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사 자료에 의하면 우리 나라에서 한 해에 신고되는 성폭행은 약 428건이라고 합니다. 성폭행 피해자 중 약 0.5%만이 신고한다고 하니 실제로는 한 해에 약 85,600명이 성폭행에 희생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성폭행의 양상은 다양해서 사례마다 자세히 검토해 보지 않고는 어디부터가 '성폭행'인지를 결정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학생의 경우 여관으로 들어가 폭행했다고 하는 것을 보니 남이 보는 앞에서 하기에는 심한 정도였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학생은 '성'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어린 나이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 일이 생각날 때마다 친구들 앞에서 기가 죽고, 앞으로 만날 결혼 상대자의 반응까지 걱정을 한다니 얼마나 초조하겠습니까 ?
그러나 긍정적인 일이든 부정적인 일이든 자신의 생활 속에서 발생한 일이라면 자신의 것으로 재정리하면서 살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이왕 정리를 하는 것이니 객관적인 입장을 취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객관적인 입장을 취하는 한 방법으로 학생의 이웃집에 사는 사람이 똑같은 일을 당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친구들의 놀림을 받거나 배우자 될 사람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면, 어떤 마음이 들까요 ? "네가 저지른 일이니 네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대하게 될까요 ?
어린 여자 아이가 길을 잃고 불안에 떨고 있는데 다정하게 다가와서 말을 거는 아저씨를 따라가지 않을 수 있을까요 ? 아저씨가 길을 찾아 줄 거라고 믿으면서 따라가는 아이의 모습에서 누구를 책망해야 할까요 ?
성폭행은 이렇게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함부로 저항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발생합니다. 조사 자료에 의하면, 이 학생처럼 모르는 사람에게서 일시적으로 당하는 것보다 평소에 친근한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비율이 높다고 합니다. 평소 피해자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놓고 판단력이 미성숙한 피해자가 반항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지속적인 성폭행이 발생하기가 쉽습니다.
학생은 도덕적인 비난을 염려하기 이전에 지금 심리적으로 겪고 있는 어려움들에 대해 보호를 받아야 할 위치에 놓여 있습니다. 일단 매우 믿음직한 사람, 학생을 진심으로 도와줄 것 같은 사람을 선택해서 지금의 괴로운 심정을 털어놓고 마음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친구들 중에 학생의 편이 되어 이해해 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되면, 부모님 또는 이모나 고모와 같은 친척들을 의논 상대로 떠올려 보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마음놓고 의논할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없다면 전문 상담자를 찾아가서 의논하는 것도 매우 바람직한 방법입니다. 전문 상담자들은 일단은 학생에게 낯설겠지만 학생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여러 차례 상담해왔고, 학생의 입장에 대해 객관적이면서도 비밀을 보장해 주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학생의 마음과 입장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 하는 것은 학생이 마음을 정리하도록 도움이 될 것이며, 그 정리 작업을 토대로 학생은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학생은 친구들로부터 스스로를 소외시키거나 배우자의 평가를 미리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확신을 얻게 될 것입니다.
[사이버상담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