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님의 편지를 보니 **님과 여자친구가 얼마나 놀랐을지 짐작이 갑니다. 마치 도둑질하다 들킨 사람처럼 놀라고 민망하고 당황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쫓겨난 여자친구에게 많이 미안할 거구요. 부모님한테 아무리 잘 말씀드려도 **님을 믿지 않으시니 억울하기도 할 거에요.
그런데 **님은 부모님의 마음에 대해서 생각해 보셨나요? **님을 이해해주지 않으시는 부모님이 원망스럽겠지만 부모님의 입장에서도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부모님 세대가 보면 신세대는 성에 대해 훨씬 더 개방적이고 문란하게까지 보인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신세대가 별거 아니라고 여기는 성행동에도 부모님은 민감하실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문란한 성풍조속에서 자기 자녀만큼은 흔들리지 않고 살기 바라는 것이 부모님 마음이기 때문에 **님의 행동은 부모님께 상당히 충격적이었을 거라고 보여집니다. 아마 '우리가 보고 있지 않을 때는 어떤 행동을 했을까?', '이러다가 뭔 일을 저지르고 오는 것은 아닐까?', '어떻게 내 아들이 저런 행동을 할 수 있지?', 등등 **님에 대해서 갑자기 불신도 생기고 의심도 생기고 앞으로가 걱정도 되시고 하실 거에요.
생각해 보세요. **님이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행동을 부모님이 하고 있는 것을 봤다면 **님 심정이 어떻겠어요? 아마 너무 놀라고 화가 나서 마음을 진정할 수 없을 겁니다. **님, 부모님의 마음을 진정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지금 부모님이 충격을 받으신 상태에서 **님이 억울함만 호소한다면 그분들의 마음을 진정시키는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거에요. **님의 억울함이란 결국 **님 입장에서만 생각한 것이니까요.
그리고 **님이 여자친구와 한 행동에 대해서 **님은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그럴 수도 있다'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잘못 했다'라고 생각하시나요? 만약에 '그럴 수도 있다'라고 생각한다면 이점을 고려했으면 합니다.
**님 나이는 한참 성에 관심이 많아지고 성충동이 늘어나는 시기랍니다. 그런데 성행동이라고 하는 것은 마치 마약과도 같아서 처음에는 작은 행동으로도 욕구충족이 되지만 그것에 익숙해지면 작은 행동만으로는 충족이 되지 않게 됩니다.
예를 들면, 이성친구를 사귈 때에 처음에는 손을 잡는 것만으로도 짜릿하고 만족스럽지만 계속 손을 잡으면 그것으로 만족이 안되고 어깨에 손을 올리거나 포옹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요. 포옹을 하면 키스를 하고 싶어지고 키스를 하면 더 강한 스킨쉽을 갖고 싶어지게 됩니다. 그러다가 결국 성관계까지 이르게 되지요.
어른들이 염려를 하는 것은 바로 이런 과정이랍니다. **님은 '별거 아닌 행동'을 잠깐 했고 성관계는 절대로 가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런 절제가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어른들은 알고 있거든요. 아예 시작을 하지 않는다면 모를까 조금씩 성충동을 충족시켜 가다보면 어느새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게 되기 쉽답니다.
**님, 더 성인이 될 때까지 조금 참을 수 있겠지요? **님이 모든 것을 책임질 수 있는 성인이 될 때까지 크게 발전할 수 있는 성행동은 자제하기 바랍니다. 그리고 부모님께 죄송하다고 말씀드리세요. 주의하겠다고 약속드리구요. 부모님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는 당분간 힘들겠지만 부모님이 믿을만한 행동을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국 **님을 다시 믿게 되실 거에요. 또한 여자친구의 마음도 위로해주시고 성충동의 특성을 같이 이야기하면서 함께 노력하기로 약속하세요. 지금 당장은 여자친구와 공개적인 만남을 갖기 어렵겠지만 나중을 약속할 수는 있겠지요.
**님, 이런 과정속에서 배우는 것이 많답니다. 성충동의 특성에 대해서 배울 수 있고 부모님과의 갈등을 해결하는 법도 배울 수 있어요. 힘들겠지만 잘 극복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서울대 대학원 교육학 전공 서진숙 선생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