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이창훈(가명)입니다. 제가 오늘 이렇게 상담실에 들르게 된 저의 고민은 바로, 제가 너무 통신을 많이 한다는 것입니다.
학교에 갔다오자마자 통신을 시작해서 밤을 새우기가 일쑤입니다. 그러다 보니 아침에 늘 늦게 일어나고, 하루 종일 피곤합니다. 수업시간에 조는 건 말할 것도 없고요. 부모님한테도 많이 혼납니다. 제가 통신을 계속 하게 되는 이유는 통신상에서는 많은 친구들은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학교에 친구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 친구들보다 통신에서 만난 친구들이 더 편합니다. 그래서 통신을 줄일 수가 없습니다.
하루라도 안 들어가면 불안합니다. 하루라도 빠지면 그 친구들이랑 멀어질 것 같습니다. 사실 그 애들을 만난 적은 없습니다. 만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그 친구들이 저에게 실망할 것 같아서 선뜻 내키지가 않습니다. 가끔가다 제가 좀 이상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여러가지로 걱정이 많이 됩니다. 지금 한창 다른 아이들은 열심히 대입준비를 하느라고 야단인데 저는 학교 공부보다는 오히려 통신에 매이게 됩니다. 학교에서도 공부가 잘 안되면 통신을 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 집니다. 그래서 학교가 끝나면 자율학습도 안 하고 바로 집으로 달려와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직은 학생이고 공부도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 되니까 학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학교 생활에 충실해야 할 것 같은데.. 자꾸 저도 모르게 통신을 하고 싶어 안달하는 모습에 저도 불안합니다. 선생님 어떻게 해야 제가 통신을 줄이고 공부를 할 수 있을지.. 왜 이렇게 통신에 집착하는지 이유를 알 수 있게 도와주십시요.
제가 좀 이상한건 아닌가요?
창훈님의 얘기 잘 들었습니다. 통신을 하는데 보내는 시간이 많은 것 같고, 또 통신상에서 만나는 친구들을 직접 만나면 그 친구들이 실망할 것 같고.. 이런 자신이 이상한 건 아닌지 혼란스러울 것 같습니다. 충분히 이해가 되는군요.
요즘 많은 사람들, 특히 청소년들이 통신을 비롯한 다양한 사이버 문화에 익숙해져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실 세계와는 다른 재미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정보도 얻을 수 있으니깐요. 이렇다보니 사이버 세계에 탐닉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통신 같은 경우 직접 얼굴을 보지 않고도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만날 수 있으니 대단히 매력적이지요.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은 한정되기가 쉬운데, 통신상으로는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사람들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으니 좋은 경험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통신상에서의 편리한 만남에 몰입하다 보면 현실에서의 사람들과의 관계가 소홀해 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현실 세계의 사람들과는 접촉하지 않고, 사이버 공간에서만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극단적인 경우까지 생길 수 있습니다. 특히 통신상의 만남에 쉽게 빠져드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사이버 공간에서의 만남에 몰두하게 하는 것일까요? 현실에서의 만남은 ''아무개''라는 인격으로 상대를 만나게 됩니다. 즉, 나이, 성별, 학력, 지위, 가정배경, 외모, 성격 등등으로 이루어진 ''나''라는 개체가 같은 요소들로 이루어진 ''너''라는 개체를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런 만남이 별로 어렵지 않은 사람들이 있는 반면, 상당한 어려움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유야 사람마다 다양하겠지만, 결국은 자신을 드러내고 상대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때문일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상대방과 적절한 상호작용이 될 수 없겠지요. 친밀한 관계를 맺기도 어려울거고요. 이런 사람들에게 직접 만나지 않아도 되고, 익명성이 보장되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만남은 훨씬 부담이 적을 것입니다. 내키지 않으면 내 신분을 밝히지 않아도 되고, 내가 마음에 드는 상대하고만 얘기를 할 수도 있으니까요. 또 직접 얼굴을 보고 하기 힘든 얘기도 통신상으로는 하기가 더 수월합니다.
하지만 이런 편리한 점들이 오히려 사람과의 관계를 더 협소하고 표면적이게 만드는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자꾸 통신상에서의 만남에 열중하다 보면 현실에서의 관계들이 복잡하게 느껴져서 그런 관계들에서 멀어질 수 있습니다. 통신상에서의 만남은 관계의 일부가 될 수는 있겠지만, 전부가 된다면 곤란하겠지요. 우리가 현실에서 아무하고도 관계를 맺지 않고 사이버 세상에서만 살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창훈님도 학교 친구들보다 통신에서 만나는 친구들이 더 편하다고 했는데, 어떤 점에서 그런지 한 번 잘 생각해보세요. 현실에서의 관계가 창훈님에게 충분히 만족스러운지요. 어쩌면 창훈님이 이렇게 통신에 매달리는 것은 입시, 성적, 공부에 대한 압박감을 느끼고 있어 피하려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창훈이가 자꾸 통신을 하게 되는 이유가 현실에서의 불만족스런 관계를 사이버 공간에서 충족시키려는 것 하는 것일 수 있죠. 그런 총족감은 일시적으로는 얻어질 수 있지만 지속적이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통신에서 만난 친구들이 창훈남울 보고 실망할까봐 선뜻 만나지도 못하는 것은 왜죠? 사람들이 창훈님의 어떤 면을 보고 실망할 것 같은가요? 창훈님이 선뜻 사람들앞에 나서기를 꺼리는 이유를 본인이 정확하게 아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 이유가 창훈님을 사이버 공간에서의 만남에 몰두하게 하는 것일수도 있지요. 누구나 자신에 대해 자신이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걸 숨기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본인만 더 힘들어집니다.
우선 내가 남들에게 드러내기를 꺼리는 부분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세요. 그런 다음 천천히 내 것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물론 쉽지는 않을 겁니다.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고요. 누구에게나 다 힘든 과정입니다. 혼자하기 어렵다면 가까운 상담실에 찾아가 도움을 구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본친 홈페이지 우측 상담에 "상담기관 네트워크" 가 있으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작성자 : 고민해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