 나의 표면적인 감정을 표현하기 보다는 심층적인 마음을 표현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짜증스런 얼굴을 하고 있는 친구에게 ‘너 짜증난 얼굴하고 있으니까 나도 짜증난다’고 표면적인 감정만 얘기하기 보다 ‘너 얼굴이 왜 그래. 무슨 일 있니?’와 같이 보다 깊은 마음을 표현해 보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주의할 점은 상대방의 습관적인 행동이 문제가 되는 경우에는 ‘나-전달법’을 쓰는 것 외에 적극적으로 경청하면서 구체적인 문제해결 방안을 함께 모색해보는 것이 더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그 친구의 컨닝행동 때문에 **님이 괴로움을 당하는 것이 좋은 예가 되겠는데, 이럴 때에는 그런 행동이 자기 자신과 타인(친구들) 모두에게 득이 안되는 해로운 행동임을 친구가 깨닫도록 도와주고, 진정으로 아낀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님이 먼저 친구와 함께 공부하고 미진한 부분을 함께 의논하면서 그 친구가 충분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 되겠죠. 그리고 그렇게 하는 **님의 ‘친구를 위하는 마음’을 전하세요.
어때요? 좀 어렵게 느껴지나요? 그래요. 처음엔 다들 어색하고 어려워하죠. 하지만 자꾸 반복해서 해나가다 보면 익숙해져서 어느덧 자연스럽게 자기의 것으로 됩니다. 너무 어색하게 생각하지 말고, 친구 사이에서 불편한 일이 있을 때 이렇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해 보도록 시도해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