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중인 여학생입니다. 저희집은 부모님과 저, 이렇게 셋이서 별 문제 없이 잘 살아 왔습니다. 아버지는 무뚝뚝하지만 제가 원하는 것은 거의 다 들어 주시는 편이었고, 어머니는 저와 목욕탕을 같이 갈 정도로 친구처럼 지냈습니다. 하지만 얼마전에 고모와 어머니의 대화를 우연히 엿듣게 되었는데 제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저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태어난지 두 달만에 고모집에서 입양된 고모의 딸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고모가 다른 조카들보다 나에게 더 잘 대해줬던 것 같습니다. 고모는 지금의 고모부가 아닌 첫사랑과의 사이에서 저를 낳았고 저를 아이를 낳지 못하는 어머니에게 주게 되었다고 합니다. 차라리 제가 들었다는 것을 두 분이 몰랐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두 분의 얼굴을 어떻게 뵈어야 할 지 앞이 캄캄합니다. 과연 나는 누구인지...어머니, 아버니로 믿고 따르던 분들이 실은 외숙모, 외삼촌이었다는 사실은 저를 견딜 수 없게 만듭니다. 고모는 고모부를 사랑하지 않습니다. 항상 사이가 좋지 않으며 이혼 이야기가 늘 거론되고 있습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제 눈치를 살피시느라 정신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저도 평소와 같이 행동하고 싶지만 잘 되지 않습니다. 제가 말로만 듣던 바로 그 미혼모의 자식이라는게.... 누가 진짜 나의 아버지인지, 제가 어떻게 태어나게 되었는지, 왜 두분이 저를 키우지 못하고 지금 부모에게 줬는지, 저는 정말 버림받았는지, 저때문에 고모가 그 남자분에게서 버림받고 지금의 고모부와 결혼하게 되었는지, 괴롭기만 합니다.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나를 보면 고모는 어떤 생각이 드는지 궁금합니다. 주위에서저의 출생의 비밀을 아는 사람들이 그동안 속으로 나를 어떻게 생각했을지 두렵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 저도 친구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될까봐 학교에서는 말수도 적어지고, 부모님과 고모 모두 원망스럽습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는데 태어난건가요?
OO님의 힘든 마음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자신을 사랑해 주시고 키워주신 부모님이 낳아준 부모님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누구라도 다 믿을 수 없는 사실들에 대해 힘들어 할 것입니다. 얼마나 힘드시겠어요. 정말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그 심정을 누군들 00님 자신만큼 공감할 수 있을까요.
자신의 탄생에 대해 어떻게 이해해 나가야 할지, 그리고 그동안 자신이 모르고 생활하는 동안에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들은 아무 것도 모르는 채 마냥 생활하고 있는 자신을 보면서 무슨 생각들을 어떻게 했을지에 대한 많은 복잡한 생각들로 정신이 무척 혼란스러울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이 사실을 자신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다시 일어나 이렇게 글을 띄운 00님의 용기에 격려해주고 싶네요.
어디서 부터 시작해야 00님의 마음을 달래줄 수 있을까요.
우선 00양의 지금 심정을 한번 나눠보고 싶네요. 지금 어떤 심정이세요. 그 사실을 알고 기분이 어땠는지, 어떤 생각들이 들었는지, 그 소식을 듣는 순간을 한번 떠올려 보세요.
숨이 막힐 정도로 기가 막힌 소식이었을 것 같아요. 나를 키워주신 분이 친 부모가 아니라는 사실, 나의 친엄마는 고모라는 사실, 그리고 이런것을 아무것도 모르고 난 그동안 철없이 지내왔던 자신을 순간적으로 생각했을 것 같네요. 하늘이 무너질것 같이 까마득했을것 같구요. 그래놓고 한참 자신의 출생에 대해 알고 멍한 상태에 있다가 좀 정신이 들었을 때는 자신의 친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왜 두 분이서 결혼하지 못하고 고모는 나를 결혼하기도 전에 임신하게 되었는지, 부모님은 나를 그러면서도 친 아이처럼 잘 키워주시고 고모는 딸을 딸이라고 부르지도 못하고 자기 딸이 남의 손에서 키워지는 것을 보면서 얼마나 가슴아파했을까 그 모르는 뒷 심정을 생각하면서 자신의 처지가 더 슬퍼졌을것 같습니다.
저도 가슴이 메이는 것 같은 아픔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그래도 00님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00님은 전혀 다른 사람에게 입양되어 키워지는 것도 아니고, 자신의 친엄마를 고모로서 늘 볼 수 있었고, 또 친엄마인 고모도 00님의 자라는 모습을 눈여겨 보면서 사랑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키워주신 분도 영 다른 사람이 아닌 외삼촌 부부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자신의 아이처럼 잘 키워주시고 친엄마인 고모의 사랑도 받고 많은 사랑과 관심 속에서 00님은 자라날 수 있었다는 것 입니다.
00님, 지금의 심정이 좀 진정이 된다면 자신의 출생, 처지에 대해 비관하지 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잘 지내 올 수 있었던 00님 주변 사람들의 도움과 사랑에 감사한 점도 뭐가 있는지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 다음에는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00님의 출생에 대한 이야기를 부모님과 고모와 나눠야 되겠죠. 그럴 때 00님은 어떻게 반응하실 수 있겠어요.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해 나갈까를 생각하기에 앞서 앞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이 상황들을 00님이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야 할 것인지 00님 자기 안에서의 정리가 먼저 이뤄져야 할 것 같습니다. 어서 속히 00님이 이 상황을 떨치고 일어날 수 있기를 빕니다.[작성자 : 고민해결]
