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초등학교 6학년 남자아이를 두고 있는 엄마입니다. 저희 집 아이는 어릴 적에 많이 아파서 학교를 많이 쉬었습니다. 수술을 2차례나 하고 거의 6개월 동안을 입원했었기 때문인지 친구들도 별로 없고, 그나마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하고 있어요. 더구나 친구들을 사귈 기회도 별로 없었지요. 그런데 그나마 간신히 건강을 어느 정도 회복해서 학교에 다시 가게 되었는데, 학교에 가서는 반 친구에게 돈을 뺏기기도 하고, 맞고 들어오는 일도 많은 것 같아 너무 마음이 아팠지요.
최근 들어서 친구가 한 명 생겼는데, 그 아이가 우리 애를 이용하고 있는 것 같아서 너무 속상해요. 우리 애는 말투도 바보스럽고, 매일 엉뚱한 질문만 하고 다니니까 아이들이 우리 애 보고 바보라고 놀린다고 하더군요. 최근에 친구가 생겨서 좋기는 하지만, 그 애는 우리 애를 종처럼 부려 먹어요. 시험지도 보여달라고 그러고, 무거운 것도 모두 우리 애에게 들라고 시킨답니다. 연필이나 지우개가 없으면 우리 애 것을 빼앗아서 쓴다고 해요.
그렇지만 그 애를 사귀고 부터 우리 아이가 밝아진 건 사실이예요. 우리 애를 괴롭힐 때도 있지만 함께 잘 노니까 어쨌든 다행이다 싶기도 해요. 우리 애가 그 전에는 집 밖에 전혀 나다니질 않았거든요. 요즘은 놀이터에서 아이들과 놀러가기도 하고. 친구들도 집에 데려오고 많이 밝아진 모습이예요. 그래서 너무나 고민이 된 답니다. 아이가 밝아진 것은 너무나 반갑지만, 자꾸만 우리 애를 괴롭히니까 우리 애가 그애의 신하처럼 구는 것을 보면 너무 마음이 아파요. 이전에 보니까 우리 애가 그 친구네 집까지 데려다 주고 오더군요. 제가 물어봤더니 그런지 꽤 됐다고 하더라구요. 너무 속상해서 우리 애만 열심히 야단쳤어요. 그리고 나니 더욱 속상하더군요.
우리 애는 몸도 약하고 건강하지 못한데, 아이들이 그걸 이용하는 것 같아요.
어릴 적부터 아이가 많이 아팠다니 부모님께서는 늘 걱정이 되시고, 다른 아이들처럼 건강하게 뛰어놀거나 생활할 수가 없어서 마음이 많이 아프셨겠군요. 집안에 아이가 아프면 어머니들은 정말 힘들죠. 2차례의 수술을 거치긴 했지만 병은 다 나아서 학교에도 다닐 수 있어 참으로 다행입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론 학교 생활에 적응을 못하는 것 같아 심려가 크시겠어요.
아이들은 학교에서 단지 공부만을 배우는 것은 아니지요. 학교에서 아이들은 친구와의 관계, 선생님과의 관계를 배우게 되고 점점 어머니에게서 벗어나 자기 자신의 세계를 찾게 되죠. 그런 면에서 친구와의 관계는 아이의 일생을 좌우하는 중요한 일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첫 관계에서 나쁜 친구를 갖게 되면 사람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있죠.
문제는 친구가 없는 것이 나은가? 아니면 나쁜 친구라도 있는 것이 좋은가? 하는 것이죠. 이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 누구나 한번 쯤은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것은 어머니의 일방적인 생각만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랍니다. 어머니가 누굴 사귀어라 하고 지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만나서 친구와 우정을 나누는 게 바람직한 자기 성장의 과정이 될 수 있지요. 일단은 아이가 친구를 좋아하고 있다면 그 칮구에 대한 너무 부정적인 시선을 주는 것은 아이에게 오히려 나쁜 영향을 줄 수도 있겠습니다.
아이는 한 개인으로서 이제 자신의 발로 서는 연습을 하고 있으니까요. 따라서 어머니께서 도와주실 부분은 친구와 만나게 하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친구와 어떻게 긍정적인 관계를 가질 수 있도록 돕느냐 하는 것이랍니다. 아이가 친구라는 존재를 가져보지 못해서 맹목적으로 친구의 뜻을 따르는 상태라면, 어머니께서 아이가 지금 보다 자신의 의사를 더 분명하게 말할 수 있도록 연습시켜 주시는 것도 그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려서부터 병치레로 친구들을 사귀어 볼 경험을 많이 가져보지 못했기 때문에 보통의 다른 아이들이 친구를 사귀어 나가는 것에 비하면 사회적 기술이 부족할 것입니다. 어머니께서는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친구와 사귀고 잘 지내는 법에 대해 이야기 해주시거나, 자녀 분의 건강에 무리가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운동을 하게 함으로써 더 튼튼하고 자신감있는 사람이 되도록 도와 주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머니께서 아이의 생활에 대해 결정해 주시는 것보다는 아이가 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아이를 지지해주고 이끌어 주시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영원히 외롭게 친구도 없이 지내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적응하고 성숙해지기 위해서는 가족들의 지지와 격려 속에서 처음에는 가족에게서 그리고 나아가 대인 관계에서 신뢰감을 쌓아 나가는 것이 중요하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염려와 걱정을 해주시는 가정의 울타리 안에서 보호를 받기 보다는 자녀 분이 밖에 나가 사회적 활동들을 경험해 나가고 대인 관계를 넓혀 나가도록 지지해주는 것이 더 좋을것 같습니다. 부모로서는 노심 초사 염려가 되시겠지만 자녀분의 울타리가 되어 든든히 지켜 주세요. [작성자 : 고민해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