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저는 소위 말하는 비인기학과를 전공하고 싶은 고등학생입니다.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고, 대학 진학에도 자신이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부모님께서 저 때문에 크게 걱정하셨습니다. 부모님께서는 제가 의대나 법대에 진학해서 명예와 부를 누리는 일을 하기를 바라고 계십니다. 하지만 저는 순수학문인 물리학을 전공해서 자연현상을 바르게 이해하는데 관심이 많습니다.제 의견을 좀 강하게 말씀 드렸더니 아버님께서 깜짝 놀라시며 펄펄 뛰셨습니다. 집안의 장손인 제가 떵떵거리면서 살아야 가문이 빛난다고 하십니다. 부모님 뜻에 따르자니 저는 물리학을 너무나 하고 싶고, 제 마음대로 하자니 열심히 공부한 끝에 정말로 입에 풀칠하기도 어렵게 될까봐 두려움이 앞섭니다. 물리학같은 비인기학과를 전공하면 앞날이 캄캄한 건가요?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비인기학과를 전공하면 앞날이 캄캄한가요?
[간략정보]
앞으로 곧 닥치게 될 진로 결정을 위해 열심히 준비해 온 **님의 뜻을 부모님께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은 **님에게 좌절을 줄 수 있습니다. 더구나 현재 이렇게 열심히 미래를 준비해봤자 사회적·경제적으로 보상이 없게 될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 된다면 저역시도 기운이 다 빠져버릴 것입니다.
순수학문을 전공하면 가난하게 살고, 법학이나 의학을 전공하면 부자로 산다고 간단하게 잘라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순수 학문을 전공하면서 큰 돈과 명예를 함께 얻는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닙니다.
우선 **님께서는 자신의 삶의 목표부터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연 내 인생의 목표는 무엇인가, 골똘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이후에 명예와 부를 생각해 보는 것이 어떨까요. 다음의 상세정보를 통해 **님의 생각을 정리해 볼 기회를 가져 보십시오.
[상세정보]
비인기학과를 전공하면 앞날이 캄캄하다고 생각하기가 쉽습니다. 특히 IMF라는 경제적인 위기에 직면한 이후로 일부 지방대학의 경우에는 순수학문 분야의 존폐가 염려된다는 보도가 여러 번 난 적이 있습니다. 물론 수도권의 대학들도 취업하기에 유리한 학과를 중심으로 지원자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이것은 아마도 **님의 부모님들처럼 순수학문을 전공하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경험하게 될 것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라 생각됩니다.
그렇지만 법학이나 의학 등 사회·경제적인 성공을 보장받는 듯이 보이는 학과를 전공해도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성공을 보장받기 위해 모여든 수많은 실력자들과 계속해서 경쟁을 해야 되고 경쟁에서 밀려나는 쓰라림을 맛봐야 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남보다 더 잘 살겠다는 목표 하나로 법학이나 의학을 선택한 사람일수록 그 쓰라림이 더 클 것이고, 평균적으로 볼 때 남보다 윤택하게 살면서도 늘 낙오자라는 생각으로 인해 고통스러운 마음으로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또한 법학도나 의학도라고 해서 누구나 저절로 사회 경제적으로 성공하게 되지는 않습니다. 대학에 진학해서도 매 학년 매 과정에서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나름대로의 취업전쟁을 치룹니다.
순수학문을 전공하게 되면 보장된 일자리가 많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물리학이나 수학, 인문계열 등을 포함해서 순수학문을 전공했을 때 진출할 수 있는 분야를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순수학문을 하면서 기초를 튼튼하게 닦을 수 있기 때문에 전공과 관련된 여러 응용분야에 진출할 수 있습니다. 물론 경제위기로 인해 취업이 점점 어려워지면서 취업을 별도로 준비하는 것은 인기학과의 경우에도 예외는 아니게 되었습니다.
특히 순수학문을 전공하고 나서 전공과 관련된 일자리를 얻으려면 석사과정, 더 나아가서는 박사과정까지 밟을 것을 예상하는 것이 좋습니다. 학사 4년, 석사 2-3년, 그리고 박사 약 5년 정도로서 총 기간이 11년 내지 12년 걸립니다. 19세에 대학에 들어가 학사과정을 시작한다고 보았을 때 30세 내지는 32세가 되고 남학생의 경우 군복무기간 3년을 합하면 35세 정도가 됩니다. 학위과정을 밟는 동안 가정을 이루거나 유지할 만큼의 넉넉한 생활비를 보장받기가 어렵기 때문에 순수학문을 하는 사람들이 막막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학위과정을 원만하게 마치고 나면 대개 전공관련 일자리들을 얻게 되지만 그 일자리들이 오랫동안 공부하는데 투자해 온 경제적인 비용이나 시간적인 비용을 충분히 보상하게 되지는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순수학문은 지적인 깨달음으로 인한 기쁨을 많이 안겨 준다는 데 가장 큰 매력이 있습니다. 남들보다 경제적으로 풍요롭거나 사회적인 주목을 끌지 못해도 지적인 만족이나 도전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참아낼 수 있는 사람이 순수학문을 전공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부모님께서 인정해 주신다면 더욱 좋겠지요. 부모님의 격려는 길고 어려운 학문의 길을 가는 데 큰 힘이 될 것입니다. 반대로 부모님께서 순수학문의 가치를 의문시하신다면 **님은 학문을 해내는 어려움 뿐 아니라 부모님을 진정시켜 드리는 일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힘이 들 것입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님 자신의 마음입니다. 비인기학과를 전공하면서 고독하고 힘들지만 지적인 발견과 도전의 기쁨을 경험하는 삶도 아름답습니다. 인기학과를 공부하면서 주변사람들의 인정과 경제적인 안정을 이룩하는 삶도 아름답습니다. 또한 비인기학과를 전공한다고 해서 모두 가난하고 어렵게 살게 되지는 않으며, 또 인기학과를 공부한다고 해서 지적인 발견과 도전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닙니다. 대체적인 추세에 대해 말씀드릴 수 있을 뿐입니다.
**님은 어떻습니까?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편입니까? 지적인 도전이나 만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입니까? 아니면 경제적인 성공이나 사회적인 명예를 추구하는 편입니까? **님 자신이 어떤 삶을 지향하고 있는지를 마음 깊이 생각해 보십시오. 인생의 목표는 하루아침에 결정되는 것이 아니며, 오랜시간의 고민 끝에 결정 되었다 하더라도 그것을 이루는 과정에서 수정되고 보완 될 수 있습니다. **님은 지금 그 긴 여정의 시작 단계에 있을 뿐입니다. 앞으로 펼쳐질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시고 신중한 선택을 하실 수 있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