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고등학교 1학년 남학생입니다. 지난 주에 적성검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제가 가고 싶은 학과가 아닌데도 어문계열에 점수가 더 높게 나왔어요. 저는 컴퓨터에 관심이 많고 대학졸업 후에 직업을 갖는 것도 공학계열이 더 유리할 것 같아서 이과를 선택하려고 했는데, 적성검사에 어문계열이 점수가 더 높게 나왔으니 문과에 가야하는 것인지요. 저는 국어나 암기과목에는 별로 흥미가 없고, 오히려 수학이나 과학 문제 풀기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2학년 올라가면서 문과·이과 반이 나눠지기 때문에 다음주까지는 결정을 해야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참고로 적성검사에 공학계열은 81점, 어문계열은 85점이 나왔음을 알려드립니다.
적성검사에서 내가 가고 싶은 곳의 적성이 낮게 나왔어요.
[간략정보]
자신의 적성과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학생을 만나보게 되어 반갑습니다. 자기 적성에 맞는 진로를 선택하는데 있어서 고려해야 할 여러 가지 측면이 있는데 아마도 학생은 적성검사 결과를 매우 비중있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군요. 일반적으로 학교에서 실시하는 적성검사란 능력검사로 어느 방면에 능력이 있느냐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어휘력이나 언어추리, 언어논리력이 뛰어나다면 문과쪽 점수가, 수리력이나 수추리, 과학적 사고력이 뛰어나다면 이과쪽 점수가 높게 나오게 되지요. 그런데 대체로 사람의 능력은 고루 발달하기 때문에 양쪽간에 차이가 그다지 크게 나지는 않습니다. 대체로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문과, 이과에서 모두 높은 점수를받고 그렇지 못한 경우 문과·이과 모두에서 낮은 점수를 받는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지요. 학생의 경우도 어문계열과 공학계열이 85, 81점이라고 했는데4점 정도의 차이는 큰 차이가 아닙니다. 양쪽 모두 그 공부를 하는데 필요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겠지요. 그렇다면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는 조건이라면 어떤 상황에서 능력 발휘가 잘될까요? 자신의 흥미나 관심, 성격, 가치관이 일치할 때 자신이 가진 능력이 잘 발휘될 것입니다. 이러한 모든 것을 통털어서 적성이라고 하고요. 학생의 경우 적성검사결과로 보면 공학계열이나 어문계열의 공부를 하는데 필요한 능력은 다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본인이 흥미를 가지고 임할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인가를 고려하는 것이 자신의 적성을 제대로 반영하는 것이겠지요. 자, 그렇다면 이과를 선택해도 큰 고민은 없겠지요. 좀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면 상세정보를 참고하세요.
[이상희 선생님]
[상세정보]
학과나 직업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일반적으로 적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렇다면 적성은 무엇이며, 과연 적성검사를 통해 적성을 모두 알 수 있을까요? 먼저 적성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적성에 맞는 공부 또는 일'을 선택한다고 할 때 적성이라는 의미는 '내가 그 일(공부)을 얼마나 잘 할 수 있는지 하는 능력 요인과 또 얼마나 재미있게 할 수 있는지 하는 흥미 요인, 그리고 그 일(공부)이 내 성향에 얼마나 잘 맞는지 하는 성격 요인을 모두 포함한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적성에 맞는 학과나 직업을 선택하는데 있어서는 이러한 측면을 다각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다음의 질문들을 참고로 자신의 능력, 흥미, 성격 요인 등에서 자신은 어떠한지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 능력요인 : 내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가?·어휘구사력이 뛰어난지·수리적인 계산능력이 뛰어난지·사물을 보고 지각하는 능력이 뛰어난지·논리와 추리적인 능력이 뛰어난지·손으로 만지고 조작하는 능력이 뛰어난지 등등
* 흥미요인 :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가?·책을 읽고 시를 감상하기를 좋아하나?·기계를 조립하고 다루는 것을 좋아하나?·어려운 수학문제 풀기를 좋아하나?·사람들을 가르치고 봉사하기를 좋아하나?·그림을 그리거나 작품만들기를 좋아하나? 등등
* 성격요인 : 내 성격은 어떠한가?·활동적인 성격인가?·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사교적인 성격인가?·혼자 있을 때 집중이 잘되는 편인가?·다른 사람을 리드하기를 즐기는 편인가? 등등
자신의 적성을 가늠해 보셨나요? 사람에 따라서는 자신이 잘하는 것에 흥미를 느끼며 거기에 맞는 성격을 가지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적성을 고려한 학과선택이나 직업선택에서 이러한 측면을 다각적으로 살펴보아야 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적성검사라고 할 때는 이러한 다양한 측면을 모두 포함하기 보다는 능력요인을 측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학교에서 실시되는 적성검사는 여러개의 하위검사(어휘력검사, 수리력 검사, 추리력 검사, 공간지각력 검사, 지각·운동속도 검사 등등)마다 시간제한이 있고, 제한된 시간안에 얼마나 빨리 정확하게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으로 진행되지요. 바로 능력을 재는 적성검사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여러 영역의 능력이 어떠한 수준에 있는지를 밝혀 내어서 각각의 비중치에 따라서 문과에 더 높은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이과에 더 높은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는 것이 일반적인 적성검사랍니다. 그리고 좀더 세분해서 어문계열이 더 높은지, 공학계열이 더 높은지, 또는 자연계열이 더 높은지도 알아보는 것이지요. 아무래도 어휘력이나 언어추리력이 높은 사람은 문과계열이, 수리력이나 공간지각력이 높은 사람은 이과계열에 높은 점수를 받겠지요. 이때 적성검사 점수를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답니다. 고민을 호소하신분도 4점 차이 때문에 무척 당황하고 계신데, 사실 이 정도의 차이는 의미있는 차이는 아니랍니다. 사람의 능력은 비교적 고르게 발달하기 때문에 특별히 능력의 차이가 두드러진 사람이 아니라면 각 영역마다 점수가 비슷하게 나온답니다. 공부잘하는 학생은 문과, 이과가 다 높게 나오고, 공부를 잘 못하는 학생은 문과, 이과가 다 낮게 나오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랍니다. 이 글을 보내주신 분의 경우 81, 85점이라고 했는데 아마도 백분위 점수인 것 같군요. 백분위 점수란 또래 친구들을 전체 100명으로 놓고 볼때 밑에서부터 81번째, 또는 85번째에 있다는 것이랍니다. 즉 상위 19%, 또는 상위 15%에 해당하는 위치에 있으니 두 영역 모두에 비교적 능력이 많은 것으로 보인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적성검사에서 능력이 둘 다 있는 것으로 본다면 그 다음에 고려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물론 '흥미'이겠지요. 똑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을 때 더 재미있게, 흥미있게, 신바람나게 한다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은 훨씬 더 잘 발휘되지 않을까요? 본인 스스로도 국어나 암기과목보다 수학이나 과학문제 풀기를 좋아하는 것으로 보면 이과방면에 흥미가 있으신 것 같군요. 이런 면을 종합해보면 이과로 결정하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가지 더 중요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진로를 선택하는데 있어서 자신의 적성과 흥미, 성격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불어 내가 선택하려는 학과나 직업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운동화를 한 켤레 사더라도 자기 발 사이즈만 알고 사는 것은 아니지요. 이 상표는 어떤 특성이 있고, 저 회사 제품은 어떤 장점이 있는지 신어보고 비교를 해보지 않습니까? 그런 것처럼 자신이 가고 싶은 학과를 선택할 때도 그 학과에서 어떤 공부를 하는지, 졸업후에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 또 그 공부나 일을 내가 재미있게 할 수 있는지를 검토해 보아야 하는것이지요. 컴퓨터 다루기를 좋아하고 장래성을 보아서도 이과가 좋을 것같다고 생각하고 계신데, 좀더 구체적으로 자신이 가고자 하는 공학계열에서 어떤 공부를 하며, 어떤 직업을 선택을 할 수 있는지 알아 본다면 보다 현명한 학과선택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