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중학교에 다니는 딸아이가 옷매무새가 흐트러진 모습으로 집에 들어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자세히 보니 얼굴과 다리 가슴 곳곳에 맞은 흔적이 역력했고 무엇보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할 만큼 겁에 질려 있는 모습이 금방이라도 무슨 일이 생길 것만 같아 어찌할 바를 모르겠더군요. 아이에게 들은 내용은 이러했습니다. 집에 돌아오기 위해 버스 정류장에서 차를 기다는 중 그 앞을 지나가는 몇 명의 아이들을 무심코 쳐다보게 되었다는군요. 그런데 갑자기 그 아이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딸아이에게 다가오면서 하는 말이 우리 딸아이가 자기들을 야려보았다면서 근처 공터로 끌고 가더니 집단으로 몰매를 퍼붓더랍니다. 자기는 전혀 째려본게 아니고 오해하지 말라며 아무리 말을 해도 그 아이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딸아이가 거의 초죽음 상태가 된 그제서야 보내주었다고 합니다. 아이가 이렇게 억울하게 당한 것을 생각하니 부모인 저로서는 가만히 있을 수 만은 없을 것 같아요. 지금 경찰서에 신고를 해야 하는지의 문제를 놓고 고민 중에 있습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까요. 지금과 같은 일이 이번 한번으로 끝나야 할텐데... 걱정입니다.
맞고 다니는 우리 아이가 불쌍해요.
갑작스런 상황에 많이 놀라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일단 어머님과 따님 모두 현재의 흥분된 마음을 진정시키는 일이 필요할 것 같군요. 현재와 같이 감정이 고조된 상태에서는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현명하게 대처하기란 힘든 일일테니까요. 무엇보다 지금 이 상황에서는 냉정하게 이 문제를 바라볼 수 있어야만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따님이 받았을 정신적인 충격, 신체적인 고통이 어떠하리라는 것은 누구보다도 어머님이 더 잘 아시리라 생각됩니다. 따라서 어머님께서 먼저 충분하 따님의 마음을 위로해 주시고 이 문제에 있어서 힘이 돼줄 수 있다는 믿음을 따님에게 심어주시기 바랍니다.
보내주신 사연의 내용과 같이 단 한번 발생하는 폭력에 있어서는 가해 학생에 대해서 알고 있는지 아니면 모르고 있는지의 여부에 따라서 문제해결을 위한 접근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만약 가해학생에 대해서 모르고 있는 경우에는 무엇보다 가해 학생을 알아낼 수 있도록 가능한 한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일 수 있어야 하며, 이러한 범위내에서 필요한 해결책 또한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경우에 있어서 가해 학생을 알아낼 수 있는 모든 단서들이 중요하게 활용될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 친구의 경우에 있어서는 가해 학생의 교복을 통해 해당 학교에 대한 파악이 이루어질 수 있는 상황이므로 이를 토대로 좀 더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을 취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먼저 가해 학생의 학교를 찾아가서 협조를 구하고 학생 명단을 확인해 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다른 방법으로는 관할 경찰서를 통해서 아이들의 인적 사항을 확인하는 방법도 유용하리라 생각됩니다. 경찰서에서는 보통 그 지역의 불량 청소년에 관한 정보를 미리 파악해 놓고 있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문제 해결에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가해 학생에 대해서 필요한 정보가 모아지면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이러한 아이들에 대한 위험성 여부, 비행정도를 파악하는 일입니다. 이러한 정보에 대해 가해 학생들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방법을 각기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가해 학생들의 비행정도가 심하지 않은 경우에 있어서는 이들로부터 다시는 그러한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나 사과를 받아내는 것과 같이 더 이상 문제를 확대시키지 않는 범위내에서 매듭을 지을 수도 있습니다. 만약 현재 따님의 신체적 손상이나 피해 정도에 따라서는 치료비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서로간의 대화를 통해 합의를 하는 것이 가장 원만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가해 학생의 부모를 직접 만나는 경우에 있어서도 감정적인 대립이나 불필요한 언쟁은 가능한 한 자제하시는 것이 문제해결을 위한 현명한 태도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후에 있어서 양측이 서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는 좀 더 적극적이고 강제적인 방법으로써 고소를 하는 것과 같이 법의 힘에 의지해서 문제의 해결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어머님의 경우에 있어서도 현재 경찰서에 신고할 것인지의 문제를 놓고 고민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신고한 이후에 있을 수 있는 몇가지 문제점에 대해서도 한 번 신중하게 생각하셔야 할 것입니다. 자녀에 대한 부모님의 사랑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하고 소중한 것이며 따라서 그 무엇에게도 양보할 수 없는 부분임에는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 만약 자녀에게 어떠한 불이익이 돌아올 때에 일반적으로 부모님들은 비이성적이고 감정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현재 이 상황에 있어서도 흥분한 마음으로 경찰서에 신고를 한다 할지라도 경찰서에서는 흔한 일로 가볍게 여길 수도 있으며, 만약 가해 학생에 대한 확인이 미비한 상태에서는 더욱 문제의 해결이 어려워 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처음 단계부터 차근차근히 풀어가려는 노력과 여유가 있어야할 것입니다. 현재의 상황이 너무도 억울한 일임에는 분명하지만 섣불리 감정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은 이 상황에서 피해야할 것입니다.
당분간은 따님이 심리적으로 안정될 수 있도록 어머님이나 친구등 주변의 사람들이 등 하교길에 동행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일이 필요합니다. 따님으로 하여금 예전과 같이 생활할 수 있다는 확신과 자신감을 불어 넣어 줄 때 과거의 어두운 기억에서 벗어나 밝음 가운데서 보다 건강하게 생활해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좋은 결과 있기를 기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