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위행위를 하고 있던 중에 엄마가 노크도 없이 갑자기 방문을 열고 들어와 참 당황스러웠겠어요. 그 장면이 얼마나 아찔한 순간이었겠는지 짐작이 되네요. 그런 일이 있은 뒤에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내는 게 오히려 더 불편하고, 마음속은 더 복잡한 생각들로 가득차 있을 것 같아요.
그 일이 있고나서 **님의 심정은 어떠했어요? 노크도 하지 않고 들어오신 엄마에 대해 화가 나기도 하고, 문고리를 잠그지 않은 채 자위행위를 했던 자신의 부주의에 대해 짜증이 나기도 하고, 꼭 자위행위를 했어야 했던가 참았으면 좋았을 텐데 후회하는 마음, 스스로 책망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하고, 그 일에 대해 아무 말도 없으시는 엄마가 오히려 더 무섭기도 하고, 복잡한 생각들로 마음이 착찹하겠어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를 생각하기 전에 **님이 자위행위 하는 모습을 보고 엄마 자신은 어떤 기분이셨겠는지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해요.
엄마가 **님의 모습을 보고 나가신 뒤 어떤 심정이었을까요? 일단은 **님만큼이나 엄마도 당황스러웠을거예요. 놀랜 마음을 진정시킨 뒤에는 내 아들만큼은 자위행위를 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하며 괘씸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엄마도 모르게 성큼 성숙해버린 아들에 대해 외로움, 소외감을 느끼기도 하고, 뒤늦게 노크도 없이 방문을 연 사실에 대해 미안한 마음도 들고, 그러면서 엄마 스스로도 어쩔 줄 몰라 **님에게 어색하고 거리를 두는 듯한 행동을 보이기도 할 거예요. 어떤 경우에는 화를 내거나 때리기도 하겠죠. 이렇게 엄마의 마음을 차근차근 헤아려 보니까 어때요? 엄마가 느꼈을 감정이 조금은 이해가 되나요?
내 감정, 엄마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 못지 않게 서로 불편하고 어색한 관계를 푸는 과정이 중요한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제가 **님에게 권유해보고 싶은 방법은 3가지예요.
첫째, 가능하다면 **님이 먼저 엄마에게 다가가서 "엄마 그때 제 모습을 보고 많이 놀라셨죠. 저는 순간적으로 많이 당황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엄마에게 미안하고,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 많이 망설였어요. 자위행위를 그렇게 자주 하는 것은 아니고, 한번씩 생각날 때마다 하곤 했어요. 중3 때부터요. 공부하거나 여자친구 사귀는 데 방해가 될 만큼은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뒷정리도 잘 할께요. 그리고 저도 이제 성숙한 남자이니까 노크 없이 갑자기 방문을 여는 행동은 조심해 주셨으면 해요" 이렇게 이야기해 보면 어떨까요.
둘째, 엄마에게 직접 이야기하는 것이 쑥스럽고 내가 하기에는 벅찬 일이라고 생각되면 위와 같은 내용의 쪽지를 보내는 것도 좋아요. 물론 그렇게 한 이후에도 여전히 엄마를 보는 것이 쑥스럽고 망설여질 수도 있어요.
셋째, 아버지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남자 대 남자로서 솔직하게 대화를 나누는 방법도 좋아요. 아빠는 성충동을 어떻게 절제했는지, 자위행위는 어느 정도 하는 게 좋은지, 성충동을 적절하게 이겨내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등 솔직하게 성에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어 본다면 이전만큼 그렇게 자위행위 충동이 자주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넷째, 위의 세 가지 방법이 다 부담스럽다면 엄마가 먼저 이 일에 관해 이야기할 때까지 기다리세요. 물론 이때는 엄마의 말을 정중하게 듣는 자세가 필요해요. 엄마가 이 일로 인해 들었던 생각들, 당황스러움, 갑작스러운 변화에 대한 놀라움 등을 표현하실 거예요. 그러면 **님은 언제부터, 어떤 계기를 통해, 그리고 언제 주로 하는지 솔직하게 이야기를 한다면 엄마 또한 마음이 편안해지실 거예요.
**님도 잘 알겠지만, 긴장되고 불안하고 스트레스가 쌓일 때 자위행위를 하면 긴장이 풀리기도 하죠. 하지만 너무 자주 한다면 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집중력도 떨어지고, 사람들과 만나는 것도 회피하게 되고, 지금과 같이 누구에게 들켜 난감한 일도 벌어지고,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자위행위에만 집착하고 다른 일에는 흥미를 잃게 된다는 거죠.
**님에게 여러 가지 방법을 이야기했는데, 용기를 내지 않는다면 어떤 방법도 시도해보기 힘들어요. 일단 **님 자신의 마음, 엄마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면, 위에서 제시한 방법들을 해 볼 수 있는 용기가 생겨날 거예요. 불편하고 어색한 관계로 지내는 것보다는 용기를 내어 서로 말문을 튼다면 훨씬 마음이 편안해질 거예요.
[권해수 선생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