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애는 지금 6살이에요. 그리고 저는 직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를 5살 때부터 유치원에 보냈는데 요즘 들어 아이가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울어서 걱정입니다. 제가 직장에 다니니까 아이를 집에서 돌봐 줄 수만은 없다고 아이에게 설명했더니 아이가 자기 혼자 집을 보고 있겠다는 것이에요. 그래서 어제는 할 수 없이 혼자 집에 두고 나갔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손에 일이 잡히지도 않고 해서 오늘은 하는 수 없이 부모님 댁에 맡기고 왔어요. 저희 아이는 아직 한글을 깨치지 못했는데 그것이 이유인 것 같아요. 그런데 도통 우리 애가 글을 배우려 하지 않는 거예요. 오빠가 책을 보면 옆에 딱 붙어 앉아서 읽어 달라고 하고, 제가 집에 돌아오면 요즘 들어 부쩍 책을 읽어 달래기는 하는데 글을 배우겠냐고 하면 울고불고 난리가 아니에요. 그래서 요즘 한글을 가르쳐야 할지 말지 고민 중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벌써 5살만 되어도 한글을 다 읽는데 우리 아이만 뒤 처져서 너무 걱정도 되고 그렇다고 싫다는 아이에게 억지로 강요해서 가르치고 싶지도 않아요. 그런 식으로 공부를 하게 되어서 나중에 아이가 글을 싫어하게 되고, 또 공부하는 것을 싫어하게 하고 싶지는 않아요. 분명히 글을 못 읽는 것 때문에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놀림도 받고, 유치원 생활이 힘든 것 같은데 이런 상황에서 유치원에 계속 보내야 하는 것인지, 지금이라도 한글을 가르쳐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6살인 아이에게 한글을 가르쳐야 할까요?
직장에 다니시며 아이들을 키우시느라 어려움이 많으시겠습니다. 출근 할 때마다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는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는 엄마의 마음도 편치 만은 않으시리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막상 아이를 유치원에 보냈는데 아이가 유치원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가기 싫다고 하니 속상하시겠어요. 아이가 유치원에 가고 싶어하지 않는 이유가 한글을 몰라서라고 하니 직업을 가지신 어머니로서 직장에 계셔도 아이 생각에 미안한 마음도 드시고, 엄마가 집에 없어서 아이를 가르치지 못해서 그런가 하는 생각에 직장에서도 마음이 편치 않으시라 생각이 듭니다.
우선 아이가 유치원에 가기 싫어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살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아이가 한글을 몰라서 혹시 유치원에서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거나 창피해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하고 계신데 먼저 유치원 선생님을 만나 뵙거나 전화 통화를 하셔서 유치원에서의 아이의 생활이 어떤한 지를 알아보시는게 좋을 것 같군요. 유치원에서는 어떤 시간에 가장 재미있어 하고 또 어떤 시간을 가장 싫어하고 따분해 하는지, 친구 관계는 어떠한지 등등에 대한 유치원에서의 생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시고 알아보시는 게 좋을 것 같군요. 가정에서 바라보는 아이의 생활과 또 가정 밖에서의 생활은 차이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유치원에서의 여러 가지 교육과 활동들의 대부분은 글을 알아야 하는 경우보다는 여러 활동을 통해서 아이들이 성장해나가는 것이 더 많을 것입니다. 또한 유치원은 단체 생활이다 보니 또래들과의 어울림 속에서 아이가 성장해 나가지요. 혼자서 해야 하는 활동들보다는 여럿이서 함께 작업해야 하는 일들이 많은데 아이가 소극적이거나 얌전할 경우에 쉽게 또래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활동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유치원에 다니는 것에 흥미를 잃을 수도 있구요. 또래 친구들과의 관계가 원만해질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시면 어떨까요? 어머니께서 직장생활을 하시기 때문에 친구들이 놀러 와도 챙겨주시기에 어려움이 있겠지만, 아이의 생일이나 어머니께서 쉬시거나 퇴근하실 때에 친구들을 초대해서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 친해질 수 있는 기회는 마련해주시는 것은 어떨까요? 그리고 자녀 분이 책을 읽어 달라고 하고 오빠가 책을 읽을 때에 옆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 지금이 아이가 문자 학습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 있는 시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유치원에서 다른 아이들이 한글을 읽고 하는 것에 자극을 받고 거기서 소외감을 느껴서 그러한 반응을 보인다고 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문자 학습에 대한 동기 부여가 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요. 그러나 아이가 문자 학습 자체에 스트레스를 받고, 이후의 학습 활동에 지장을 주고 아이가 부담스러워 하는 것이 어머니께서 우려하시는 것이리라 보여집니다. 요즘은 아이들이 일찍 한글을 배우고 학습지 등을 통하여 숫자 교육도 일찍 시작하는 경향이 있긴 합니다. 그렇지만 일찍 한글을 배우고 한다고 하여서 그것이 초등학교 이후의 학습 능력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 요인이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6살이고 몇 해 지나면 초등학교에 입학할 시기도 되니 서서히 아이가 흥미를 가지고 재미있어하는 부분부터 글을 배워 나가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글을 배운다는 것 자체에 아이가 거부반응을 보일 수도 있는데 책을 펴고 글자를 배워나가는 것 보다는 어머니나 다른 가족들이 보거나 읽어 주시는 이야기책들을 통해서 글자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글자를 알고 싶어하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읽어 주시는 동화책을 듣다 보면 어떤 내용으로 전개될까 하는 호기심을 가지게 되고 그러다 보면 차츰 글자에 대한 호기심도 생겨 글을 배우고자 하는 욕구가 생기리라 봅니다. 또한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실 때에는 아이의 주변에서 쉽게 아이가 흥미를 가지는 사물이나 TV 등의 시청각 매체를 활용하시기를 권합니다. 자신의 이름이 어떤 글자로 이루어졌는지 자기가 좋아하는 과자의 이름은 무엇인지 또 아이가 즐겨 보는 TV 만화의 제목이나 주인공의 이름은 무엇이고 어떻게 쓰는지를 가르쳐 주세요. 아이가 재미있어 하고 흥미를 느끼는 사물부터 하나씩 하나씩 그 이름을 알아 가는 방법을 사용하면 아이가 부담을 갖지 않고 한글을 익혀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가 무리하지 않고 거부감 없이 글자를 배워나가는 것이 앞으로의 학습에 있어서도 흥미를 잃지 않고 지속적으로 해나갈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