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한숨도 못자고 고민하다가 용기를 내어서 이렇게 상담을 구합니다. 저는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입니다. 사실은 어제 큰 일이 있었습니다. 아는 오빠와 성관계를 가졌어요 저는 별로 그럴 생각이 없었는데, 분위기도 그랬고, 어떻게 하다가 보니까 오빠의 요구를 거절할 수가 없었어요. 제가 싫다고 그랬지만 오빠는 막무가내였고, 저도 사실은 그 오빠를 좋아하는 편이라 이러다가 오빠와 영영 헤어지게 되면 어떻게 하나하는 생각에 응하고 말았답니다.하지만 그러고 난 후 제 마음이 너무 불안해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는 것도 그렇고, 그리고 혹시 임신이라도 되었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오빠는 자기가 잘 조절을 했으니까 그럴 염려 없다고 했는데, 아무래도 걱정이 되서 미치겠어요.
미칠 것 같아요. 혹시 제가 임신이면 어쩌죠?
**님의 글을 보고 고등학교 2학년의 아리따운 여학생의 모습이 그려지면서, 그 여학생이 안절부절하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무척 안타깝습니다. 이성교제는 서로에게 사랑과 믿음, 행복을 가져다 주기도 하지만 정도를 벗어났을 경우 이처럼 번민과 고통을 가져다 주게 되지요. 성관계를 가진 것이 임신으로 이어진다면 문제는 더더욱 커지겠지만, 설사 다행히 임신이 되지 않았더라도 두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당한 변화와 위험이 다가오게 됩니다. 우선 **님이 걱정하는 임신에 대한 걱정부터 이야기하기로 하지요.
어제 성관계를 가졌다고 하셨는데, 생리일이 언제인지 궁금하네요. 보통 다음 생리일이 있기 9∼16일 전에 배란이 되는데 정자가 자궁에 생존할 수 있는 3일을 더하면 생리예정일로부터 거꾸로 9∼19일 기간이 임신이 되기 쉬운 기간입니다. 그리고 임신이 되었다면 그 달의 생리는 없게 됩니다. 따라서 확실히 임신이 되었는지 여부는 생리예정일이 되었는데도 생리가 없을 때 임신진단시약으로 테스트를 해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임신을 했을 경우에는 어렵겠지만 부모님이나 전문상담자와 상의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낙태를 하건 출산을 하건 간에 본인의 신상에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본인이 원치 않았는데도 오빠의 강요에 의해 성관계를 가졌다는 부분이 왠지 석연치 않네요. 본인이 원하지 않았다면 분명히 이야기 할 수 있어야겠지요. 만약 **님이 이야기했는데도 막무가내로 달려든 그 오빠에게도 잘못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님을 진정으로 좋아하고 배려한다면 **님의 의견을 존중해 주었어야 하거든요. 여자에 비해 남자들이 더 충동적이고 즉흥적이어서 성충동을 못 이긴다고들 이야기하지만, 상대방을 위해 자신의 욕구를 접어둘 수 있는 것도 남자다움이라고 할 수 있거든요. 자기 욕심으로 인해 상대방이 원하지도 않는 성관계를 무리하게 요구한 그 오빠의 자기중심적인 태도는 지탄받아 마땅하지요.
그런데 **님의 태도는 어떠했나요? 원치 않았다고 했지만, 분명하게 자기 의사를 표현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나요? 내가 거절하면 오빠와 헤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오빠와의 관계에 매우 의존적인 모습으로 보이네요. 본인이 원치 않으면서도 성관계에 응해 주는 것으로 오빠와의 관계를 지속하고자 하는 것은 진정한 인격적인 교류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본인의 입장과 의사를 분명하게 표현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가졌으면 합니다. 오빠가 떠나가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된다고 했는데, 자기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교제를 중단할 사람이라면 미련을 두지 않아도 좋을 듯 합니다.
어쨌든, 어젯밤의 일로 마음 고생을 겪고 있는 **님에게 이렇게 냉정하게 두 사람간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것은 성관계가 단순히 임신에 대한 불안보다도 앞으로 두 사람간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이랍니다. 아무쪼록 어제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해서 계속해서 성관계를 뿌리치지 못하고 끌려다닌다면 두 사람 모두 불행해지게 된답니다.
**님, 진정한 사랑은 기본적으로 나에 대한 사랑에서 출발한답니다. 내가 온전히 있어야 아름다운 사랑도 할 수 있겠지요. 사랑은 무조건적인 희생만이 아닙니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당당한 사랑을 하시기 바랍니다. 힘내세요!!
[이상희 선생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